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방파제 감성돔 대풍

한가위 고향손맛 제대로 봤습니다!

김진현 기자

“인터넷 조황을 보면 근거리 동네낚시터에 대한 솔깃한 정보가 없다.”
바다낚시인들 사이에 나도는 이 말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먼 바다로 낚시인을 안내해야 이윤이 남는 선장이나 낚시점 입장에선 동네낚시터의 호황소식을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 가을의 절정에서 남해안 곳곳에는 감성돔이나 농어, 삼치 등이 깜짝 놀랄 만큼 가까운 곳까지 들어와 있다. 

▲ 내항에서 본 동방파제. 발판이 높기 때문에 6m 뜰채가 필수다. 만조에도 5.4m는 닿지 않는다.

추석을 맞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기 직전, 마지막 취재지를 고르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목표는 돌돔. 취재일정에 여유가 없어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삼부도와 손죽열도를 놓고 열심히 저울질하고 있는데 부산 대명낚시 김성춘 사장이 뜻밖의 소식을 전해왔다.
“요즘 부산 동방파제에서 감성돔이 잘 낚입니다. 씨알은 30cm 전후 딱 가을사이즈지만 마릿수가 끝내줍니다. 요즘 우리 회원들은 전부 동방파제로 출퇴근합니다.”
그렇게 해서 바로 부산으로 직행했다. 9월 30일 오전 6시, 부산 감천만 입구에 있는 동방파제에서 부산 대명낚시 이덕수, 김유곤, 김흥규 회원을 만났다. 방파제는 예전 그대로였지만 주변 분위기는 많이 달라진 모습. 방파제 입구에 환경관리공단이 들어서면서 도로가 뚫려 진입이 훨씬 수월해졌고 차로 공단건물 안까지 갈 수 있었다. 주차장도 무료며 화장실도 개방돼 있었다.

▲ 방파제 입구 외항에 있는 갯바위에서도 감성돔이 잘 낚였다. 도보로 진입 가능.

막대찌를 쓰는 이유가 있구만!

감성돔 호황소식에 이미 방파제는 북새통이었다. 외항 전역에 낚시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주변 갯바위와 방파제 맞은편 머리섬에도 낚시인이 내려 있었다. 멀리 반대편에 있는 서방파제에도 낚시인이 제법 많아 보였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낚시가 제대로 됩니까?”
“현재는 외항 전역에서 감성돔이 잘 낚여 자리싸움 같은 것도 없고 잘 낚는 사람은 열댓 마리씩 낚아가기도 해요. 낚시를 안 해서 그렇지 내항에서도 감성돔이 잘 뭅니다. 아마 조과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저도 어제 열 마리 정도 낚았는걸요.” 이덕수씨가 말했다.

▲ 감성돔이 낚이기 시작해 낚시인으로 북새통을 이룬 부산 동방파제. 외항이 주 포인트로 11월 중순까지 감성돔이 낚인다.

이미 살림망를 띄워놓은 낚시인이 더러 있었다. 수심이 12~13m라는 말에 나는 1.5호 구멍찌 채비를 했다. 회원들은 0.8~1.5호 막대찌를 썼다. 주변을 둘러보니 대부분 막대찌를 쓰고 있었다. 김유곤씨는 “저도 처음 동방파제에 왔을 땐 구멍찌를 썼어요. 그런데 발판이 높다보니 구멍찌의 경우 약한 어신이 잘 보이지 않더군요. 결국 막대찌로 바꾸고 나서야 감성돔을 낚을 수 있었죠.”하고 말했다.
하지만 채비를 다시 바꾸기 귀찮아서 그대로 썼는데 웬걸? 채비를 내리고 뒷줄을 살짝살짝 잡아주니 구멍찌가 스멀스멀 내려갔고 이내 화사한 은빛이 감도는 감성돔을 낚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줄을 잡고 있으니 채비가 떠내려가지 않아 주변 낚시인에게 방해가 되었고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지는 막대찌에 비하면 어신이 명확하지 않았다. 내가 감성돔을 두 마리 낚는 동안 회원들은 서너 마리씩 낚아 올렸다.

▲ “요즘 동방파제 감성돔 조황이 끝내줍니다.” 부산 대명낚시 이덕수(좌), 김유곤 회원이 오전에 낚은 감성돔을 펼쳐놓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오랜만의 호황, 11월까진 쭉 갈 듯”

오전 11시쯤 되니 외항 전역에는 감성돔이 든 살림망들이 가득 떠 있었다. “동방파제가 매년 이렇게 감성돔 호황을 보이느냐”고 물으니 이덕수씨는 “이 정도는 아니지만 늘 꾸준한 조황을 보인다. 전갱이나 삼치, 갈치가 들어오는 시기가 해마다 다르기 때문에 호황시기가 달라져서 그렇지 매년 11월까지 감성돔이 잘 낚인다. 지금은 씨알이 30cm 내외지만 10월 중순이 지나면 40cm가 넘는 감성돔이 제법 많다”고 말했다.
이덕수씨는 “삼치가 들어오면 감성돔을 낚기 어렵다. 감성돔을 끌어내다 삼치에게 뺏기는 수도 있고 이빨이 날카로운 삼치가 채비를 물어 끊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와이어목줄을 써서 삼치를 낚고 삼치가 빠졌다 싶으면 다시 감성돔을 노린다. 감성돔의 씨알이 굵어지는 10월 중순엔 삼치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동방파제엔 잡어도 없고 가끔 숭어가 한두 마리 낚일 뿐 낚는 족족 감성돔이다. 지금은 씨알이 작지만 10월 중순이면 큰 감성돔이 낚이기 때문에 6m 높이의 방파제로 들어올리기 힘겹다. 그때는 2호대를 써서 들어뽕을 하든지 6m짜리 뜰채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올 가을은 오랜만에 감성돔이 호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덕도가 있는 진해 쪽도 좋고 다대포, 송정, 태종대 등 여러 곳에서 감성돔이 낚입니다. 특이한 것은 어디를 가나 잡어가 거의 보이지 않고 낚으면 감성돔이라는 겁니다.” 이덕수씨의 말이다. 
조황문의 송도 애경낚시 051-253-7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