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동부 돌돔의 화려한 부활 제2탄

초대형 돌돔의 집중포화에 안경섬이 가라앉는다!

지난달에 소개한 통영 국도, 갈도뿐 아니라 남해동부 먼 바다에 있는 섬들은 모조리 돌돔낚시터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8월에는 돌돔 호황지역이 안경섬, 좌사리도, 구을비도로 확산되었다. 그중 최고의 핫코너는 안경섬이었다.

▲ 거제 안경섬의 남여도 낮은자리(줄바위)에 내린 낚시인들이 민장대로 돌돔을 노리고 있다. 건너편 여가 남여도 높은자리다.

거제 난바다의 안경섬에서 돌돔이 터졌다. 그 귀하다는 대형 숫돌돔이 연일 속출했고 40~50cm 돌돔은 얼마나 낚였는지 셀 수가 없다. 8월 초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한 안경섬 돌돔은 민장대와 원투대를 가리지 않고 물고 늘어졌다. 미끼는 역시 보라성게다. 안경섬 돌돔이 왜 국도보다 늦게 터졌을까? 그 이유는 돌돔꾼들이 국도보다 안경섬을 늦게 공략했기 때문이다. 최초탐사팀은 돌돔낚시 명가로 이름난 진주 서부낚시(대표 강오중)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남들이 국도와 갈도에서 포인트 전쟁을 치르고 있던 8월 초(혹은 7월 말)에 거제도 지세포에서 조용히 낚싯배를 전세 내어 안경섬 북여도에 상륙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돌돔 떼와 맞닥뜨렸다.

▲ 19일 북쪽콧부리에서 철수한 낚시인이 6짜 숫돌돔을 보여주고 있다. 안경섬에선 유독 숫돌돔이 많이 낚였다.

참돔, 벵에돔 명당인 줄만 알았더니…

안경섬은 거제도 해금강에서 남동쪽으로 10km 해상의 외딴 섬이다. 1998년에 상륙금지구역으로 묶였다가 2006년에 풀렸다. 북여도와 남여도로 나눠져 있고 참돔, 벵에돔, 부시리가 잘 낚이는 여름낚시터로 유명하다. 그러나 돌돔낚시터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안경섬에 내려본 돌돔낚시인들은 “이런 천혜의 돌돔낚시터가 왜 지금껏 묻혀있었는지 의아하다. 깊은 수심, 맑은 물색, 강한 조류, 거친 암초대 등 무엇 하나 돌돔낚시의 호조건에 빠지는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안경섬이 묻혀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가 열악한 배편 이다. 안경섬은 주변에 다른 섬이 없어서 오직 안경섬만 노린 전세선(일본식 말로 ‘대절선’)을 띄워야 진입할 수 있었다. 거제 남부와 진해의 낚싯배들이 간혹 대여섯 명 이상의 출조인원이 찰 때만 부정기적으로 안경섬을 찾았다.
그리고 출조시간에도 문제가 있었다. 여름에 안경섬으로 출조하는 찌낚시인들은 한낮의 더위를 피하기 위해 새벽 1시경에 출조해서 오전 9~10시면 철수하는 패턴을 고수했기 때문에 낮낚시 위주인 돌돔낚시와는 맞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돌돔으로 인해 출조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거제도 구조라에서 거의 매일 낚싯배가 출항하므로 1인 4만~4만5천원의 뱃삯만 내면 된다. 전세선으로 갈 경우 40만원이 소요된다.

8월 초 북여도 민장대낚시에 첫 대박

내가 안경섬의 돌돔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9월호 마감이 한창이던 8월 10일이었다. 창원 낚시여행프라자 박기령 사장이 “거제 안경섬 돌돔 대박!” 소식을 전해왔다. 박 사장은 “8월 초에 마산, 진주의 민장대꾼들이 북여도에서 대박을 쳤다는 소식을 듣고 출조했더니 북여도엔 자리가 없었다. 대신 남여도에 내려 원투로 5짜 한 마리를 낚았다. 발판이 나빠서 올리다가 떨어뜨린 놈이 세 마리가 넘었다”고 말했다.
8월 19일 정오, 거제도 구조라항에서 포세이돈호를 타고 안경섬으로 출항했다. 박기령씨와 광양의 돌돔 전문꾼 김재영, 이상호씨가 동행했다. 취재 전날까지 안경섬에서는 돌돔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16~17일에 박기령씨가 남여도 줄바위에서 6짜 숫돌돔을 포함해 네 마리를 낚았고, 18일에 창원 낚시여행프라자 정수교 회원이 남여도 북쪽 콧부리에서 6짜를 포함해 돌돔 6마리를 낚아냈다.
부푼 마음으로 남여도 북쪽 콧부리에 내렸는데 그곳에서 오전낚시를 한 정수야영씨가 돌돔 6마리를 꿰미에 매달고 배에 올랐다. 짙은 회색의 60cm 숫돌돔과 50cm가 넘는 암돌돔 두 마리가 우리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돌돔을 너무 많이 낚아 내버린 자리가 아닌가?’ 걱정하자 박기령씨는 “이 자리에서 놓친 돌돔만 낚아내도 지금까지 보지 못한 대박을 경험할 것”이라며 “이 자리는 중썰물과 끝썰물 사이에 소나기 입질이 온다. 물속엔 어마어마한 양의 돌돔이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기껏해야 수십 마리 낚여 나갔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낚싯대를 채 펴지도 않았는데 희소식이 들려왔다. 북여도에 내린 낚시여행프라자 송차경 회원이 민장대로 참갯지렁이를 던져 넣자마자 40cm가 넘는 돌돔을 낚았다는 것이다. 박기령씨는 “안경섬에서 30~40cm 돌돔을 마릿수로 낚고 싶다면 민장대에 참갯지렁이를 써서 중상층을 노리는 것도 좋다”고 했다.

▲ 창원 낚시여행프라자 정수교 회원이 북쪽콧부리에서 돌돔 호황을 맞았다. 끝썰물에 소나기 입질이 왔다고 한다.

정체불명의 폭발에 날아 가버린 꿈

취재팀이 내린 북쪽 콧부리는 돌돔 포인트로 환상적인 곳이었다. 썰물이 정면으로 받혀 포인트 바로 앞에서 두 갈래로 나눠졌다. 수심이 20m가 넘지만 온통 여밭이고 물색은 맑은 코발트블루다. 광양의 돌돔고수 김재영씨는 “정말 죽이는 포인트다. 조류와 물색이 끝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좋을 수는 없는 법일까? 북쪽 콧부리는 듣던 대로 발판이 아주 험했다. 받침대를 박을 장소도 마땅치 않았고 원투하기도 불편했다. 초보자가 내리기엔 부적합한 자리로 보였다. 비좁아서 두세 명이 낚시한다면 줄 관리를 잘해야 했고 조류가 세서 60호 봉돌을 써야 했다.
입질은 금방 왔다. 물돌이가 지나고 썰물이 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예신이 들어오더니 박기령 사장의 낚싯대가 시원하게 차고 들어갔다. 자동걸림이 될 정도의 강력한 입질이었는데 뜻밖에 돌돔이 빠져 버렸다. 박기령씨는 “입질이 시원했지만 큰 돌돔은 아니다. 안경섬 돌돔의 입질은 확실하다. 큰 놈이었다면 더 엄청난 입질이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분위기라면 중들물부터 입질이 빗발칠 거라는 기대에 모두 숨을 죽이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섬이 무너지는 것 같은 진동이 왔다. 마치 어뢰가 폭발한 것 같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후 거짓말처럼 입질이 끊겼다. 그 진동은 실로 대단하여 안경섬 주변의 어선들이 “자리돔이 죄다 떠올라서 건져내는 족족 죽어버린다”고 투덜댈 정도였고, 당시 매물도에 있던 낚시인들도 느꼈다고 한다. 낚시인들은 진해 해군의 함포사격 훈련으로 추정했으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 빌어먹을 정체불명의 폭발에 우리의 꿈은 산산조각 날아 가버렸다. 야영을 하고 다음날 아침까지 노려보았지만 안경섬 전역이 몰황이었다.
안경섬 취재는 다른 낚시인들이 낚은 돌돔을 구경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안경섬의 막대한 돌돔자원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박기령씨는 “남여도와 북여도 사이엔 큰 물골과 함께 큰 수중여가 많이 박혀 있다. 그곳에 항상 돌돔이 살고 있을 것이다. 가을에는 남여도 주변의 깊은 수중여들을 원투로 공략하면 또 한 번 대박이 터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출조문의 창원 낚시여행프라자 017-856-8071, 거제 포세이돈호 011-627-4003, (055)681-9779

▲ 창원 낚시여행프라자 박기령 사장이 8월 17일 촬영한 사진. 남여도 북쪽콧부리 조황으로 숫돌돔이 6짜, 줄무늬는 58cm다.

꿰미의 돌돔까지 털어가는 다이버들, 주의!

안경섬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다이버들의 불법 작살질이었다. 다이버들이 수중 크랙 속의 돌돔들을 작살로 찍어낼 뿐 아니라 밤에 몰래 갯바위로 접근해서 낚시꾼들의 꿰미까지 털어간다고 한다. 김재영씨는 “안경섬 첫 출조때 남여도 높은자리에서 돌돔 세 마리를 낚았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한 마리도 없었다. 밤에 다이버가 들어온 것을 알았지만 꿰미까지 털어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그 후로는 직접 제작한 와이어꿰미를 쓴다. 와이어로 주둥이와 아가미를 관통하고 그것을 다시 고리형 꿰미에 꿰면 절대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날에도 산소통을 맨 다이버가 보트를 타고 가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할 수 있었다. 낚시인들은 “다이버가 보일 때마다 끊임없이 해경에 신고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