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최고의 호황터는 이 곳!
고천암호 길호수로 월척 우루루
물빛 맑아지자 연안수초 대신 중앙부 말풀 속으로 오글오글
김중석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역시 스타는 위기에 빛을 발한다고 했던가.
올 겨울 유례없는 불황의 늪 속에서도 해남 고천암호에서는 마릿수 월척이 낚이고 있다.
북서풍이 불어 물색이 맑아졌는데 오히려 말풀이 자란
맨바닥에서 물색이 탁할 때보다 더 많은 월척이 낚였다.
▲ 상류 다리가 보이는 길호수로 갈대·부들밭. 나예주 회원이 낮에 입질을 받고 월척을 끌어내다 발 앞 수초 줄기에 걸리자 김용빈 회원이 달려와 고기를 꺼내주고 있다.
올 겨울 조황은 정말 부진한 것 같다. 강한 북서풍이 몰아쳐 채비 드리우기도 힘들고 또 바람이 없으면 살얼음이 얼어 낚시를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물낚시가 가능한 몇 곳도 빈작이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대물붕어실사팀의 황광인 고문께 전화를 했다.
“어디로 가야 할까요?”
“붕어 얼굴 볼 수 있는 곳은 고천암호 길호수로밖에 없어요. 상류의 길호양수장 부근에 앉으면 틀림없을 겁니다.”
황 고문님은 포인트까지 꼭 짚어 얘기하신다. 그러나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길호수로는 일주일 전에 이미 다녀왔는데 40여 명이 출조해서 달랑 월척 3마리만 낚고 나머지는 ‘올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고문님의 추천이 있었고 날마다 바뀌는 게 조황인지라 길호수로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수초대를 노려 8~9치 씨알 붕어로 손맛을 본 남재문(좌), 이경윤 회원.
대물실사팀 황광인 고문, “길호수로로 가시오!”
12월 27일, 평산가인 회원 14명과 함께 고천암호로 나섰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몇몇 꾼들이 먼저 들어와 포인트를 잡고 있었다. 우리 역시 도착하는 대로 포인트를 정하는데 모두 쓰러진 부들과 갈대 언저리를 공략하기 위해 수초대 인근으로 몰렸다. 일주일 전의 월척 3마리가 모두 삭은 수초대에서 낚였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온 엄소진 여사와 선정환씨, 서봉찬씨가 뒤늦게 합류했다. 그들은 전북 고창의 어느 저수지로 출조했다가 물색이 너무 맑아 낚시를 포기하고 이곳 해남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이미 수초 포인트는 먼저 온 회원들이 다 차지했기 때문에 맨바닥에 자리를 잡아야 했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게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이 상태가 밤까지 지속된다면 밤에 살얼음이 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은 목포꾼 나예주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졌다. 채비가 부들 줄기에 감겼나 싶었는데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며 올라온 붕어는 한눈에 봐도 월척이 틀림없었다.
좀 이른 감이 있는 오후 4시의 월척. 오늘 스타트가 좋다. 김용빈씨가 “잘하면 마릿수 월척도 가능하겠는데요?”하고 말하면서 기대감을 내비친다. 잠잠하던 날씨가 케미를 꺾으면서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기온이 떨어지려나. 손을 물에 담가보니 그리 차지 않다. 어쩜 오늘밤에는 살얼음이 얼지 않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해가 저물고 있는 길호수로. 월척이 마릿수로 낚이면서 ▲전화위복. 뒤늦게 도착해 맨바닥 포인트에 앉아야 했
호남 최고의 호황지로 꼽히고 있다. 던 회원들만 월척을 낚았다. 엄소진 여사와 신정환(좌)
서봉찬 회원.
광주 무지개조우회 회원들도 맨바닥에서 월척 4마리
내 옆에 앉은 나주꾼 남재문씨와 이경윤씨는 지렁이와 새우미끼로 8~9치 붕어를 간간이 낚았다. 자정 무렵 건너편 맨바닥에 앉은 광주팀의 찌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이은상씨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챔질 안하고 뭐하세요?” 춤추고 있는 찌의 주인은 바로 서봉찬씨. 서씨는 새벽 입질을 노린다며 텐트에서 자고 있었다. 서봉찬씨가 고함 소리에 깜짝 놀라 잠결에 챔질을 했는데도 제대로 입걸림이 되었는지 터지지도 않고 한참 실랑이를 했다. 그가 “와~ 크다. 무조건 월척은 넘겠는 걸.”하고 말하면서 고기를 처리하는 게 어둠 속에서도 보였다. 그 뒤 이은상씨와 서봉찬씨가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다.
“몇 cm나 됩니까?”
“33cm 정도는 되겠는데요.
“그 붕어 입질을 제가 봤으니까 제 겁니다.”
“손맛 봤으니까 가져가시던가.”
엄소진 여사도 월척을 낚았다. 수초대가 아닌 맨바닥을 노려 새우로 입질을 받아냈는데 그게 31cm였다. 일주일 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전에는 쓰러진 부들이나 갈대밭에서 월척이 올라왔는데 이번에는 말풀이 자란 맨바닥에서 낚인다. 긴 대를 사용해 맨바닥을 노린 회원들만 모두 다섯 마리의 월척을 낚았다. 수초대에 채비를 붙인 회원들은 입질을 받아도 8치 정도다.
이날은 광주의 무지개조우회 회원들도 납회행사를 열었는데 10여 명의 회원들이 월척 4마리와 준척 붕어를 상당량 낚았다. 역시 월척을 낚은 회원들은 모두 맨바닥에 앉았고 ‘2cm 정도 말풀이 자라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길호수로 조행은 일주일 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조황이 좋았다. 일주일 사이에 붕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물색이었다. 탁하던 물색이 일주일 사이에 완전히 맑아져서 경계심 강한 큰 붕어들은 더 깊은 수심의 말풀 바닥을 찾은 것이라고 정리했다. 최근 길호리수로를 다녀온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파 때문에 밤에는 살얼음이 잡혀 낚시가 어렵고 주로 오전과 오후 4시부터 초저녁까지 입질이 들어온다고 말한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를 빠져나와 영암·금호방조제를 건너 별암-화원-문내면소재지(우수영)까지 간다. 우수영에서 해남 방면 18번 국도로 가다가 황산면소재지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고천암호 제방으로 가고 좌회전하면 해남으로 간다. 해남으로 가다가 읍내 입구에서 남천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해 5분여 가면 길호수로에 이른다.
■현지문의 무안I.C낚시마트 061-454-7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