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2009 고흥 점암지 부활의 해
배스 성화 간데없고 새우에 입질 폭발
김중석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전남 고흥군 점암면 연암리에 있는 13만여 평의 점암지. 고흥을 대표하는 붕어터였지만 떡붕어가 늘어나고 배스와 블루길마저 유입되면서 낚시인들에게 외면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부터 월척이 꾸준히 낚인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마침내 올 여름 월척을 무더기로 토해냈다.
▲지난 겨울부터 월척 출현이 잦아 점암지의 1급 포인트로 꼽히는 서쪽 제방 밑.
장맛비가 내리기 전까지 6월의 남부지방은 전반적으로 조황이 저조한 상태였다. 그때 ‘글루텐떡밥에 준척 손맛은 꼭 보고 온다’는 동료 낚시인의 말을 듣고 평산가인 회원들과 점암지를 찾았다.
점암지는 동·북·서 3면이 제방인 각지형 저수지다. 우리는 남쪽의 축사 앞 그리고 북쪽 제방과 서쪽 제방이 만나는 코너 부근에 나누어 앉았다. 축사는 이제 운영하지 않아 빈 건물만 남아 있다. 북쪽 제방은 과거 겨울과 봄에 많은 월척이 낚였던 명포인트다. 나주에서 온 이경윤, 김인규, 남재문씨가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왼쪽)점암지의 명당으로 꼽히는 축사 밑 모습. 마름과 뗏장수초가 어우러진 포인트다.
오른쪽)북쪽 제방을 걸어오면서 앉을 자리를 찾고 있는 낚시인.
준비해온 글루텐엔 입질이 없고
모두 떡밥 위주로 미끼를 준비했다. 배스와 블루길 때문에 글루텐 떡밥, 그것도 빨간색 떡밥에 월척이 잘 낚인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오후 4시나 됐을까? 축사 밑 논두렁에 앉은 이용성 회원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는 게 보였다. 붕어였다. 그것도 33cm 월척! 회원들이 우르르 몰려가 구경하고 있는데 이용성씨가 들고 있던 월척붕어를 풀밭에 던지고 다른 낚싯대를 치켜세웠다. 이번엔 29.5cm의 준수한 씨알.
“점암지 붕어들이 미쳤나봐! 대낮인데도 새우에 찌를 쫙쫙 올려주니 말이야.”
우리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밤낮으로 극성을 부릴 줄 알았던 블루길과 배스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생미끼 사용 자체가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새우에 월척이 낚이고 있다. 글루텐엔 전혀 반응이 없었다. 예비로 준비해온 새우를 꺼내 모조리 장착.
본격적인 입질은 저녁식사 후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앉은 자리는 상류 물골지대로서 뗏장수초와 부들이 어우러진 곳인데 좌대를 설치하고 올라앉았다. 수심은 약 70cm. 케미를 꺾기도 전에 입질이 몰아쳤다. 작고 죽어서 하얗게 변한 새우를 먼저 사용했는데 그게 적중했나 보다. 싱싱한 새우보다 죽어있는 새우에 찌가 서기도 전에 쭉쭉 올라왔다. 불과 두 시간이 지날 무렵 9치 붕어 10마리가 살림망에 담겼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자 입질이 조금 뜸해지더니 씨알이 더 굵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밤 9시경 32cm 붕어가 나왔고, 이후 간간이 올라오는 붕어가 8치에서 월척 이상으로 굵은 붕어들만 낚이기 시작했다. 마름을 노린 강충성씨도 32cm 월척을 낚아내고 있을 즈음, 북쪽 제방에 앉은 이경윤 회원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5.4칸대에 37cm 월척을 낚았고 이어서 김인규 회원이 33cm 월척을 낚았다’는 소식이었다.
▲축사 밑에 앉은 백영현 회원이 수초제거기를 사용해 마름 구멍을 파고 있다.
새우가 동나 밤에 순천까지 나갔다 오는 해프닝
자정도 되기 전에 새우가 모두 떨어졌다. 누가 이렇게 새우만 쓰게 될 줄 알았던가. 새우를 많이 준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성질 급한 고병준씨가 기어이 차를 타고 순천까지 나가 새우를 구해왔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뗏장수초에 바짝 붙여 놓은 5.8칸대의 찌가 꿈틀거리더니 이내 천천히 솟았다. 정점에 다다랐을 무렵 두 손으로 힘차게 챔질했는데 뭔가 “덜컥”하고 입걸림이 되는 듯하더니 바로 목줄이 터져 버렸다.
‘분명 4짜 이상 씨알이었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호황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웠다. 동틀녘에 살림망을 살펴보니 나 혼자 낚은 붕어가 29마리. 그중에 월척이 6마리나 들어 있었다. 다른 회원들도 준월척으로 제대로 손맛을 봤다. 밤낚시에 총 14마리의 월척이 낚여 올라왔다.
※일주일 후 우리의 호황 소문을 듣고 순천·광양꾼들이 찾았으나 막바지 배수 때문에 몰황을 겪었다고 한다. 우리는 배수 직전 호황을 본 셈이다. 점암지의 풍부한 준월척 자원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최근 매주 이곳을 찾았다는 순천 낚시인 서형연씨는 “사짜는 드물지만 준월척은 많은 곳이다. 막바지 배수 직전에 새우에 호황을 보이곤 했는데 그 찬스를 제대로 만난 것 같다”며 우리의 행운을 부러워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이런 조황이 어디 있습니까?” 점암지의 뜻밖의 호황에 흥분한 표정의 취재팀. 좌로부터 평산가인 백영현·이용성 회원과 필자.
가는 길 벌교에서 동강면을 지나 고흥 방면 27번 국도로 15km 가면 과역면소재지. 과역면소재지를 지나 고흥 방면으로 700m쯤 가면 조그만 갈림길. 우회전해서 진입하면 점암지 제방 좌측으로 간다. 우측 야산 쪽 포인트로 가려면 고흥 쪽으로 1km 더 내려가서 연등마을 표석을 확인하고 우회전하면 된다.
●전국낚시지도 321p F4 아이코드 830-997-3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