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지도 조행기

내양리수로에서 오룡3지로

바람 피해 갔더니 고향 붕어들 반겨주네

김중석 객원기자·천류 필드스탭

 ▲남쪽 제방에서 바라본 오룡3지.

11월 27일 금요일, 무안의 박경희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도 내양리수로에 잠깐 들러서 새우미끼로 굵은 붕어 네댓 마리를 낚았는데 제대로 공략하면 상당한 조과가 나오겠습니다.”주말엔 고향에서 시제를 모셔야 하기 때문에 낚시는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어차피 고향이 지도읍인지라 일요일 낮 시제 모시기 전까지만 낚시를 해보자고 약속을 했다.
28일 아침, 어제 밤부터 강하게 불어대는 북서풍은 사그라질 줄 모르고 더욱 거세게 불어댔다. 추수가 끝난 내양리수로는 언덕 하나 없이 황량하기만 했고, 그저 차안에서 바람만 보고 있을 뿐 누구도 쉽게 짐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장성에서 내려와 우리와 합류한 신홍준씨가 “여기 말고 다른 데 없을까요?”하고 넌지시 묻는다.
고민하던 중 오룡3지가 떠올랐다. 그래! 오룡3지라면 바람을 피해 이 인원이 충분히 낚시하고도 남을 거야!
오룡3지는 낚시꾼 하나 없이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초가 적당하게 자라고 물색도 우윳빛을 띠고 있어 흡족했다. 제방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어 아늑하기만 했다. 시골 고향집에서 불과 2km 남짓 떨어져 있는 저수지라 내가 어려서부터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두엄자리에서 캐온 지렁이로 붕어를 심심찮게 낚던 곳이다. 더구나 그때 참붕어를 잡아 미끼로 써서 큰 붕어를 낚기도 했던, 어쩌면 내 낚시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주었던 추억이 깃든 저수지다.

▲월척 한 마리씩 들고. 좌로부터 신홍준·이본형·나광국·나상준씨.

참붕어 미끼에 월척이 5마리나…

서쪽 제방에서 낚싯대를 펴던 신홍준씨가 먼저 스타트를 끓었다. 그는 현지민이 던져둔 새우채집망에서 참붕어를 꺼내 바늘에 꿰어 던졌는데 거기에 32cm 월척이 걸려들었다. 첫 입질에 월척이라니, 오늘 어쩌면 마릿수 월척도 낚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나는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마릿수 조황이 가장 좋았던 무넘기 부근에 앉았다. 연안에 뗏장수초가 뻗어있다. 3.5칸대 거리에 부들이 있고 우측에는 갈대가 자라고 있었다. 서둘러 채집망을 담그고 지렁이 미끼부터 던지자 찌올림이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6치 이하의 잔 붕어만 낚여 올라왔다.
오전 11시경 나광국씨가 턱걸이급 월척을 낚아냈다. 제방 모서리인데 역시 참붕어 미끼라고 했다. 6치 이하의 잔챙이 붕어도 참붕어 미끼에 연거푸 낚였다. 중간 단계인 준척은 낚이지 않고 잔챙이 아니면 월척이다.
정오를 넘기면서 소강상태를 보였고, 밤 10시경 박경희씨가 참붕어로 33cm 월척을 낚았다. 그리고 새벽에 이본형씨가 턱걸이 월척을, 나상준씨가 이날 최대어인 34cm 월척을 낚아냈다. 북쪽 제방 수초 없는 포인트에 앉은 나상준씨는 단 한 번의 입질이 월척이었고 이로써 월척만 5마리나 낚게 되었다. 날이 밝으면서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양리수로를 목표로 출조길에 올랐다가 바람에 떠밀려 차선책으로 선택한 오룡3지. 옛 추억도 되살리고 흡족한 조과도 만났으니 오늘의 조행은 성공적이다.

오룡3지

1만평의 평지형 저수지로 1967년 준공됐다. 3면이 제방으로 이루어져 있고 만수위의 수심이 1.5m다. 여름에는 마름과 말풀이 무성하게 자란다. 붕어와 가물치, 장어 정도만 서식하고 날씨가 추워질수록 씨알이 굵게 낚인다. 여름철 배수기에 6~7치 붕어가 지렁이에 잘 낚이고, 참붕어미끼 신병훈련장이라 할 만큼 15cm급 붕어도 참붕어를 덥석덥석 삼키는 곳이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무안나들목을 나와 해제→지도 방향으로 진행, 지도 연육교를 지나 약 2km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신안태양광발전소·태천 방향으로 2.1km 가면 오룡마을 경로당이다. 경로당 앞길을 이용해 우측 시멘트 농로를 따라 약 600m 가면 좌측에 저수지 제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