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조행｜무안 홀통 배낚시

감성돔의 바다, 무안 탄도만

김진현 기자

무안 탄도만! 그곳엔 감성돔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낚은 감성돔을 다 깔아놓고 찍으면 남획이라고 욕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안 24시포인트낚시 박재용 사장과 회원들이 “뭘 이 정도 가지고 놀라느냐”고 하지 않았다면 아마 절반쯤은 걷어내고 사진촬영을 했을 것이다.

▲  “왔다! 왔어!” 쉴 새 없는 감성돔의 입질에 두세 명이 동시에 파이팅을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전남 무안군의 탄도만은 신안군의 지도와 무안군의 망운면, 운남면에 둘러싸여 있는 큰 만이다. 사실 겉보기엔 그저 그런 바다다. 멋들어진 섬도 없고 물색이 탁한데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간조 땐 탄도만의 삼분의 일이 갯벌로 드러난다. 갯바위낚시를 할 곳은 거의 없고 갯바위라 할 것도 없다. 
하지만 배낚시를 하면 상황은 다르다. 섬과 섬 사이 물골이 온통 감성돔 밭이다. 5월부터 10월까지 이곳 탄도만은 산란기를 전후한 감성돔들의 집단 서식처로 되는데, 이미 10여 년 전부터 처넣기식 배낚시로 명성을 떨쳤고, 6~7년 전부터 선상찌낚시를 시작한 후엔 조과가 급상승하면서 낚시인들의 발길이 날로 늘고 있다. 특히 봄에 6짜급 대형 감성돔이 올라오고 가을엔 30cm 안팎의 살감성돔이 무더기로 낚인다. 그렇다고 해서 카고낚시로 마구잡이식 남획이 벌어지는 곳은 결코 아니다.  

▲ 갈치를 낚은 박재용 사장. 3~4년 전부터 갈치도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한 배에서 감성돔 100마리! “이런 조황이 날마다 반복”

9월 26일 조금물때. 소문으로만 듣던 무안 감성돔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무안 24시포인트낚시 회원들과 탄도만을 찾았다. 출항지는 현경면 오류리에 있는 홀통 포구였다. 출항지 이름을 따서 탄도만 일대를 ‘무안홀통’이라 부르기도 한다.
새벽 5시, 감성돔 배낚시치고는 이른 시간에 출항했다. 박재용 사장은 “최근 1~2년 사이에 낚싯배가 늘어나서 이젠 이곳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예전 같으면 물때에 맞춰 오후에도 나가곤 했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를 부릴 틈이 없습니다.”하고 말했다.
박재용 사장의 낚싯배엔 나를 포함해 총 7명이 탔다. 정원은 8명. 선체가 길고 선실이 작은 선외기라 6~7명이 낚시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포인트까지는 10분 정도 걸렸고 박 사장이 닻을 고정하자 회원들은 채비를 시작했다.
찌가 겨우 눈에 들어오는 어둑새벽부터 낚시를 시작했는데 20분도 지나지 않아 박재용 사장이 마수걸이를 했다. 30cm 남짓한 감성돔을 들고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나중에 썰물이 되면 씨알이 좋아질 겁니다. 조금 더 큰 씨알이 낚이면 촬영을 하죠.”하며 여유를 부렸다.   

▲ 동이트기 전에 출조하고 있는 낚시인들. 

“매일 낚아내도 내일 가면 또 낚입니다”

사실 내 머릿속엔 ‘잔챙이 감성돔 몇 마리로 끝나는 건 아닐까?’하는 의심도 있었다. 배낚시도 운이 좋아야 제대로 손맛을 보지 항상 대박이 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박 사장의 마수걸이를 시작으로 입질은 거의 2~3분에 한 번씩 왔다. 마치 양식장에서 고기를 주워 담는 듯했다.
나도 참다못해 박재용 사장에게 낚싯대를 빌렸다. 낚싯배 바로 앞에 채비를 내려서 흘려주니 찌가 슬며시 잠기고 낚아채니 감성돔이 올라왔다. 운이 좋았나 싶어 다시 흘려보니 다시 입질, 또 다시 입질했다. 다른 회원들도 계속 감성돔을 낚아냈다. 놀랍기보단 어이가 없을 정도.

▲ 송강인씨가 땟깔 좋은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원래 이렇게 감성돔이 많습니까? 아니면 오늘만 유달리 입질이 많은 겁니까?” 
“탄도만 아래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인공어초가 깔려 있습니다. 제가 GPS에 찍어 놓은 곳만 해도 80군데가 넘어요. 희한한 건 매일 이렇게 낚아도 내일 되면 또 이만큼 낚인다는 겁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섯 명이 모두 동시에 입질을 받고 파이팅을 해야 구경거리라고 할 수 있죠.” 박 사장의 말이다.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아 질문을 이어갔다.
“인공어초가 깔려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감성돔이 잘 낚이는 것은 아니던데요. 남해도나 광양만, 여자만에도 인공어초가 무수히 깔려 있지만 이만큼 호황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저도 그 부분은 의문이에요. 어찌된 영문인진 몰라도 낚싯배는 늘어났지만 조황이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감성돔이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시즌마다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인공어초가 한두 개 있는데 웬만큼 낚아내면 조황이 시들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낚이는 것은 저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어디선가 계속 감성돔이 들어오는 모양이에요.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3년 전부터 전갱이가 낚이기 시작했고 다소 물색이 맑아졌고 전에 없던 산호가 걸려나온다는 겁니다. 확신할 순 없지만 무슨 변화가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 “요놈들은 제법 쓸만하네요.” 무안 24시포인트낚시 회원들이 감성돔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손명선, 김동근, 송강인, 박재용씨.

인공어초 주위에 온통 감성돔

박 사장과의 대화 중에도 감성돔은 계속 낚였다. 조류에 밀려서 배가 포인트를 이탈하는 것 같으면 입질이 끊어지거나 15cm 내외의 잔챙이가 덤벼들었다. 복어나 밴댕이 같은 잡어도 극소수였고 가끔 갈치가 채비를 끊고 달아나는 것만 빼면 낚시하는데 문제도 없었다.
물돌이땐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고 썰물이 되자 다시 입질을 했다. ‘어제 썰물에 씨알이 좋았다’는 박 사장의 말이 생각남과 동시에 10cm는 더 굵어진 감성돔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낚시를 한 송강인씨는 40cm 넘는 감성돔을 여러 마리 낚아냈다.

▲ 취재당일 거둔 조과.

우스운 것은 김재영씨는 감성돔을 살리기 위해 낚는 족족 바늘을 끊어내고 다시 묶어 쓰다 보니 목줄이 30cm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계속 감성돔을 낚아냈다는 것이다. 내가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뱃전에 걸쳐놓은 낚싯대에도 감성돔이 여러 번 물고 늘어졌다.
“이젠 그만 낚고 들어가서 쉽시다.”
박 사장의 말에 회원들은 낚시를 접었다. 오후 1시까지 낚은 감성돔은 약 100마리. 방생한 잔챙이와 들어 올리다 떨어진 놈, 목줄을 끊고 달아난 놈을 합하면 입질 받은 횟수는 150번이 넘을 것이다. 한편으론 이렇게 낚아내면 감성돔 씨가 마르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낚일까요?”
김동근씨가 말했다.
“10월 중순쯤 돼서 다시 와보세요. 그땐 40cm 내외가 마릿수로 낚입니다. 그때가 진짜 피크죠.” 
출조문의 무안 24시포인트낚시 010-3820-6616

탄도만 배낚시 Check Point

●채비-1.5~2호 구멍찌 선호
현지 낚시인들은 주로 1.5~2호 구멍찌를 쓴다. 채비를 빨리 내리기 위해서다. 같은 호수의 막대찌를 선호하는 낚시인도 많다. 조류가 잘 가지 않을 땐 제로~2B 구멍찌로 전유동 낚시도 가능하며 입질이 약해졌을 때도 저부력 구멍찌를 쓴다. 목줄 길이는 1.5~2m면 적당하고 바늘은 감성돔용 3~4호를 쓴다.

●물때-조금 전후가 좋다
박재용 사장은 “주로 조금 전후에 낚시를 하지만 조고차가 심하지 않을 땐 사리 때도 낚시를 한다. 조금, 사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고차가 중요하다. 조고차가 400 이하면 낚시가 가능하다. 물이 많이 들고나는 날엔 뻘물 때문에 낚시가 힘들다”고 말했다. 참고로 박재용 사장은 뻘물이 심한 날엔 아예 출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즌-올해는 겨울에도 탐사할 전망
감성돔은 3월부터 11월 중순까지 낚인다고 한다. 3~5월에 큰 감성돔이 낚이고 8~9월엔 30cm 내외가 마릿수로 낚이다가 10~11월엔 40cm 내외의 감성돔이 많이 낚인다고 한다. 박재용 사장은 “올해는 12월 이후에도 탐사를 해볼 생각이다. 아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만의 입질지점을 찾아라
입질지점은 어초다. 따라서 어초를 벗어나면 입질을 받기 힘들다고 한다. 문제는 어초가 한곳에 뭉쳐있는 것이 아니라 한두 개씩 산개해있다는 것이다. 배낚시의 특성상 옆 사람의 자리에 캐스팅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채비를 조금 멀리 흘려주더라도 자기자리 앞의 입질지점을 찾아야 한다. 바닥이 뻘이기 때문에 밑걸림이 생기는 자리라면 어초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곳이 입질지점이다.

●경험 많은 선장의 전용선을 타야 조과 보장
최근 탄도만 일대의 감성돔 배낚시가 인기를 누리면서 많은 낚싯배들이 생겼지만 모두 호황을 누리진 못한다고 한다. 박재용 사장은 “어초 중에서도 감성돔이 많이 붙어있는 어초는 따로 있다. 그곳을 정확하게 짚고 들어가야 조과가 좋다. 낚시선이 아닌 경우엔 GPS나 어탐기가 없어 순전히 감으로 포인트에 진입하는데 그런 식으로는 정확한 포인트에 들어가기 어렵고 조과가 나쁠 경우 2차 포인트로 이동하기도 어렵다. 현재 탄도만 일대엔 소형 좌대나 전마선, 선외기가 많지만 조과가 불확실한 곳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