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동부 돌돔 화려한 부활

통영 국도, 육칸 장검으로 대양의 혈을 찔러라

작년 돌돔 조황을 완도, 해남, 진도 등 남해서부가 주도했다면 올해 돌돔 무드는 국도, 갈도, 안경섬 등 통영, 거제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국도에서 6짜를 비롯한 대물 돌돔이 쏟아져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남해동부 돌돔낚시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통영 국도에서 민장대로 돌돔을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통영 먼바다의 섬들이 돌돔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국도 돌돔 소식은 지난 7월 초에 들었다. 당시 통영에서 농어루어낚시를 취재할 때였다. 그러나 알고 보니 호황터는 국도 남동쪽 10km 해상에 있는 간여였다. 간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돌돔 명소로 정평이 나 있기에 이슈가 될 만한 뉴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20일 후 국도 본섬에서 대형 돌돔들이 마구 낚인다는 소식이 또 들렸다. 국도를 다녀온 한국프로낚시연맹 경남지부 회원들에게 들었는데 이틀 뒤엔 인터넷에 국도산 6짜 돌돔 사진이 뜨면서 삽시간에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국도로 취재를 가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고기가 낚인다는 소문이 돌았으니 부산, 마산, 창원, 진주는 물론 대구, 울산 낚시인들까지 한꺼번에 몰려들어 포인트가 남아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더구나 나는 원투낚시를 하고 싶었는데 국도엔 민장대가 우세하다고 했다. 통영에서 낚싯배를 운항하는 선장들이 돌돔 포인트를 제대로 알고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국도를 자주 드나드는 통영 태성피싱 류희석 선장은 나에게 한동안 전화고문(?)을 당했다. 돌돔이 잘 나오느냐, 어디서 낚이느냐, 미끼는 뭘 쓰느냐, 원투냐 민장대냐, 자리는 있느냐 등등 똑같은 내용으로 3일간 통화를 반복했고, 모든 상황이 예상보다 좋다는 것을 파악한 후 국도 돌돔 취재를 결심할 수 있었다.

▲ 국도 간여에서 6짜 돌돔을 낚은 부산 낙동피싱 김용언 사장.

깊은 수심, 강한 조류, 일급 돌돔터

최근에 국도로 돌돔낚시를 다녀본 낚시인들을 물색하다가 부산 낙동피싱 김용언 사장과 약속을 잡았다. 8월 2일 새벽 두 시, 통영 미륵도 논아랫개에서 출항하는 태성피싱의 블랙샤크호를 타고 출항. 선착장에 쌓여있던 성게박스들은 모두 국도행 블랙샤크호에 실렸고 밑밥을 비비던 낚시인들은 대부분 좌사리도로 향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출조인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국도에 도착하니 원도답게 바다가 꽤 거칠다. 너울파도가 높았고 조금물때에 가까웠지만 조류도 강했다. 류희석 선장이 포인트에 대한 설명을 하는데 깜짝 놀랐다. “발 앞은 수심이 25미터 정도 나오고 조금 멀어지면 30미터 넘게 뚝 떨어집니다.” 국도의 수심이 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말 대단한 수심이다. 돌돔낚시를 하기엔 너무 깊은 것이다.
국도에 돌돔꾼들이 하선한 뒤 나는 블랙샤크호를 타고 낙동피싱 회원들이 돌돔을 낚아놓았다는 간여부터 들렀다. 그러나 “사십 미만의 돌돔들은 죄다 썰어먹었고 큰 것들은 어제 오전 철수 때 육지로 보냈다. 며칠 전엔 육짜도 낚였는데 왜 하필 조황이 시들한 지금 왔느냐”는 질책(?)만 들었다. 남아 있는 고기는 오전에 북동쪽 곶부리(일명 아부나이)에서 낚은 30cm급 뺀찌 두 마리와 전날 오후에 낚은 45cm 돌돔이 전부였다. 배 대는 자리는 너울이 올라와서 낚시인들은 ‘아부나이’에만 몰려 있었다. 낙동피싱 김용언 사장은 “간여는 장마철이 피크이고 8월 중순이면 돌돔시즌이 거의 막을 내린다”고 말했다. “가을에 간여에서 원투낚시를 해본 적 있는가”라고 물으니 “없다”고 답했다.

▲ 통영 국도 출조 첫날에 원투낚시로 50cm가 넘는 대형 숫돌돔을 낚은 창원의 낚시여행프라자 박기령 사장.

민장대 우세하나 원투낚시에도 54cm

오전 10시경에 다시 블랙샤크호에 올라 국도로 돌아왔다. 짙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해 갯바위에 앉은 낚시인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10m가 훨씬 넘는 직벽에 걸터앉은 낚시인들은 아슬아슬한 자세로 민장대와 원투대를 드리우고 있다. 검푸른 바다는 금방이라도 돌돔을 토해낼 것 같다. 그 모습이 어찌나 멋지던지 돌돔이야 낚이든 말든 얼른 갯바위에 내려 캐스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 80년대 통영국도 돌돔사태의 주역이 되었던 돔바위.

국도 남동쪽 칼바위 맞은편 갯바위에서 돌돔꾼으로 유명한 창원 낚시여행프라자 박기령 사장을 만났다. 그로서는 국도 첫 출조라는데 오전에 54cm 돌돔을 낚아 놓았다. “캐스팅 세 번 만에 시원한 입질을 받았다. 돌돔이 아주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도에서 원투낚시를 해본 소감을 물어보니 “수심, 조류, 물색이 모두 최고다. 포인트가 멀지 않아서 낚시하기도 수월하고 바닥여건도 좋다. 여와 크랙(찢어진 자리)이 많아 가을 원투낚시 포인트로 기대가 크다. 이제 돌돔을 낚기 위해 전라도까지 갈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도 있었다. “염소가 돌을 굴린다. 그래서 원래 노리던 자리에서 비켜서 낚시하고 있다. 낚싯대를 향해야 할 시선이 자꾸 뒤쪽으로 쏠려 낚시하기가 힘들다. 안전모라도 하나 챙겨와야겠다”고 말했다.
진섬, 사이섬, 칼바위 일대에 돌돔꾼들은 밀집해 있었다. 그런데 젊은 낚시인은 거의 없고 대부분 노조사들인 것이 의아했다. 장비도 대부분 구형 민장대와 스피닝 장비였다. 그래도 돌돔은 잘 낚이는지 군데군데 꿰미줄을 띄워 놓고 있다. 류희석 선장은 “오늘은 너울이 일어서 조황이 어제보다 못하다. 최근 하루에 일고여덟 마리씩 나오지 않은 날이 없다”고 말했다.

▲ 국도 남쪽의 주요 포인트들.

원투낚시 가능 여부가 가을시즌 결정

국도를 돌아본 결과 돌돔 포인트는 남쪽의 칼바위, 사이섬, 진섬, 돔바위 일대로 축약되었고, 동남쪽의 직벽과 동쪽에 있는 똥여 일대, 그리고 북동쪽 1~5번 자리가 그 뒤를 이었다. 서쪽에도 돌돔 포인트가 몇 군데 있다는데 조황은 확인할 수 없었다. 현재 민장대꾼과 원투꾼의 비율은 반반이며 조황은 민장대가 약간 우세하다. 원투낚시도 대부분 발 앞을 노리며 먼 곳은 노리지 않는다. 물때는 조금 이후 살아나는 1~5물이 좋고 사리 이후에는 조황이 서서히 떨어진다고 한다.

▲ 철수 때 확인한 국도의 돌돔조과.

나로선 ‘가을에도 원투낚시가 될까’가 가장 궁금했다. 돌돔들이 깊이 빠지는 가을엔 원투낚시가 유리할 수 있으며 원투낚시가 되면 국도의 돌돔시즌은 10~11월까지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류희석 선장은 “국도에서 가을에 돌돔원투낚시를 시도한 낚시인은 없는 것으로 안다. 국도에서 10월까지 큰 돌돔이 낚인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민장대 얘기지 원투는 아니다. 하지만 그간 원투낚시를 시도한 낚시인이 없었을 뿐 원투낚시가 잘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출조문의 통영 태성피싱 010-8912-3016, 부산 낙동피싱 011-9515-8595, 창원 낚시여행프라자 017-586-8071

낚시춘추에 기록된 국도 돌돔의 역사

이미 70년대 후반에 부산, 경남의 낚시인들은 국도와 거제 홍도로 돌돔낚시를 다녔다. 그 당시엔 국도에 주민 일곱 가구가 살고 있을 때라 욕지도에서 새마을2호를 타고 국도로 들어가 출장낚시를 했다. 통영이나 삼천포에서 낚싯배를 전세내서 가기도 했다.
국도 돌돔낚시가 절정을 이룬 때는 80년대와 90년대 중반이다. 남쪽의 칼바위, 사이섬, 진섬, 돔바위가 명당으로 유명했고 현재 1~5번 자리로 불리는 국도 북동쪽도 돌돔이 잘 낚였다.
한편 국도 외에 당시 돌돔낚시가 성행한 포인트는 좌사리도(메주여, 첫섬 남쪽, 반찬단지, 범여, 등대섬 남쪽), 구을비도, 갈도, 남해도의 구들여 등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