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에 담긴 초심을
다시 되새기며

낚시춘추가 낚시인 여러분의 사랑으로 창간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잡지에 낚시춘추가 이름을 올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발행인으로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우선 이 기쁨을 낚시춘추를 창간하신 고 한형주 박사님, 그리고 낚시춘추를 지금의 잡지로 키워내신 고 정효섭 회장님과 나누고 싶습니다. 더불어 낚시춘추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원로 낚시인 여러분, 50년 동안 변함없이 낚시춘추를 사랑해주신 애독자 여러분, 낚시춘추 지면에 광고를 실어주신 광고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낚시춘추는 우리나라 최초의 낚시월간지입니다. 1971년 창간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50년간 한 호도 빠지지 않고 매월 우리나라의 낚시를 글과 사진으로 담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발간된 낚시춘추가, 창간 기념호인 2021년 3월호를 맞아 596권에 이르고, 1월호부터 12월호까지 12권의 낚시춘추를 하나로 묶은 합본호가 49권에 달합니다.
600권에 가까운 낚시춘추에는 가치가 높은 낚시 사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요즘은 여러 잡지와 케이블방송에서 낚시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70년대, 80년대 낚시는 오로지 낚시춘추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낚시춘추의 지난 50년은 곧 우리나라 낚시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담은 낚시기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선대 낚시인이 남긴 큰 발자취를 다시 돌아보며 그 뜻을 헤아려보고자 합니다.
먼저 선대 낚시인은 지역마다 낚시 장르마다 서로 다르게 부르고 있던 각 낚시용어를 하나로 정리하여 「통일된 낚시 용어집」을 발간하였습니다. 낚시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낚시인은 통일된 낚시 용어를 통해 더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통일된 낚시용어는 우리나라 낚시기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고 낚시산업에도 활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또한 선대 낚시인은 낚시인의 조직화를 이끌어 낚시인의 권익 보호에 앞장섰습니다. ‘한국낚시진흥회’를 비롯해 지역별, 낚시 분야별로 만들어진 낚시단체를 통해 낚시계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선대 낚시인들이 낚시문화 발전을 위해 쏟은 노력은 지금도 후대 낚시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전국학생낚시대회’, ‘전국부부낚시대회’, 그리고 각종 프로낚시대회와 같이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낚시대회를 개최하여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낚시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낚시터 청소의 날’, ‘5.5클린운동’ 등의 낚시환경정화운동을 적극 펼쳐 낚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을 이뤄냈습니다.
이외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낚시인들의 발자취가 담긴 우리나라의 낚시 기록이 낚시춘추에 은하수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기록자로서 낚시춘추의 50년 전 첫 출발은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레저라는 개념이 희박한 시절에 낚시는 생활 속 소박한 취미활동이었고 몇 안 되는 친숙한 취미생활의 하나였습니다. 당시의 낚시춘추는 이런 소박한 모습의 낚시에 운치와 풍류, 그리고 멋을 더했습니다. 낚시를 취미로 둔 문인들의 에세이, 소설, 만화 등의 창작물을 잡지에 실었는데 이 창작물에는 낚시인들의 애환과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고 그것을 공유함으로써 낚시인들에게 물고기를 낚는 행위에서 오는 본연의 즐거움에 더해 정신적 충만감과 행복감을 선사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낚시춘추가 창간되면서 낚시라는 취미활동이 품격 있는 취미활동으로 한 단계 격상되지 않았나 평가해 봅니다.

낚시의 즐거움을 다양하게 담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레저 잡지로서 낚시춘추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낚시의 모습을 꼼꼼히, 생생히, 꾸준히 기록해 갈 것입니다. 종이잡지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 따른 두려움을 생각하기보다는 보다 꼼꼼히, 생생히, 꾸준히 기록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고민하겠습니다. 새로운 IT 기술과 디지털 기법이 종이잡지와 병립 가능하고 종이잡지의 한계를 확장시켜줄 수 있다면 적극 도입할 계획입니다.
또한 선대 낚시인이 남긴 발자취가 후대에 이어지도록 낚시계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적극 동참하고 낚시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어 낚시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겠습니다. 낚시에 대한 인식이 더 개선되는, 낚시의 저변이 더 확대되는, 낚시산업이 더 활성화되는, 앞으로의 50년을 위해 낚시춘추는 낚시인 여러분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인류와 함께한 낚시의 시간을 생각해볼 때 낚시춘추 50년 역사는 찰나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지면을 빌어 지난 50년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출발점이 된 창간호를 낚시춘추 창간 50주년 기념호 부록으로 다시 발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낚시춘추 창간호 재발간을 준비하면서 창간인의 선구자적 안목과 도전정신, 그리고 전임 발행인들이 보여준 끈기와 위기극복능력을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창간호에 담긴 초심은 낚시춘추인이 지녀야할 마음이며 낚시춘추인에게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낚시춘추에 대한 낚시인 여러분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코로나로부터 벗어나 품격 있는 취미활동인 낚시를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낚시춘추 발행인 정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