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라도

할망당의 대혈투

곽민수 대구, 선라인 필드스탭

마라도의 벵에돔 시즌은 겨울이다. 그중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가 연중 긴꼬리벵에돔을 낚을 수 있는 최고의 시즌으로 손꼽힌다. 이때는 4짜가 흔하고 45~48cm까지 기대할 수 있다. 2월이 지나면 긴꼬리벵에돔은 씨알이 잘아지고 대형 일반 벵에돔이 낚이기 시작한다.
필자는 1월에 대마도를 다녀오면서 마라도 타이밍을 놓쳤다. 늦은 감이 있지만 매년 나를 반겨주는 마라도 해녀3대할망네 민박에 전화를 해놓고 2월 1일 새벽 2박3일 일정으로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날은 선라인FG 경남지부 회원 황보리씨도 함께 갔다.
오전 9시경 모슬포항에 도착하였는데, 아직 주의보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라 우리는 주의보가 해제된 오후 2시 배로 진입해야 했다. 1년 만에 뵙는 민박집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낚시터로 향했다. 여전히 북서풍이 강하게 불어 바람에 의지되는 살레덕방파제와 붙어 있는 병풍자리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병풍자리는 북쪽에 위치해 있지만 북서풍을 등지고 낚시할 수 있다. 내심 해창(해거름)에 큰 긴꼬리벵에돔을 기대했지만 이날은 황보리씨가 G2 전지찌 채비에 낚은 40cm급 일반 벵에돔이 유일한 조과였다.

▲할망당 포인트에 오른 황보리씨(선라인FG 회원)가 파도를 맞으며 분투하고 있다.

▲병풍바위에서 40cm급 벵에돔을 낚은 황보리씨.

▲간조에만 낚시가 가능한 홍합여 주변 간출여에 오른 낚시인들의 낚시모습.

▲48cm 벵에돔을 낚은 필자.

▲마라도에서 개인 기록을 경신한 필자가 51cm 벵에돔을 자랑스럽게 들어보이고 있다.

▲ 제주 정문택씨 일행들이 올란덕 포인트에서 해창에 낚은 벵에돔을 보여주고 있다.

여치기 대신 들어간 할망당에서 만난 대박
둘째 날은 바람이 잦아들어 민박집 소유의 보트를 타고 여치기낚시를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마라도의 여치기 명포인트인 쌍여, 높은여, 마당여에는 언제 왔는지 제주도 본섬에서 보트를 타고 들어온 낚시인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결국 여치기낚시를 포기하고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마라도 최고의 포인트인 할망당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그곳에서 아침낚시를 시작했다.
나는 어젯밤 사용하던 G3 전지찌 채비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밑밥도 뿌리지 않고 조류 방향을 읽기 위해 크릴 한 마리를 끼워 무심코 던진 첫 캐스팅에 덜컥하고 걸려들었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지만 큰 저항이 없어 작은 벵에돔으로 생각하였으나 정작 수면에 올라온 녀석은 50cm에 육박하는 일반 벵에돔이 아닌가. 뜰채에 담아 올린 뒤 계측자에 올려보니 정확히 51cm를 가리켰다. 51cm는 필자의 기록이기에 흥분을 가눌 수 없었다.
흥분을 가라앉힌 뒤 밑밥을 여러 주걱 뿌리고 캐스팅을 하자 또 찌가 사정없이 사라졌다. 좀 전과 달리 이번에는 강한 저항을 하였다. 또 한 번 기록을 깨나 하는 기대감으로 침착하게 고기를 수면에 띄우니 이번에는 48cm가 나왔다. 대형급 일반 벵에돔이 떼로 붙은 것이었다. 다시 캐스팅을 하니 5m 정도 흘러가다 시원스럽게 빨려 들어갔다. 여로 파고드는 고기를 조심스럽게 머리를 돌려서 빼내니 45cm급 벵에돔.
같이 낚시하던 황보리씨는 내가 건 벵에돔을 뜰채로 떠주느라 제대로 낚시를 하지 못했다. 그 후로 45cm급 벵에돔 한 마리를 추가하고 나니 왼쪽으로 흐르던 조류가 오른쪽으로 바뀌었고, 조류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그 조류에 채비를 태우니 이번에는 긴꼬리벵에돔이 낚여 올라왔다. 이곳에서는 황보리씨와 함께 시소게임을 펼치며 2시간 동안 10마리의 긴꼬리 벵에돔을 낚았다. 씨알은 35~38cm가 주종으로 낚였다.
“역시 마라도네!”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든 폭발적인 입질에 우리는 정신을 못 차렸다. 필자는 이날 1.5호대를 사용하였으며 블랙스트림 3호 원줄과 파워스트림 3호 목줄을 사용하였다.
우리는 해창을 노려보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런데 막상 해창이 되니 높아지는 너울 때문에 낚시가 쉽지 않았다. 정면에서 밀려오는 높은 파도에 온 몸을 적시는 분투를 펼치며 45cm급 일반 벵에돔을 잡고 낚시를 마무리하였다.
해가 진 뒤 민박집에 도착하니 인천에서 온 이성곤씨는 해창에 쌍여 인근 작은 여에 올라 45cm급 일반 벵에돔과 4짜 초반의 긴꼬리벵에돔으로 마릿수 손맛을 보았다고 했으며 제주도에서 온 정문택씨 일행들은 올란덕에서 씨알 좋은 일반 벵에돔을 낚아왔다.

5짜 벵에돔 기록 찬스
셋째 날은 다시 주의보가 발효되어 배편이 결항되었다. 다음날 주의보는 해제되었지만 이번에는 설 연휴여서 비행기표가 없었다. 결국 설 연휴 동안 마라도에 머물면서 마당여, 홍합여, 넙적여, 살레덕, 장시덕, 작지끝, 남대문 등 마라도의 이름난 포인트를 넘나들며 긴꼬리벵에돔과 일반 벵에돔으로 원 없는 손맛을 즐겼다. 
마라도는 대마도와 비교할 경우 전체적인 벵에돔의 개체수는 적은 편이지만 40cm급의 긴꼬리벵에돔과 벵에돔의 확률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마라도의 매력은 배를 타지 않고 도보낚시를 하므로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낚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박집에서 골프장용 전기카트로 포인트까지 이동시켜준다. 벵에돔 입질 시간은 아침과 저녁 시간대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한낮에는 민박집에서 편하게 쉬는 게 좋다.
지금부터 3월 초까지는 일반 벵에돔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시즌이다. 긴꼬리벵에돔을 노리려면 초여름 장마철을 기다려야 한다. 장마철에 다시 찾을 것을 약속하며 설 연휴가 끝난 7일 오전에 마라도를 빠져나왔다. 
문의 마라도 해녀3대할망네 민박 010-8971-4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