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_서산 모월지(양대리지)

새벽 5시, 옥수수글루텐

51.5cm 붕어를 낚다

김성진 화성, 충청대물낚시밴드 회원

지난 2월 26일 휴가를 내서 조우 한 명과 서산으로 일주일간의 장박낚시를 떠났다. 처음 찾아간 곳은 서산 성암지. 그런데 고기가 좀 낚인다는 소문이 낫는지 전 연안을 돌아다녀도 둘이 함께 낚시할 공간이 없었다. 게다가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다. 결국 이곳저곳 헤매다가 서산시 양대동에 있는 모월지(양대리지)로 이동했다.
모월지는 대물낚시터로서 아직은 시즌이 이르다는 게 카페 조우들의 얘기였으나 일단 일정에 여유가 있는 만큼 이곳에서 워밍업을 해보기로 했다. 모월지에 도착해보니 10명 정도 낚시하고 있었는데 살림망은 2명만 담가놓고 있었다. 
우리는 초입에 있는 양수장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부들과 갈대가 적당히 삭아내려 있어 낚시여건은 좋았다. 초봄인 만큼 지렁이를 주력 미끼로 낚시를 시작했다. 채비는 전통적인 외봉돌채비에 목줄 합사 2호, 바늘 벵에돔 9호를 썼다. 모월지에서는 옥수수도 잘 먹힌다는 얘기에 한 대씩 건너 지렁이와 옥수수를 꿰어 던졌다.

▲계측자에 올린 51.5cm 붕어.

▲모월지에서 낚은 51.5cm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새벽 5시경 옥수수글루텐을 먹고 나왔다.

중치급 붕어가 수초를 감은 것으로 착각
첫날 밤낚시 조과는 꽝이었다. ‘아직 시즌이 이른 것일까? 아니면 미끼 선택을 잘못한 것일까? 포인트를 잘못 앉았나?’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같은 자리에서 한 번 더 밤을 새보기로 하고 미끼를 바꿔 모든 채비에 옥수수글루텐을 달았다. 그런데 이 선택이 적중한 것일까? 새벽 1시경 4.6칸 대의 찌가 솟았다. 힘껏 챘는데 아무 느낌도 없이 합사 2호 목줄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대물이 들어왔음을 직감하고 긴장한 채 두 번째 입질을 기다렸다. 그리고 새벽 2시경 두 번째 입질에 35cm, 새벽 4시경 세 번째 입질에 40cm에 약간 모자라는 대물이 올라왔다. 진작 옥수수글루텐을 쓸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새벽 5시경 드디어 사고가 터졌다. 4.2칸 대의 찌가 세 마디 정도 솟다가 멈추는 순간 챔질하자 뭔가 묵직한 느낌이 들며 낚싯대가 휘어졌다. 그런데 묵직한 그 느낌은 마치 붕어가 수초 무더기를 휘감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휘어진 낚싯대의 탄성을 유지하며 천천히 뒤로 당겨내자 계속 꾸물꾸물하는 느낌이 들면서 뭔가가 끌려나왔다. 챔질부터 발밑까지 끌어내기까지 20초 정도 걸렸던 것 같았다. 발 앞까지 끌려온 붕어가 그제야 저항을 했는데 수면에 떠오른 놈은 어마어마하게 큰 붕어였다. 수초는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붕어만 보였다.
뜰채에 담긴 놈은 배가 너무 불러 임산부를 연상케 만들었다. 계측자에 올리니 무려 51.5cm! 몸이 너무 육중하다보니 빠르게 저항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버티기만 한 것이다. 내 자리에서 15m가량 떨어져 낚시하던 조우 이태우씨도 별다른 물소리 없이 뭔가가 끌려오자 수초더미 같은 이물질이 끌려오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날이 밝음과 동시에 카페에 이 소식을 전하고 기념촬영을 한 뒤 5짜 붕어를 포함해 이날 낚은 붕어를 모두 모월지에 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