낚싯대 동강낸 청양 합천지 괴물의 정체는?
소류지 떡붕어의 매력 속으로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소류지에서의 떡붕어낚시는 댐이나 유료낚시터와는 또 다른 느낌과 감흥을 주었다. 충남 청양군 화성면 합천리의 합천지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떡붕어 입질을 만났다.
▲10년 전부터 떡붕어가 서식해 해마다 봄에 월척 떡붕어가 낚이고 있는 청양 합천지.
다음까페 헤라클래스 운영자인 김정엽씨의 제보, “청양에 사는 회원 한 분이 떡붕어가 잘 낚이는 소류지가 있다고 합니다. 합천지라고 하는 곳인데 3천평이 조금 안 되는 크기래요. 그런데 준척부터 4짜까지 섞여 낚이고 상류에는 떡붕어 산란이 붙은 상태랍니다.”
소류지 떡붕어터라는 말에 호기심이 일어서 헤라클래스 회원들과 함께 6월 1일 합천지를 찾았다. 소류지는 충남 청양군과 보령시 경계면에 있는 화성면소재지 안에 있었다. 상류에 논과 야산이 있는 아담한 소류지다. 토종붕어가 아닌 떡붕어를 잡으려고 소류지로 출조해보기는 처음이다. 수면이 작아서일까, 마음이 푸근해진 덕분일까, 평소엔 포인트를 잡기 위해 눈을 부라리던 전층낚시인들도 한동안 이곳저곳을 거닐며 저수지를 둘러보았다.
“캬! 낚시할 맛 나는군요. 저는 원래 소류지 대물낚시를 즐기다 떡붕어낚시에 입문했는데 이렇게 다시 소류지를 찾을 줄 몰랐습니다. 감회가 새롭네요.” 상류 새물 유입구 주변에 좌대를 내려놓으며 노수열(매운탕) 회원이 말했다.
▲노수열씨가 살림망을 들어보이며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준척 떡붕어와 5~6치 토종붕어가 낚였다.
청라지 왕떡붕어가 유입된 소류지
포인트를 둘러보는데 제방 아래 진입로 쪽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트럭 한 대가 있었다. 합천지의 조황을 알려준 김현중(오리발) 회원이다.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취재팀이 합천지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모내기를 하다가 달려온 것이다. 김현중씨는 “합천지는 10년 전부터 떡붕어가 서식하고 있던 곳이에요. 5년 전부터 봄이면 월척 떡붕어가 낚이곤 했어요. 여기에서 20분 거리에 떡붕어 자원이 풍부한 청라지가 있는데 아마도 그곳 붕어가 이곳에 유입된 것 같습니다. 우리 말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하고 말했다.
여기서 가까운 보령 청라지는 80만평의 대형 저수지로서 떡붕어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청라지의 장사 떡붕어 중 일부가 여기에 터전을 삼고 10년 넘게 숨어 살았더란 말인가. 기대 만땅, 노다지라도 발견한 듯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김현중씨는 우리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루 낚시를 하면 준척부터 4짜급까지 10마리 정도 낚이는 산란 특수가 있었는데 일주일 전 끝나버린 상태라는 것이다. 취재 일정을 미뤘던 게 후회가 됐다.
아무튼 입질이야 볼 수 있겠지? 취재팀은 전역으로 흩어져 앉았다. 제방 석축에 앉은 전병규(나나)씨가 6치 붕어를 한 마리 낚았다. 제방에 붕어가 붙었나? 잠시 후 다시 제방 쪽에서 “어어”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전병규씨가 낚싯대를 세워 들고 있는데 초릿대 쪽이 사라지고 없다. 대가 부러졌다고 한다. ”두 마디 빨리는 입질을 보고 챔질을 했는데 엄청난 힘으로 내달리는 겁니다. 대를 미처 세우지도 못한 채 부러져 버렸습니다.“
나에게도 입질이 들어왔다. 그런데 내려가는 입질이 아니라 찌톱을 몸통 가까이까지 들어올린다. 이게 웬 올림입질? 챔질을 했더니 준척 떡붕어가 올라왔다. 생각보다 힘이 약하다. 허리 쪽에 벌겋게 상처가 난 게 산란을 마친 떡붕어가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맥없이 끌려온 것인가? 그 뒤로 30분에 한 마리 꼴로 떡붕어가 낚였는데 반은 올림입질이고 반은 내림입질이었다. 바늘에 수초가 걸려나온 걸 봐서 수초에 얹힌 바늘을 문 놈들이 찌를 올리는 것 같았다.
전병규씨의 낚싯대 파손사건(?) 이후 흩어져 있던 회원들은 모두 제방으로 포인트를 옮겼다. 6명의 회원이 줄지어 앉아 떡밥을 퍼붓자 과연 입질이 연신 들어왔다. 그런데 떡붕어가 아닌 5~6치 토종붕어다.
▲합천지 상류 쪽 야산에 있는 산정1지. 떡붕어가 살지만 상수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낚시는 할 수 없다.
“1호 원줄로는 제압이 안 되겠어요”
잔챙이 성화에 낚시가 조금 무료해졌던 오후 3시경, 전병규 회원이 “어엇”하면서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머리를 감싸 쥔다. 목줄이 맥없이 터져버렸다. “아, 미치겠네. 어떻게 대를 세우려고 하면 이렇게 바로 나가 버리죠?” 그가 사용한 채비는 1호 원줄에 0.4호 목줄. 옆에 앉아 있던 최정두(찌바라기) 회원은 "아무래도 지금 쓰고 있는 채비로는 이곳의 큰 놈을 끌어내는 데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청라지를 자주 가는 편인데 그곳 대물이 방금 본 것처럼 힘을 씁니다. 청라지에선 떡붕어낚시라도 1.5호 원줄을 써야 합니다“하고 말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토종붕어는 여러 마리 낚았지만 기대하던 대물 떡붕어는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더욱더 솟는다. 전병규씨는 “다시 재도전해서 오늘의 빚을 갚고 말겠다”고 말한다. 이게 소류지 떡붕어낚시의 매력인가.
김현중 회원은 “청양엔 합천지 말고도 대물 떡붕어들이 사는 저수지들이 몇 곳 있습니다. 경치가 죽여주는 곳도 있고 마릿수 재미가 좋은 곳도 있으니 한 번 더 내려오시죠. 청라지도 있으니 중부지역에 이만한 떡붕어터 밀집지역도 없을 겁니다”하고 말했다.
가는 길 당진-대전간 고속도로 예산·수덕사I.C를 빠져나와 우회전해 보령 방면 21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응봉사거리에서 좌회전해 대흥면소재지를 거쳐 청양·화성 방면으로 계속 간다. 대흥면소재지에서 홍성 광시를 거쳐 20분 가량 가면 화성면소재지 입구 삼거리에 이르고 우회전한 뒤 파출소를 끼고 좌회전한 뒤 곧 만나는 좌측 샛길로 진입하면 제방에 이른다.
합천지 주변의 떡붕어낚시터들
■매산지-충남 청양군 화성면 매산리. 2만7천평 규모의 준계곡지. 준척부터 월척 떡붕어가 낚이는 곳이지만 터가 좀 센 게 흠. 힘은 장사급이다. 갈수기엔 좌안 하류 배수장 옆 직벽이 1급 포인트로서 18척 제등낚시를 해야 한다.
■수정지-충남 청양군 화성면 수정리. 1만5천평 규모의 준계곡지. 상류의 수몰 고사목이 운치를 더해주는 비경의 낚시터다. 벙어리장갑처럼 갈라진 양안 상류에 수몰 고사목이 잇다. 터가 센 게 흠이지만 한 마리 걸면 4짜 이상이라고 할 정도로 씨알이 굵다. 15척 제등낚시가 유리.
■독골지-충남 청양군 대치면 수석리. 3천평 규모의 계곡지. 떡붕어 마릿수가 뛰어난 곳이나 씨알이 6~8치 정도로 잘다. 잔챙이 토종붕어가 함께 낚이지만 개의치 않고 집어를 하면 떡붕어만 붙는다. 2m 수심의 우안 상류가 1급 포인트. 15척 제등낚시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