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감성돔 접전지를 가다_삼천포 & 남해도

초겨울 감성돔도 내만이 강세

삼천포-10월 들어 매일 무더기 입질, 씨알 피크는 11~12월, 남해도-창선 장곶이, 남해 가촌·항촌 30cm 마릿수 점입가경

ㅣ김진현 기자ㅣ

삼천포와 남해도는 가을 감성돔 명당과 초겨울 감성돔 명당이 구분되지 않는다. 가을 호황이 그대로 초겨울까지 이어지며 주로 내만에서 대박이 터진다. 11월 초 현재 30cm 안팎의 감성돔들이 삼천포 내만과 남해도 본섬에서 놀라운 마릿수 호황을 보여주고 있다.

▲ 김재홍(좌)씨와 진승준씨가 신나게 손맛을 보았다.

▲ 제법 힘을 쓰는 감성돔을 건 진승준씨.

감성돔 호황터를 찾아 이곳저곳에 문의한 결과 한국프로낚시연맹 진승준씨로부터 “삼천포에서 하루에 감성돔 오십 마리는 족히 낚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삼천포의 호황이 대단할지 몰라도 동네낚시터인 삼천포는 조금 ‘없어’ 보이는 게 사실 아닌가. 그래서 다른 곳은 없냐고 물었더니 “지금 만재도는 참돔이 낚이고 거문도는 부시리, 벵에돔, 상사리가 낚인다. 그러나 감성돔을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데 취재날인 10월 21일, 폭풍이 몰아쳐 먼 바다는 낚싯배가 뜰 수 없는 상황. 어쩌겠는가, 삼천포로 가야지…. 다행히 삼천포는 태풍만 아니면 낚싯배가 뜬다고 했다.
진승준씨와 나 그리고 한국프로낚시연맹 김재홍(동원크릴 필드스탭 팀장)씨가 취재팀이 되었다. 나와 진승준씨는 순천에서 출발했고 김재홍씨는 함양에서 출발했는데 모두 한 시간 만에 삼천포에 도착했다. 삼천포는 대전통영고속도로가 난 뒤 경기도나 충청권에서 가장 가까운 남해바다가 되었다.

▲ 동시에 감성돔을 히트했다. 오전에 내린 삼천포 화력발전소방파제에서는 30cm 내외의 감성돔이 계속 입질했다.

마릿수 하나는 끝내준다!

22일(5물) 오전 6시, 여명이 밝아올 무렵 삼천포 해림낚시(대표 김군상)의 배를 타고 포인트로 나갔다. 취재팀은 삼천포 화력발전소방파제 건물 뒤편에 있는 넓은 하역장에 하선했다. 이런 곳이 12월 감성돔 예상 접전지라고? 내가 의심의 눈초리를 하며 “눈만 붙은 감생이가 왕창 낚이는 건 아니겠죠?”라고 물으니 김재홍씨는 “어제 하역장 가장자리에서 40cm 감성돔이 마릿수로 낚였어요. 이틀간 엄청 나온 모양이에요. 하역장 가운데 지점은 마릿수 조황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와 진승준씨는 가장자리에서 낚시했고 김재홍씨는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1호~1.5호 구멍찌로 반유동 채비를 꾸렸다.
가장자리는 조류가 가지 않아서 그런지 입질이 없었다. 반면 김재홍씨가 선 가운데 자리는 첫 캐스팅에 감성돔 입질이 왔다. 멀리서 보니 30cm. 얼른 자리를 옮겨 채비를 던지니 바로 입질이 온다. 역시 그만한 씨알. 큰 씨알은 아니지만 폭풍 입질이 계속되었다! 잡어도 없고 수심도 낚시하기 적당한 7~8m. 입질은 대부분 전방 10m 내외에서 왔고 조류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발전소 하역장이라서 모양새가 좀 빠지긴 해도 정말 대단한데요! 감생이가 우글우글한 모양입니다.” 감탄한 내가 소리쳤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양의 감성돔이 낚일 수 있는지 의아하기도 했다. 진승준씨는 “다이버인 친구에게 들은 얘긴데 최근 몇 년간 시행한 인공어초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어서 내만에 고기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예전에 뿌렸던 인공어초는 조류에 다 쓸려가거나 파묻혔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이단식 아파트형 인공어초는 성공률이 높다더군요. 또 어초의 콘트리트 외형에 FRP를 부착해서 패류 등이 빨리 붙기 때문에 성과가 빠르게 나타난 결과라고 합니다. 겨울이 되면 고기들이 죄다 내만의 인공어초에 붙어 있는데 고기가 어찌나 많은지 접근하기 무서울 정도라더군요. 현재 삼천포 일대가 그렇고 남해와 광양 사이의 광양만 그리고 동해 전역이 인공어초 사업에 성공한 곳이라 합니다”라고 호황의 이유를 설명했다.  

새로운 인공어초가 내만을 황금어장으로 바꾸고 있다

오전 9시까지 30마리의 감성돔을 낚았을까? 조류가 서서히 약해지더니 감성돔의 입질이 줄고 잡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잡어는 전갱이, 농어 새끼, 볼락, 복어, 달고기 새끼였는데 그중에서도 엄청난 양의 달고기 새끼가 가장 문제가 되었다. 따돌리기 위해서는 원투해서 채비를 가라앉힌 후 입질지점으로 끌어와야 했다. 아니면 감성돔 낚시를 잠시 접고 루어대를 준비해 갑오징어를 낚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다. 김재홍씨는 갑오징어를 낚았다. 잡어의 성화가 심해져 낚시를 쉬었다. 김재홍씨는 “물이 가기 시작하면 잡어가 사라진다”고 했다.
그런데 방파제 주변엔 낚시인이 많은 반면 건너편 갯바위에는 단 한사람도 보이지 않는 게 이상했다. 김재홍씨는 “아직 갯바위엔 감성돔이 붙지 않았다. 11월이 되어야 갯바위에 붙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심 많은 나는 ‘내려서 낚시해본 적 있는가’ 물었고 “없다”는 대답을 듣고는 갯바위도 탐사해보자고 했다.
해림낚시 김군상 선장에게 포인트 이동을 요청하자 그는 “올해 한 명도 내려보질 않아 조황은 장담할 수 없다. 원한다면 내만 입구의 농여에 내려주겠다. 감성돔이 가장 오래 붙어 있는 곳이다. 썰물에 감성돔이 무는데, 낚인다면 발전소 일대보다 씨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 1.5호 구멍찌 채비(좌)와 미끼로 사용한 경단(우).

농여는 육지와 약간 떨어진 편평하고 넓은 바위로 주변은 아주 거친 여밭이며 조류가 빠르게 가고 있었다. 겉보기엔 발전소 일대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채비를 던져보니 수심은 4~7m로 아주 불규칙해 모두 전유동 채비로 교체했다. 조류에 채비를 흘리니 농어 새끼가 먼저 올라왔다. 하지만 곧 조류가 바뀌더니 농어 새끼는 자취를 감추고 정적이 흘렀다. 물돌이를 지나 들물이 시작된 것 같았다. 그때 진승준씨가 입질을 받았다. 고기가 계속 갯바위 옆으로 내달려 숭어인 줄 알았으나 올려보니 40cm급 감성돔이었다. 들물엔 35cm 감성돔이 두 마리 더 올라왔다. 농여는 마릿수가 떨어졌지만 씨알은 더 컸다. 썰물에 낚시를 하지 않은 것이 너무 아쉬웠다.
김재홍씨는 “농여는 내가 초겨울에 즐겨 내리는 자리다. 10월에는 내린 적이 없는데 벌써 감성돔이 붙었을 줄은 몰랐다. 이 자리는 11월 중순 이후에 위력을 보이고 대박은 12월에 터진다. 몇 해 전 크리스마스에 이곳에 내려 50cm 감성돔을 타작한 적이 있다. 방파제가 붐벼도 이곳은 늘 한적하여 마음만 먹으면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출조문의 삼천포 해림낚시 011-873-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