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 골안지

겨울  가뭄이 만든 마릿수 호황

수위 낮은 계곡지를

눈여겨보라

황병구 영천 야사낚시 대표, 다이와 민물 필드스탭

봄이 온 듯 안 온 듯, 주말마다 심술궂은 날씨 탓에 출조지 선정에 애를 먹다가 경북 영천시 화남면 대천리에 있는 골안지를 찾았다. 약 6천평 규모의 기다란 형태인 골안지는 여름에는 수초가 밀생해 낚시가 힘든 곳으로 외래어종은 서식하지 않는다.
겨울이 돼 수초가 삭고 봄이 돼 붕어들이 상류 수초대로 몰리면 그나마 낚시 여건이 좋아지는데 올해 봄에는 예상 밖의 호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아닌 겨울 가뭄이다.
우리가 골안지를 찾은 지난 2월 27일의 수위는 만수위의 80% 수준. 만수위 대비 80%면 결코 낮은 수위로 보기 어렵지만 거의 매년 봄마다 만수위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물이 많이 빠진 상황이다. 게다가 출조일은 물색까지 적당히 탁했다. 평소 같으면 대략 분위기만 파악하고 다른 곳으로 돌아섰을 텐데 수위와 물색만 보고 그대로 눌러 앉았다.

▲제방 좌안에 자리한 황병철 씨가 장대로 붕어를 노리고 있다.

이게 웬일? 채집망에 참붕어가?
골안지는 좌우에 햇골지, 노방지라는 2만평급 저수지가 있고 그 주변에 또 서너 군데의 작은 소류지가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골안지를 선택한 이유는 규모에 비해 큰 붕어가 많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 년 전 필자 일행이 3마리의 4짜 붕어를 끌어낸 곳으로, 평소에는 6~7치급이 주종이나 봄 산란철에 상류 수초대를 노리면 월척급은 종종 올릴 수 있다.     
나는 제방 우안, 동행한 소류지 대물탐사대 황병철 씨는 제방 좌안 끝에 자리를 잡았다. 정정환 씨는 좌안 하류를 노려보기로 했다. 수심을 재보니 제방 우안 끝은 2.5m, 좌안 끝은 3m가량이 나왔다. 80% 수위에서도 이 정도 수심이 나오니 만수 때는 낚시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오후 5시부터 본격적인 낚시에 들어갔다. 늘 하던 버릇처럼 채집망을 담가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채집망에 참붕어가 가득 들어왔다. 아직 참붕어가 채집되기엔 이른 시기인데…. 참붕어가 움직인다면 미끼로도 효과를 보겠다는 생각에 지렁이와 참붕어를 동시에 미끼로 사용했다. 예상대로 초저녁부터 두 미끼에 모두 입질이 찾아왔고 케미를 끼운 이후에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정정환(왼쪽) 씨와 황병철 씨가 때글때글한 붕어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제방 우안에 자리를 잡은 필자.

수위 낮다면 산란기에도 계곡지 노려봐야
입질은 밤새 꾸준히 이어졌고 다음날 오전까지 우리가 올린 마릿수는 30여 마리에 달했다. 혹시나 싶어 자정 이후에는 옥수수도 써봤는데 옥수수에도 입질이 꾸준했다. 이날 황병철 씨는 몸이 피곤해 일찍 잤고 나도 자정 무렵까지만 낚시하고 휴식을 취한 것에 비하면 분명 발군의 조과였다. 월척은 없었지만 8치 미만도 없었을 정도로 씨알은 탄탄했다.
통상적으로 봄에는 계곡지보다 평지지가 유리하고 입질 시간도 밤보다는 낮에 활발하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이 놀라운 조과는 어찌 설명해야할까?
분명 이번 봄 산란기 밤낚시 호황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보통 봄 산란기 때는 낮에 입질이 활발하고 밤에는 소강상태를 맞는 게 상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상황이 영 달랐다. 아마도 평소보다 탁한 물색, 낮아진 수위 등이 봄붕어의 입질 사이클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올 봄에는 골안지와 같은 여건의 계곡지들이 경북권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따라서 올해 봄에는 무조건 평지지로 가야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물 빠진 계곡지에 도전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참고로 골안지는 산골짜기의 계곡지여서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수거한 쓰레기를 길가에 갖다 놓으면 청소차가 수거해간다는 생각은 제발 접어두고 자기 쓰레기는 반드시 자기가 수거해올 것을 당부 드린다.

 
문의 영천 야사낚시 054-331-4971
가는 길 내비에 ‘골안저수지(화남면 대천리)’를 입력하면 저수지 우안으로 안내한다.    

▲옥수수를 물고 올라온 붕어.

▲취재일의 마릿수 조과.

▲참붕어에 입질한 붕어. 그나마 씨알이 굵게 낚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