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 장신지
밤샘 입질에 시간 가는 줄 몰라
찌불 폭죽 환상
장재혁 객원기자
▲홍성 장신지에서 필자의 앉은 포인트. 잘린 부들수초 언저리와 멀리 보이는 독립수초를 바라보고 대를 폈다.
▲경기 안산에서 온 이현조 씨가 밤낚시 중 옥수수 미끼로 낚은 32cm 월척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5일 충남 태안으로 출조 가는 길에 홍성에 사는 지인과 전화를 통화하다 최근 좋은 조황이 있었다는 장신지를 소개 받고 찾아가 보았다.
장신지는 충남 홍성군 광천읍 장신리에 있는 1만2천여 평(40,000㎡) 규모의 평지형지다. 외래어종이 없고 탁한 물색과 중상류 지역에서부터 상류까지 부들 군락이 자리 잡고 있어 멋진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다.
중후하고 멋진 찌올림의 주인공은 37cm 월척 붕어
낚시터에 도착하니 주말을 맞아 발 빠른 낚시인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나는 수초가 있는 상류 쪽만 둘러보고 해가 지기 전에 중상류의 모래톱이 있는 포인트에 서둘러 자리를 정하고 대편성을 하였다.
새물이 유입되던 모래톱이라 조금 질퍽거리는 불편함은 있었지만 포인트가 마음에 들었다. 찌불을 밝히면서 바람도 멈추고 수면이 고요해 금방이라도 찌불이 솟아오를 것만 같았다. 좌측 두 번째 2.6칸 대 찌에 움직임이 보이더니 한 마디 정도 올리다 다시 내려갔다. 긴장하며 찌가 오르기만 기다렸지만 그게 끝이었다.
정면의 부들을 보고 펴놓은 4.6칸 대 찌가 찌톱을 다 올리고 옆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챔질했다. 수면에서 바늘털이를 하는 것을 봐서는 턱걸이 월척은 되겠다 싶었는데 9치 붕어가 첫수로 나와 주었다. 이제 입질이 시작되었는지 맞은편의 보트낚시인도 연신 챔질을 하며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홍성 장신지에서 거둔 필자의 조과. 37, 32cm 두 마리의 월척과 함께 9치 이하 붕어가 낚였다.
▲이현조 씨의 밤낚시 조과.
▲필자가 입질을 받고 챔질을 준비하고 있다.
▲1만2천평 아담한 규모에 월척이 잘 낚이는 홍성 장신지.
11시쯤 되어서 낚싯대를 만져 보니 이슬이 얼어 손에 얼음이 잡힐 정도였다. 기온이 내려가면서 축축하게 젖어 있던 것들이 얼어가기 시작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새 자정이 지난 시간이 되었다. 맨 좌측 부들수초에 바짝 붙여 놓았던 2.8칸 대 찌가 계속 꼼지락거리더니 움직임 폭이 조금씩 커지면서 결국 찌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찌가 올라와 수초 쪽으로 파고들려고 하는 순간 챔질을 하니 순간 낚싯대로 묵직함이 전해왔고 바늘털이를 하며 올라온 녀석은 37cm 월척 붕어였다.
사실 수심이 50cm 내외로 얕아, 올리는 입질보단 끌고 가는 입질을 예상했는데 중후하고 멋지게 올려 주는 입질이었다. 수온이 내려갔어도 최근 붕어가 낚이는 상황이라면 얕은 수심이라 할지라도 붕어가 습관적으로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 얕은 수심으로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 입질이 없어 차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하고 나와 보니 그 사이 입질이 있었는지 찌의 위치가 달라져 있었다. 입질에 다시 집중해 보지만 가끔씩 약하게 오던 입질도 사라졌다.
▲홍성 장신지에서 낚은 두 마리의 월척을 들어 보이고 있는 경기 이천 낚시인 이의기 씨.
▲필자가 홍성 장신지에서 낚은 37cm 붕어와 함께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굵은 새우 미끼를 준비해 왔더라면…
큰 붕어가 나오려고 잔입질이 사라진 것일까 긍정적인 생각으로 입질을 기다렸다. 그러한 기대와 달리 6~7치 붕어가 낚여 올라왔다. 어느새 새벽 5시가 되었다. 정면 4.2칸 대 찌가 살며시 올라왔다 내려갔다. 슬금슬금 좌우로 조금씩 끌고 다니는 것 같은데 챔질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확실한 챔질을 위해 기다렸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찌가 옆으로 이동하면서 솟아 오르는 것을 보고 챔질했다. 묵직한 느낌의 붕어는 수면에서 바늘털이를 하며 힘을 쓰고 있었다. 조심스레 연안으로 올라온 붕어는 32cm 월척 붕어였다.
붕어와의 신경전에서의 승리 또한 더 없는 낚시의 맛이 아닐까 한다. 날이 밝아오고 해가 떠 오르면서 정면 3.8칸 대의 찌를 몸통까지 올리는 입질에 9치급 붕어를 낚을 수 있었다.
이날 낚시를 마치고 철수 준비를 하면서 굵은 새우가 있었으면 씨알 선별을 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 밤 조황을 살피려 상류에 자리한 낚시인들을 찾아가 보았다. 경기 안산에서 온 이현조 씨는 3주 전에 이곳에서 월척 3수를 낚았고 그 손맛이 그리워서 다시 왔다고 한다. 이번에 2박 낚시를 했는데 살림망 속에는 32cm 월척 두 수 외에 마릿수 준척이 들어 있었다. 미끼는 옥수수를 사용했는데 전날 밤은 입질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또 이천에서 온 이의기 씨도 살림망에 월척급 붕어 두 수 외에 마릿수 붕어를 낚아 놓고 있었다. 새벽 1시부터 입질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내비 주소 은하면 장척리 334-3(카카오맵)
부들 포인트 찾아 밤낚시에 집중
입질 시간은 보통 찌불을 밝히고 8시쯤부터 시작해서 아침 해 뜨기 전까지라고 보면 되는데 그만큼 입질이 꾸준히 들어와 밤새는 줄 모를 정도였다. 새벽 1시부터 월척급 붕어를 기대해 볼만하다. 오전낚시도 해보았는데 밤낚시에 비해 입질 빈도가 낮다. 수심이 얕아 최대한 정숙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가급적 부들 가까이 찌를 세워야 입질을 받을 확률이 높다.
미끼는 옥수수, 지렁이, 참붕어, 새우 미끼를 사용해 보았다. 참붕어는 전혀 반응이 없었고 지렁이는 낚이는 씨알이 대체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나는 주로 새우 미끼로 붕어를 낚았는데 상류에 있는 낚시인들은 옥수수 미끼로 붕어를 낚았다. 포인트 편차와 당일 날씨를 참고하여 두 가지 미끼를 같이 사용해 보고 그중 입질이 많은 미끼를 사용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
새우는 현장 채집이 되는데 수온 변화로 채집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미리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으로 급격한 추위가 오지 않는 한 이러한 조황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가끔씩 바람을 타고 분뇨 냄새가 난다는 것 외에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동네 어르신이 수시로 오고가며 낚시인들이 쓰레기를 버리는지 감시를 하고 있으니 보시면 따뜻한 인사 한 마디 건네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