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동부 감성돔 푸른 신호 점등!
취재 땐 꽝이더니… “김기자 가고 나니 날마다 감생이요”
김진현 기자
이럴 때가 많다. 호황 소식에 달려갔지만 고기가 낚이지 않는 날이…. 그런데 우스운 건 철수한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호황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정말 기자를 보면 숨는 고기라도 있는 걸까? 어쨌든 지금 거제동부엔 감성돔이 대호황이다.
▲ 3월 10일. 구조라를 찾아 손맛을 톡톡히 본 진주 낚시인들. 구조라 뒷등에서 낚은 감성돔으로 뒷줄견제에 시원한 입질을 했다고.
▲ 구조라 뒷등에 내려 감성돔을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곳이 해금강 일대다.
거제도까지 가서 보기 좋게 ‘눈탱이 맞고’ 돌아온 지 12일째 되던 3월 10일, 거제 대구낚시 구봉진 사장이 전화를 했다.
“오늘도 구조라 뒷등에서 감생이가 몇 마리 나왔어. 내도에서도 나오고 서이말에선 제법 큰놈이 낚였더군. 김 기자 온 날에만 조황이 없었어. 거참… 다음 달에라도 한 번 더 들러.”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보통 호황 소식을 듣고 찾아가면 소문만큼은 아닐지라도 그에 준하는 조황을 확인하고 나오게 마련인데 이번 거제도 취재 때는 그렇지 못했다.
취재 전날까지도 구 사장은 “감성돔이 잘 낚인다. 한 자리에서 두세 마리는 기본이다.”하고 말했다. 그의 말은 믿을 만했다. 구봉진씨는 ‘에깅 전도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본업은 감성돔과 벵에돔낚시 손님을 가이드하는 것. 하지만 릴찌낚시 조황에 대해서는 낚시기자에게도 철저히 함구하고 그 흔한 인터넷 조황란에도 올리지 않은 채 비밀을 유지하며 단골손님만 유치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감생이가 잘 낚인다는 말을 들었으니 대체 어느 정도 잘 낚이기에 그럴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뒷등에서 바라본 구조라 일대. 뒤쪽에 선명하게 보이는 곶부리가 뒷등 초입이며 왼쪽으로 홈통을 끼고 있다. 멀리 희미하게 서이말과 내도(오른쪽)가 보인다.
구조라 뒷등·내도·서이말이 조황 주도
취재를 간 2월 26일은 완연한 봄날. 새벽 기온도 훈훈했고 바다는 고요했다. 전날 감성돔 조황이 좋았는지 구조라에서 하룻밤 머물고 재출조를 하는 낚시인도 있었다. 경기, 부산, 울산, 대구 등 각지에서 낚시인이 모여들어 가게 앞은 주말처럼 북적이고 있었다. 들은 바로는 감성돔이 잘 낚이는 곳은 거제 동부면에 있는 구조라 뒷등과 내도, 서이말. 세 곳 모두 구조라 항에서 낚싯배로 1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곳이지만 출조 분위기만큼은 초등철 원도 못지않았다.
▲ 암초가 많은 곳은 들물에 진입해야 할 만큼 주변 수심이 얕았다.
손님맞이에 분주한 구 사장에게 거제권의 호황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부터 물었다. “1월 중순부터 낱마리로 낚이기 시작했고 2월 들어 마릿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예년보다 시즌이 빠른 것 아닙니까?” “조황이 좋아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 거제남부와 동부권은 예전부터 2월에 감생이가 잘 낚였어요. 구조라가 내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거제도 남쪽은 통영의 사량도보다 더 남쪽에 있죠. 먼 바다로 나갔던 감성돔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첫 길목이 거제도 남부와 동부권이며 2월에 조황이 시작된다고 보면 됩니다. 거제 해금강과 여차 일대에서 조황이 시작해서 5월에 거제대교까지 산란감성돔이 거슬러 올라가서 낚인다는 것을 역으로 계산해보면 대충 감이 올 겁니다.” 구봉진씨 말로는 현재 감성돔이 잘 낚이는 다른 이유는 없고 예전의 호황이 재현됐다는 것이었다.
기대에 부풀었다. 얼른 나가서 1급 포인트에 내려 달라고 하니 “구조라 뒷등에 내리면 어디서든 한두 마리는 낚을 수 있고 주변 포인트로 걸어 다니면서 돌아볼 수 있으니 아무데나 내리면 된다”고 했다. 나는 박민호(옥포 국제낚시 대표), 홍성진씨와 함께 새벽 5시, 구조라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구조라 뒷등에 내렸다.
▲ 2월 26일 구조라 뒷등 초입에서 낚시한 김휘동씨가 참돔을 낚았다. 취재 당일 유일한 조과였지만 4월 중순쯤이면 40~50cm 참돔도 본격적으로 입질을 시작한다.
▲ 3월 2일 구조라 내도에서 5짜 감성돔을 낚은 서울꾼 지재민씨. 작년에 구조라에서 48cm 감성돔을 낚고 올해 재도전한 결과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3월 2일엔 지재민씨가 50cm 뽑아내
구조라 뒷등 일대는 수심이 8~10m로 그리 깊지 않은 곳이었다. 얕은 곳은 6~7m 수심인 곳도 더러 있다고 했다. 함께 내린 박민호씨에게 “좀 더 깊은 곳이 유리하지 않은가?”하고 물으니 “깊은 물골을 타고 감생이가 움직이지만 먼 바다에서 올라오기 시작한 감성돔은 수시로 얕은 곳으로 붙는다”고 했다.
모든 상황이 좋았다. 따뜻했고 바람도 없었고 햇살도 났다. 조류도 잘 흘렀고 물색도 적당히 흘렀으며 수온이 좋아 잡어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망상어나 학공치 같은 잡어가 간간이 덤볐다. 박민호씨도 분위기가 좋다며 “오전에 얼른 감생이를 낚고 나중에 회 파티를 해야죠. 일찍 마칠 걸로 예상하고 가게 문도 안 열어 놓고 왔어요.”하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부산에서 온 김휘동씨가 구조라 뒷등 입구 쪽에서 40cm 참돔 한 마리를 낚았을 뿐 출조한 수십 명의 낚시인이 단 한 마리의 감성돔도 낚지 못한 것이다. 낚시는 오후 6시 30분, 해가 질 때까지 했지만 헛수고였다. 서이말과 내도로 나간 낚시인의 조황도 확인했지만 역시 조과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철수 후 대구낚시에 모인 낚시인들이 웅성거렸다. 내린 결론은 복불복.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하루 더 취재를 연장하려 했으나 비가 온다는 예보에 하는 수 없이 철수를 결정했다.
▲ 3월 12일 부산꾼 김순호씨도 뒷등에서 5짜 감성돔을 낚았다.
그러나 감성돔 소식은 그 다음날 바로 들려왔다. 울산에서 온 낚시인 네 명이 다음날 비가 와서 멀리 가지는 못하고 가까운 도보 포인트에서 잡어라도 낚을 요량으로 낚시를 했는데 감성돔을 낚았다. 그 후 2월 마지막 주말은 기상이 나빠 출조를 못했고 3월 초에 다시 나가기 시작했는데 바람이 부는 날에도 감성돔이 나오더니 3월 2일에는 서울에서 출조한 지재민씨가 50cm 감성돔을 낚았다고 했다. 그날은 감성돔이 여러 마리 낚였고 30cm 내외의 벵에돔도 마릿수로 낚였다. 3월 둘째 주에는 본격적으로 감성돔이 붙어서 40cm 내외로 낚시인마다 한두 마리씩 낚았다고 했다. 구봉진 사장이 서울에서 열린 한국낚시박람회에 참석하는 바람에 주말 조황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3월 10일 거제로 내려가자마자 진주 낚시인들이 거둔 조황 사진도 한 장 보내왔다. “현재 40cm 내외의 참돔도 서서히 낚이기 시작해 곧 참돔도 본격적인 조황에 들어갈 조짐”이란다.
구조라 감성돔은 4월에도 낚인다. 4월 중순 쯤에는 거제 옥포, 장승포 일대에서도 감성돔 조황이 시작되며 5월이면 거제대교까지 북상한다고 구봉진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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