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 노송1지

 

겨울 새우낚시 특수 실종
옥수수 미끼에

월척이 줄줄이
이영규 기자

 

해남 지역의 소류지는 초겨울 새우빨이 좋기로 유명하다. 중부권 물낚시가 마감기에 접어드는 11월 중순부터 겨우내 새우에 활발한 입질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상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새우, 참붕어 같은 생미끼 대신 딱딱한 옥수수가 초겨울 대물 붕어낚시의 특효 미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2월 26일 옥수수 미끼에 월척 붕어를 마릿수로 배출한 노송1지. 사진은 좌안 상류 홈통으로 취재 전날에도 마릿수 조과를 보였다.
▲내비에는 노송1제, 노송1지, 노송1저수지로도 검색이 잘 안 된다. 차라리 ‘산이면 노송리 111-1’를 입력하는 게 빠르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과 마산면 경계에 있는 노송1지는 2천평 남짓한 소류지다. 해남읍과 산이면소재지를 잇는 806번 지방도로와 붙어 있어 인근 영암호와 금호호호 수로낚시터를 찾는 낚시인들에게는 꽤 낯이 익은 곳이다.

나 역시 인근 오호제와 연구지 등을 찾을 때 노송1지를 지나쳐 왔는데 직접 낚시를 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취재 예정은 진도 연동수로에서의 겨울 물낚시였다. 그러나 예상 못한 빈작에 일정을 하루 더 연장해 노송1지를 찾은 것인데, 동행한 군계일학 성제현 대표가 긴급히 레이더를 돌려 둘째 날 취재지로 낙점했다.
한편 노송1지로 이동하는 와중에 가장 고민이 됐던 건 미끼였다. 원래 해남 지역 저수지는 초겨울에 새우낚시가 잘 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는 10년 전, 사교지 겨울 물낚시에서 새우 미끼로 큰 재미를 봤던 터라 기대감이 한층 컸다. 그래서 부족한 새우 미끼를 사러 목포까지 나갔다 올까 했으나 성제현 씨의 한 마디에 멈칫했다.
성제현 씨는 “이 기자님, 노송1지에서 전날 1박한 낚시인이 그러는데 새우가 아니라 옥수수로 다 낚았다는군요. 새우는 전날 채집해 놓은 게 있으니 일단 옥수수와 새우를 반반씩 써보며 낚시해보자구요. 두 미끼 간 우열을 테스트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성제현 씨가 첫 입질로 낚아올린 34.5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광주 얼레붕어낚시카페 회원들이 제방에 동일레저의 대좌대를 깔고 밤낚시를 준비 중이다.

 

성제현 씨, 첫 입질에 34cm 포획
진도 연동수로에서 해남 노송1지까지는 약 40여 킬로미터로 1시간 남짓 걸렸다. 오전 11시경 현장에 도착해보니 제방에 이미 3명의 낚시인이 동일레저의 대좌대를 멋들어지게 설치해 놓고 있었다. 광주에서 온 얼레붕어낚시카페 회원들이었다. 성제현 씨는 제방 맞은편에 해당하는 최상류에, 나는 제방 좌안의 경사면에 자리를 잡았다. 수심은 성제현 씨 자리가 2m 내외였고 내 자리도 큰 차이는 없었다. 수심이 비슷해도 겨울에는 긴 대에 입질이 활발한 법. 그래서 나는 가장 긴 6칸부터 4.2칸까지 총 7대를 편성했다. 양 사이드에는 나뭇가지가 뻗어 나와 있어 3.2~3.4칸 대 3대만 펼쳐 가까운 연안을 노렸다.
대편성을 다 마쳤을 즈음 전날 좌안 상류 코너에서 낚시한 서울 낚시인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부탁한 그 낚시인은 내가 앉은 자리가 노송1지에서 최고의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전날 밤에도 월척으로 추정되는 큰 고기들이 첨벙대는 소리가 내 자리에서 자주 들렸다는 것. 그럼에도 자리가 비어있던 이유는 주차 장소에서 거리가 멀고, 지대가 높아 대편성이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차한 도로변에서 내 자리까지는 고작 150m 남짓. 그러나 요즘 낚시인들은 50m 걷는 것도 힘들다며 엄살을 피운다. 또 급경사지대라 발판을 놓기 불편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만큼 긴 대와 긴 뜰채를 사용하면 될 게 아닌가. 그만큼 요즘 낚시인들은 너무 편한 낚시만 추구하는 경향이 과거보다 강해졌다. 그 덕분에 나처럼 거칠고 험한 포인트를 좋아하는 낚시인들이 덕을 보는 요즘이다.
낮에 내 자리에 와본 성제현 씨도 내 자리에 눈독을 들였지만 이날은 방송촬영을 겸한 터라 어쩔 수 없이 공간이 넓은 상류에 자리를 잡았다. 상류는 고운 마사토 바닥이라 썩 좋은 여건은 아니었다. 대신 성제현 씨는 6칸부터 4.8칸 위주의 긴 대로 마사토 바닥 너머를 공략하기로 했다.
초저녁에는 새우와 옥수수를 반반씩 꿰어 어떤 미끼에 반응이 오는지를 살피기로 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외로 빨리 나왔다. 날이 어두워진 직후인 밤 7시경 성제현 씨의 4.4칸 대에 34.5cm 월척이 올라온 것. 미끼는 옥수수였다. 이후 나에게도 밤 8시경 33.5cm 월척이 올라왔는데 역시 5.6칸 대에 꿴 옥수수 미끼에 걸려들었다. 반면 새우에는 잔챙이가 덤비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잡어의 입질만 지속됐다.
순간 나는 ‘이거 옛날의 해남권 소류지를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붕어들의 먹성이 이렇게 완전히 뒤바뀌다니…’하는 생각이 뒤통수를 스쳤다.

“한 겨울 옥수수낚시에 이게 웬 횡재인가요?” 군계일학 회원 이계룡(왼쪽), 손태성 씨가 월척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 도로변에 앉은 이계룡 씨가 월척을 걸어내고 있다.

 

▲ 취재일 사용한 새우와 옥수수. 옥수수에 씨알과 마릿수 모두 좋았다.

 

▲ 성제현 씨가 취재일 밤낚시로 거둔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 낮케미와 밤낚시용 케미가 들어있는 소품통.

 

▲ 루프탑 텐트를 설치한 SUV 차량.

 

▲ 성제현 씨가 사용한 스위벨 채비. 먹기 좋은 작고 부드러운 옥수수를 한 알 꿰어 월척을 낚아냈다.

 

▲ 도로변에서 바라본 노송1지. 정면에 보이는 경사면이 최고의 씨알 포인트다.

 

▲ 기자가 좌안 경사면에서 거둔 조과.

 

▲ 노송1지 최상류에서 채비를 던져 넣고 있는 성제현 씨.

 

▲ 취재 전날 서울 낚시인이 상류 좌측 홈통에서 올린 마릿수 조과.

 

옥수수 특효에 새우는 찬밥 신세
황급히 바늘에서 새우를 모두 빼내고 미끼를 전부 옥수수로 교체했다. 그때까지 새우 미끼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이후로 30분~1시간 간격으로 입질이 들어왔는데 9치가 넘는 굵은 놈들은 대부분 몸통까지 올리는 시원한 입질
을 보였다. 7~8치급은 약간 까부는 입질이었다. 그래도 새우보다는 찌올림이 시원해 어렵지 않게 챔질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새벽 2시 무렵까지 2마리의 월척을 올릴 수 있었다.
같은 시간 성제현 씨도 월척을 추가하며 손맛을 즐겼다. 마릿수는 나보다 두 배는 많아보였다. 성제현 씨는 “바닥이 고운 모래라 붕어들이 미끼 흡입에 불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 옥수수를 작고 부드러운 것을 꿴 것이 주효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벽 1시 무렵까지 꾸준히 들어오던 입질은 2시경에 접어들자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아침에 비 예보가 잡혀 저기압이 깔린 탓인지 갈수록 입질도 예민해졌다. 새벽 3시경에는 바람까지 강해졌다. 전형적인 겨울비를 부르
는 기분 나쁜 바람이었다.
잠시 차에서 자고 나와 7시경 다시 옥수수를 꿰어 던지자 10분도 안 돼 6칸 대의 찌가 솟았다. 아침 첫 입질에 턱걸이 월척이 올라왔다. 이쯤 되면 노송1지에서만큼은 옥수수 미끼가 최고라고 봐도 문제가 없을 듯했다.
이후로는 씨알이 7치 이하로 잘아지고 빗방울도 한 방울씩 떨어져 대를 접었다. 대를 다 접고 나니 9시가 다 됐는데 그때까지도 성제현 씨는 보슬비를 맞으며 찌를 응시하고 있었다. 밤새 올린 월척 2마리와 15마리가 넘는
조과에도 그는 성에 차지 않는 듯했다.

 

수온이 최저로 내려간 후에도 옥수수가 잘 먹힐까?
그렇다면 노송1지의 겨울 호황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아쉽게도 취재팀이 철수한 직후 해남 지역에도 혹한이 몰아쳐 1월 둘째 주 현재 노송1지를 비롯한 대다수 소류지가 얼어붙었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현재로선 얼
음이 녹을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취재에 동행했던 광주 낚시인 이계룡(군계일학, 얼레붕어낚시카페 회원) 씨는 기자와의 최근 전화 통화에서 “올해는 윤달이 끼어서인지 늦게까지 물낚시가 잘 된 편입니다. 취재일에 옥수수가 잘 먹힌 것도 그런 이유일 수
있죠. 그렇다면 과연 결빙이 될 정도로 수온이 내려간 직후의 물낚시에도 옥수수가 잘 먹힐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상류권이라도 해빙이 되면 또 다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라며 근황을 전해왔다.
겨우내 좋은 기사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나로서도 꽤나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생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