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ICE SHOW

전문꾼 강좌 얼음낚시 시기별 포인트

초빙기엔 붕어 회유 활발한 계곡지의 하류

해빙기엔 수초 발달한 평지지나 수로 상류

Ｉ유종섭 대전시 생활체육협의회 운영이사Ｉ

얼음낚시가 시작되는 초빙기에 내가 주안점을 두는 곳은 첫째 계곡지고 둘째 제방권이다. 평지지보다 계곡지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산간 계곡지의 결빙이 빠르고(매년 첫탕터로 등장하는 음성 내곡지나 괴산 칠성지 등이 대표적), 제방권을 주목하는 이유는 겨울붕어들이 깊은 곳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결빙이 됐다는 건 수온이 0도까지 내려간 시점이므로 붕어들은 수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깊은 수심에 오글오글 모여 있다. 올해 내곡지의 첫탕도 대부분 제방과 가까운 깊은 곳에서 나타났다. 하지만 제방권은 이른 아침시간에 좋으며 햇살이 따뜻해지는 오전 11시부터는 중류까지 포인트를 넓혀볼 필요가 있다.

계곡형 난곡지에서 경험한 얼음붕어들의 회유
 
계곡지 붕어는 평지지 붕어와 달리 얼음 속에서도 회유가 활발하다. 3년 전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는 난곡지에서 경험한 사례. 당시 제방 근처에 앉아 오전 9시까지 별 입질을 받지 못했던 우리 일행은 평소 패턴대로 10시 30분에 중류로 포인트를 옮겼다. 붕어가 어느 수심에서 낚일지 몰라 4명이 차례로 중류에서 상류 방향으로 앉았는데, 오전 11시 30분경 가장 깊은 8m 수심에 앉았던 동료가 먼저 입질을 받더니 10분 간격으로 점차 얕은 수심으로 입질이 이어졌다. 당시 눈이 내렸고 기온은 영상이었다. 얼음 밑 붕어들의 회유를 순차적으로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다.
따라서 오전에는 주로 제방에서 두세 번 정도 옮겨 다니다가 햇살이 완연하게 퍼졌다고 생각될 무렵 중류나 더 얕은 곳으로 옮겨보는 게 좋다고 본다(햇살이 완연히 퍼지지 않아 붕어 활성에 변화가 생기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옮기는 건 무의미할 수 있다). 반면 초빙 때 계곡지에서 최상류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다. 지금껏 경험으로는 적어도 중류 정도까지는 붕어가 활발히 올라붙어도 상류에서는 그런 움직임을 관찰하기 어려웠다.

평지지 얼음붕어들은 ‘인해전술’로 찾아내야

이에 반해 평지형 저수지들은 붕어들의 회유가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수초가 밀생한 평지지들은 수초가 몰린 특정 구간에 붕어들이 밀집돼 있다. 물론 수온이 약간이라도 올라가는 오후에는 상류 얕은 수심의 갈대나 부들밭으로 올라붙기도 하는데 왕성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빙기 때는 움직임이 확실히 활발해져 수심 50cm 정도의 얕은 곳까지 붕어들이 몰려든다.
얼음낚시꾼들이 늘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정말 많은 사람이 몰려 소란스러워야 붕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나’하는 부분이다. 여기저기서 쿵쾅거려야 얼음 밑의 붕어가 놀라 움직이고 낚시에 걸려든다는 얘기가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다.
지금껏 수없이 얼음낚시를 다녔지만 혼자나 둘이서 달랑 출조해 큰 재미를 본 적은 없다. 물낚시 때 눈여겨본 저수지를 결빙과 동시에 조용히 찾아가 첫탕을 뚫어보면 낱마리 또는 허탕에 머물 때가 많고,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이 동시에 몰린 곳에선 호황이 잦았다.
이런 ‘인해전술’은 계곡지보다 수초 많은 평지지에서 더 효과가 높았던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계곡지보다 평지지의 붕어 회유가 덜 활발하다 보니 ‘구멍’을 찾아야만 입질을 받을 수 있는데 사람이 많으면 그런 구멍이 빨리 발견된다. 또 사람들이 몰려도 붕어들이 다른 곳으로 흩어지지 않아 줄기차게 낚아낼 수 있다. 반면 계곡지는 물낚시 때와 마찬가지로 붕어들의 활발한 회유 때문인지 포인트가 수시로 바뀌는 느낌을 받고 있다.

해빙기 때는 붕어들이 얕은 수심으로 몰려

2월의 해빙기 무렵에는 확실히 붕어들이 얕은 부들이나 갈대밭 주변으로 몰린다. 알자리를 찾는 붕어들이 벌써 얕은 수초대로 붙는 것이다. 태안 인평지에서 해빙기에 불과 50cm 밖에 안 되는 부들밭에서 월척을 5마리나 낚은 적 있는데 붕어들은 노란 알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약 10년 전 음성 초평지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는데, 초빙 때 제방 쪽에서 낚은 붕어의 배를 갈라보면 알의 색상이 시퍼런데 해빙기를 맞아 수초밭(옛 호텔 배터 부근, 지금의 연수원자리)에서 낚은 붕어들은 노란 알을 질질 흘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빙기 때는 낚싯대가 길수록 유리하다. 비교적 깊은 수심에서 낚시가 이루어지는 초빙기와 중빙기엔 2칸 내외의 짧은 대로도 입질 받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얕은 곳에서 포인트가 형성되는 해빙기 때는 3~4칸 대가 유리하다.

배스터의 월척붕어 입질은?

배스가 들어간 곳의 붕어 입질은 짧고 지저분하다. 얼음낚시 때도 그런 현상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5~8치까지는 시원스럽게 찌를 올려주지만 9치~월척은 한두 마디 살짝 올렸다 놓거나 스윽- 옆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 잡어인가 싶어 그냥 놔뒀다 제물걸림이 되어 채보면 월척이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논산시 상월면 주천지에서도 이와 같은 입질에 월척만 3마리를 낚은 후배가 있다. 배스터에서 ‘한두 마디 올리다 끄는’ 입질이 들어온다면 반드시 챔질해 보는 게 좋다.

오전보다 오후장을 무시하지 마라

물낚시엔 오전에 붕어 입질이 활발하지만 얼음낚시엔 오후에도 잦은 입질을 기대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오후장’인데 특히 초빙 때 오후장에 재미를 보는 경우가 많다. 올해 음성 내곡지의 첫탕이 그랬고 서산 도내리수로의 1월 초 첫탕도 오후에 고기가 쏟아진 케이스다. 첫탕이라는 게 결빙 직후다보니 낮은 수온에 움츠려 있는 붕어들이 햇살에 수온이 오르는 오후에 활발한 입질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초빙과 해빙을 불문하고 얼음구멍에 살얼음이 잡혀 얼음 걷어내기 바빴던 날치고 재미 본 적이 거의 없는데 그만큼 외부 기온이 낮으면 얼음 밑의 붕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