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 청룡지
오랜만에 쌍권총 손맛
원정 9박 낚시 만에
파라다이스 찾았다
김철규 호봉레저, 탑레저, 토코떡밥, 태흥 필드스탭
설 명절 연휴가 끝난 지난 2월 15일, 올겨울 두 번째 전남 원정에 나섰다. 부푼 꿈을 안고 나서는 원정 출조는 즐거움보다는 실망과 아쉬움을 안겨줄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해마다 겨울이면 두세 번은 꼭 원정길에 오르곤 한다. 시기적으로 중부 지역 결빙으로 인해 마땅히 물낚시를 할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릿수 월척 붕어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주요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새벽에 서울을 출발해 4시간 만에 영암의 한 소류지에서 낚시하고 있는 낚시사랑 조우들과 만났다. 조우들은 전날부터 들어와 밤낚시를 하고 있었다.
출조 당일은 일기가 불순해 낚시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우들의 도움으로 강풍 속에 자리를 잡고 대를 폈지만 이틀 동안 폭설과 초속 10m에 이르는 강풍 탓에 낚시도 못하고 멋진 설경만 구경하다 말았다.
그 뒤 또 다른 소류지로 이동하였지만 적설량 20cm에 이르는 눈이 녹아 냉수가 유입되고 밤 기온마저 영하 5도까지 떨어지면서 역시나 살림망도 담구지 못한 채 다른 낚시터를 찾아 나섰다. 겨우 어느 소류지에서 34.5cm의 붕어 한 수를 만나기는 했지만 손맛과 찌맛이 고파도 너무 고팠다.
결국 목표 수정! 대물보다는 잘아도 마릿수 붕어를 만날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해 보았다. 그때 전남의 지인으로부터 ‘영암에 있는 청룡지에서 중치급부터 월척급의 붕어가 마릿수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내비나 인터넷지도에는 청룡제로 검색이 된다).
청룡지는 영암군 서호면 청룡리에 있는 2만1천평짜리 준계곡형 저수지다. 영암군 서호면에는 모두 세 곳의 청룡지가 있는데 그 중 소개하는 청룡지가 가장 크다. 청용지에는 블루길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 활동이 뜸해지는 겨울에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한다.
▲청룡지 상류에 있는 갈대밭. 봄 포인트로 유력해 보였다.
▲영암 청룡지에서 올린 붕어를 자랑하는 필자. 월척에는 못 미쳤지만 손맛은 대단했다.
부부조사의 50여 수 마릿수 조과에 깜놀
머물고 있던 소류지에서 급히 철수해 청룡지에 도착하니 밤낚시를 마친 낚시인들이 철수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살림망 속 붕어를 쏟아 놓자 6치부터 월척 붕어까지 50여 수가 넘는다. 부부가 하룻밤 사이에 낚은 조과다. 다른 낚시인들도 20~30수의 붕어를 낚아 놓고 있어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부부 조사는 나에게 좋은 포인트를 알려주었다. 맞바람이 부는 상류권보다 건너편 산자락이 바람을 막아 주어 낚시하기 편하다고 한다. 그곳으로 가보니 말 그대로 산이 바람을 막아 안락했고 포인트와 주차 장소도 가까워 마음에 쏙 들었다. 포인트가 많지 않은 게 흠이었지만 필자와 동행한 조윤형(붕낚인) 씨가 나란히 앉기에는 넉넉한 공간이었다.
이날은 전남으로 내려온 지 8박9일이라는 시간이 지났기에 비장한 각오로 좌대를 펴고 텐트를 올린 뒤 대편성을 시작하였다. 수심은 1.3m 정도로 적당했고 완만한 경사에 밑걸림도 없어 대편성도 수월했다.
3.2칸부터 4.2칸까지 모두 10대를 편성했다. 미끼는 어분글루텐, 지렁이, 옥수수를 골고루 준비했다.
제방 좌측은 완만한 마사토 지역이었다. 상류 논 앞이 좋은 포인트이지만 북서풍이 부는 겨울에는 맞바람을 이겨내야 하는 곳이다. 수심은 2.5m권으로 다소 깊지만 차량 진입이 가능해 많은 분들이 선호하는 포인트이다.
제방 우측 상류 새물유입구 부근은 사람 키보다 높은 갈대가 무성해 산란기에 찾아가면 좋을 포인트로 보였다. 다만 워낙 갈대가 밀집해 포인트 만들기에 다소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제방 좌측 바로 앞에도 몇 자리가 나오는데 그곳은 현지꾼들이 선호하는 포인트로 보였다.
대체로 청룡지는 규모에 비해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제방 좌안 산자락 경사가 심해 앉을 포인트가 많지 않았다. 접근이 쉬운 상류권도 논과 접해 있으므로 가급적 농번기에는 피하는 것이 좋을 듯 보였다.
필자가 머물고 있는 제방 우측은 남해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를 지나면 접근이 가능한 곳으로, 서너 대의 주차 공간이 있어 대여섯 명이 앉을 수 있었다. 모내기철이 되면 물이 빠지기 시작해 가을이면 절반 정도의 수위를 유지한다. 4짜 붕어가 낚인 적은 있지만 큰 씨알의 붕어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곳이라고. 북서풍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더욱 좋은 여건이었다.
▲필자 일행의 낚시자리. 차가 포인트 앞까지 들어갈 수 있어 주차 여건도 좋았다.
▲연안에 설치한 필자의 좌대.
▲조윤형 씨가 수육을 썰며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월척으로 착각하게 만든 50cm 잉어.
▲삼겹살을 요리해 먹은 뒤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물통의 얼음이 얼 정도로 아침 기온이 낮았다.
박현철 프로의 속공채비로 예민한 입질 극복
낮에는 살치 몇 마리만 낚였다. 밤낚시를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나도 입질 한 번 없다가 멀리 3.8칸 대의 찌가 깜빡거리더니 살며시 끌려가고 있었다. 챔질을 하니 강하게 저항과 함께 8치급 붕어가 첫수로 올라왔다. 7박 낚시 만에 처음으로 살림망을 담그는 순간이었다.
잠시 후 그 옆 3.6칸 대의 찌가 살며시 솟아올랐다. 이번에는 준척급 붕어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입질을 해주는데, 찌를 올리는 것보다는 살짝 잠기며 끌려가는 입질이 더 많았다.
이런 식으로 밤 11시까지 9수의 붕어를 낚았다. 모두 8~9치였고 그 이상도 그 이하의 붕어도 없었다. 특히 찌를 올리는 입질보다는 끌고 가는 입질이 많았다. 그와 달리 옆자리 조윤형(닉네임 붕낚인) 씨는 그때까지도 단 한 마리의 붕어도 낚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예민한 입질에 대응하지 못한 게 고전의 이유 같았다. 필자는 몇 대의 낚싯대에만 비바붕어 박현철 프로가 개발한 속공채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주로 그 채비에만 입질이 들어왔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낚시를 이어갔다. 역시 간간이 입질이 들어와 몇 수의 붕어를 더 만나고 나니 동이 트고 있었다. 아침 식사 후 낮낚시를 이어갔지만 좀처럼 낮에는 입질이 없었다. 아침 8시가 지날 즈음 낚싯대가 휘청하는 것을 보고 챔질하자 50cm 정도의 잉어가 달려 나왔다. 이후로는 좀처럼 입질이 없었고 역시 살치만 몇 마리 낚은 채 낮 시간을 보냈다.
둘째 날 밤낚시에 들어가며 많은 입질을 기대했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먹구름이 껴 해가 나지 않았고 저기압으로 돌아선 게 이유 같았다. 그때 옆자리의 조윤형 씨가 큰 입질을 받아 챔질을 시도했다. 그러나 녀석은 갈대를 감아버리는 바람에 채비가 터지고 말았다. 밤이 깊어지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고 입질도 뜸해 잠시 휴식을 취했다.
새벽 5시에 다시 일어나 낚시를 이어 갔지만 간간이 내리는 비 때문인지 입질마저 뜸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양손에 한 대씩 낚싯대를 드는 쌍권총의 입질을 받는 등 전남권 출조 9박 낚시 만에 만족할 수준의 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날이 밝은 후 아침 낚시를 이어갔지만 더 이상의 입질이 없어 철수를 결정했다. 올겨울 전남권 출조는 이것으로 마감하지만 다시 12월이 찾아오면 이곳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가는 길 내비에 청용제(서호면 청룡리)를 입력하면 우안 중류로 안내한다.
▲드론으로 촬영한 청룡지 새물유입구. 이 주변도 좋아 보였다.
▲대좌 위에 텐트를 치고 낚시를 즐기는 필자.
▲필자의 대편성.
▲필자가 청룡지에서 올린 마릿수 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