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해창만수로의 붕어소굴
본류보다 가지수로! 그중에서도 독립수로!
포두면 외동강 샛수로에서 손맛 원 없이 보았다
김중석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작년 11월에 고흥 해창만수로를 찾아 점암면의 시목강 샛수로에서 월척과 준척을 낚으며 재미를 본 적이 있었다. 그곳은 본 수로와는 수문으로 단절되어 있는 독립수로였는데 배스 성화 없이 붕어를 낚을 수 있었다. 올해도 그 기억을 살려서 다시 해창만수로를 찾았다.
▲수로 폭은 좁지만 수초가 잘 발달한 외동강 샛수로
우선 인터넷으로 해창만수로의 조황을 기웃거려 봤다. 그러나 배스낚시 정보 외에는 눈에 들어오는 해창만수로 소식은 없었다. 그래서 항공사진을 살펴봤다. 작년에 재미 봤던 곳과 유사한 형태의 수로가 어디 또 없나? 살펴보니 10여 개 정도 비슷한 샛수로가 있다. 해창만수로의 항공사진을 지역별로 나눠 인쇄했더니 A4용지 12장 분량이다. 사진을 가지고 동료 낚시인들과 해창만수로로 출조했다.
작년에 재미 봤던 시목강 샛수로는 물색이 맑다. 항공사진을 보며 포인트를 찾아다니다가 물색이 탁하면서도 수문이 막혀 있는 독립수로를 찾았다. 그곳은 세동지 밑 외동강 좌안 샛수로였다.
12장의 항공사진 들고 해창만을 뒤지다
◀하동에서 온 김인오씨가 아침에 낚은 34cm 월척을 들어 보이고 있다.
샛수로엔 영감님 외엔 낚시인이 아무도 없다. 수초치기를 하고 있던 노조사는 “어제는 준척급으로 재미를 봤는데 오늘은 신통치 않다”고 했다. 10m 폭의 수로가 700m 가량 뻗어 있다. 하류는 물색이 탁하고 상류로 올라갈수록 맑아졌다. 부들과 갈대가 어우러진 곳은 마름이 삭아 있어 가장 좋은 포인트로 보였다. 꾼들의 손을 타지 않은 생자리도 여럿 보였다.
나는 삭은 마름 포인트에 앉았다. 지렁이를 꿰어 던지자 봉돌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찌가 쭈욱! 첫수에 9치 붕어다. 걱정했던 블루길이나 배스 성화는 없었다. 다만 꼼지락거리는 우렁이 입질이 훼방을 놓았다. 슬그머니 채비를 들어 올리면 어김없이 우렁이가 올라왔다. 어떤 미끼를 사용해도 우렁이는 피할 수 없었다. 대편성을 마치고 뜰채로 우렁이 소탕에 나섰다. 수초에 붙어있는 우렁이들을 뜰채로 떴더니 금세 한 가득이다. 우렁이를 잡아서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해가 서쪽으로 지면서 입질이 시작됐는데 모두 붕어다. 잔 씨알은 거의 없고 8치 이상의 붕어만 낚여 올라왔다. 중류에 앉은 이용성씨가 연속해서 8~9치 붕어를 5마리나 낚아냈다. 정신없이 들어오던 입질은 어둠이 내리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우리는 잠시 커피를 마시며 붕어가 넘쳐났던 10년 전 해창만수로를 추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해질 무렵 소나기 입질, 밤에는 침묵
밤 10시경 이중옥 회원 자리에서 뭔가 낚아 올리는 듯하더니 조용하다. 이중옥씨가 “찌를 조금 올리는가 싶더니 옆으로 휙 끌고 들어가 갈대를 감아버렸어요. 월척이 분명한 것 같은데 내일 아침에 꺼내 볼랍니다.”하고 소리친다.
내 찌는 미동도 없다. 눈을 좀 붙이고 아침 입질을 보기로 한다. 새벽 5시에 차문 밖으로 나와 보니 꼬박 밤을 새운 김인오씨가 “새벽 4시경부터 입질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의 살림망을 보니 9치 붕어가 네댓 마리 들어 있었다. 그러나 날이 밝자 블루길이 지렁이를 물고 늘어졌다. 여기에 배스까지 가세해 뜻하지 않게 붕어보다 진한(?) 손맛을 봤다. 밤낚시 중 갈대를 감아버린 이중옥씨의 월척은 붕어가 아니라 머리가 야구공만한 메기였다. 그 자리에선 가물치까지 낚였다.
그래도 모처럼 만난 풍족한 조과다. 점점 배스터로 인식되고 있는 해창만수로, 붕어들은 배스가 점령한 본류를 피해 독립수로에 모여 있는 듯했다.
▲밤낚시 조과를 앞에 두고. 월척 1마리에 8~9치 붕어, 메기, 배스 등으로 손맛을 봤다.
가는 길 고흥읍에서 도화·나로도 방면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장수지가 보이고 계속 가면 포두면소재지. 3km 가량 가면 좌측에 나로도 표지판이 보인다. 나로도 방면으로 계속 가면 세동삼거리에 이르고 세동지 제방 아랫길로 접어들어 시멘트 농로를 따라 약 2.3km 가면 좌측에 봉덕마을. 우측 시멘트 길로 1.3km 정도 가면 포인트에 이른다.
●전국낚시지도 338P A1 아이코드 856-651-3222(봉덕마을 갈래길)
해창만수로 샛수로 낚시요령
물색이 맑은 곳보다 탁한 곳이 배스나 블루길 성화가 적고 붕어의 씨알이 굵게 낚인다. 입질은 오후부터 해질 무렵, 그리고 아침에 집중된다. 밤낚시는 잘 안 되는 편이므로 낮낚시에 집중한다. 미끼는 지렁이가 가장 좋다. 새우와 옥수수는 잘 듣지 않는다. 미끼 도둑인 우렁이의 입질이 잦으므로 수시로 채비를 거두어 미끼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