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호 수질악화의 원인
낚시가 아니라 하수처리장이다
수질오염원 발생량, 축산>토지>하수 순, 낚시는 미미
하수처리 방류수가 주 오염원, 처리 강화할 시설 필요

평택시는 평택호 낚시금지구역 지정 이유 중 하나로 낚시로 인한 수질오염을 들었다.
평택호의 수질은 어느 정도이고 낚시로 인한 오염은 어느 정도인지, 주 오염원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지, 이에 대해 분석한 호수학의 권위자 김범철 교수의 원고를 게재한다.<편집자 주>

평택호는 낚시터로 잘 알려진 호수이지만 물환경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수질이 나쁜 호수로 유명하다. 원래 아산만이라는 바다였는데 방조제로 막아서 아산호라는 이름의 호수를 만들었다. 이후 이름이 평택호로 바뀌면서 아산시와 평택시가 호수 이름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하였다.
필자는 몇 차례 평택호의 수질과 플랑크톤을 조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강 유역의 호수들과 비교하면 매우 혼탁하고 녹조현상이 심하게 발생하여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수심이 얕고 수위변동이 없어 수변 식생이 잘 발달하고 물고기의 먹이가 풍부한 생태계가 조성되어 낚시터로 인기를 얻고 있다. 수질은 좋지 않더라도 호수에서 수위변동이 작다는 것이 생태계 건강성에 얼마나 유리한 특성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평택호의 수질은 4등급(약간 나쁨)
~5등급(나쁨)

수질도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태계가 조성되겠지만 수질은 방조제 건설 이후 지금까지 좋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평택호 수질 자료를 보면 대부분 3등급(보통) 기준을 초과하여 4등급(약간 나쁨)이나 5등급(나쁨) 수준이다.
호수의 수질을 좌우하는 총인의 농도를 보면 0.09mg/L로서 부영양호 기준인 0.03mg/L의 3배에 달한다. 암모니아는 2mgN/L의 농도를 보이기도 하는데 암모니아는 수중동물에 유해한 물질이다. 붕어, 잉어 등의 온수어종은 암모니아에 내성이 있지만 민감한 어종은 0.2mgN/L 이상이면 독성이 나타나므로, 암모니아가 이렇게 높은 곳에서는 냉수어종이나 민감한 수중동물은 살 수 없다. 암모니아는 하수가 주요 근원이므로 평택호에서 하수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방증하는 자료이다.
평택호는 체류시간이 짧은 호수이므로 강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홍수기에는 하천에 가까운 특성을 보이면서 플랑크톤이 떠내려가지만, 갈수기가 되면 장시간 정체하면서 플랑크톤이 급격히 증가하여 물이 녹색으로 변한다. 갈수기에 수질이 나쁜 이유는 하천수가 감소하면서, 하수가 하천유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하수를 희석할 자연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농경지역에 위치한 대형댐에서는 홍수기 이후에 녹조현상이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농경지의 퇴비 유출이 폭우 시에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평택호처럼 하류의 하천형 호수에서는 홍수기에 유출되는 물이 곧바로 바다로 배출되기 때문에 토지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이 호수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그러나 갈수기에도 하수는 일정량이 계속 방류되기 때문에 하수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우리나라 강 하류의 호수에서는 갈수기 유량의 대부분을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차지한다. 상류에 만든 댐에서 취수하여 대도시에서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하수가 회귀하여 하천수가 되는 것인데 이를 희석할 자연수는 댐으로 차단되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김범철
·‌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평택호 유역 인구 늘어나면서 배출 하수 증가
평택호의 수질이 그동안 개선되지 않은 주된 이유는 유역의 개발이 활발하여 인구가 무려 3백만명에 이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으면 당연히 하수가 많이 배출되는데 하수 중의 인 성분 때문에 호수의 수질이 나빠진다. 호수의 수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식물플랑크톤의 양이며 식물플랑크톤의 양을 결정짓는 요소가 ‘인(燐)’이라는 원소이다. 인은 모든 생물의 성장에 꼭 필요한 원소이므로 비료의 주요 성분이기도 한데 인은 토양에 잘 흡착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호수 중에는 흔히 결핍되어 있다.
그러므로 호수에 인이 공급되는 양에 비례하여 식물플랑크톤이 성장하고, 식물플랑크톤이 과다하게 성장하면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물이 혼탁해진다. 플랑크톤이 많으면 붕어, 잉어 등의 내성종 어류가 사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민감종은 살기 어려워지며, 상수원으로 사용할 때 정수비용이 많이 들고 수돗물의 질이 나빠지는 피해를 준다.
인의 근원은 동물의 배설물과 인광석 원료로 만들어진 비료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생물 세포에는 인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배설물에는 항상 인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은 배설물과 세제를 통하여 하루에 약 3g의 인을 배설하는데 하수처리장에서 일부가 제거되고, 하수도가 없는 지역에서는 하천바닥의 토양에 흡착되어 절반 정도가 자연제거되므로 1인당 하루 1.2~1.5g의 인이 배출된다. 소는 하류에 36g을 배설하므로 사람의 약 20배에 해당하고, 돼지는 사람의 10배 정도 배설한다.
가축의 분뇨는 퇴비로 만들더라도 밭에 뿌려지면 폭우가 내릴 때 다량의 인이 유출된다. 흔히 퇴비로 만들면 수질오염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데 인은 분해되어 없어지는 물질이 아니므로 숙성된 퇴비라도 많은 인을 함유하고 있고 수질오염의 원인이다.

오염원 인 발생량, 축산계>토지계>하수 순, 낚시는 미미
낚시 미끼와 배설에 의한 인 배출량은 강원발전연구원(2013)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1인당 약 0.7g인 것으로 산정되었다. 낚시 미끼는 하루에 약 300g을 사용하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낚시에 의한 인 배출량을 다른 오염원과 비교한다면, 소 한 마리는 낚시인 51명, 돼지 한 마리는 17명에 해당하는 인을 배설한다.
만일 어느 호수의 유역에 100마리의 소를 사육하는 축사가 있고 배설물이 인근 농지에 뿌려진다면 이는 5천명의 낚시에 의한 오염부하량에 해당하는 인을 배출할 수 있다. 농경지에서도 퇴비 유출로 많은 인이 발생한다. 퇴비는 동물의 배설물에 기인하는 인을 함유하고 있어 퇴비의 인 함량은 낚시 떡밥에 비해 10배 이상 높으므로 퇴비 30g의 유출은 약 300g의 떡밥에 의한 인 부하량과 같다.
평택호의 유역에는 인구가 많고 가축도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면적당 인 발생량이 많다. 경기연구원(2017)에서 경기도와 평택시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의 근원별 발생량은 축산계가 37.7%, 토지계가 31.2%로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하수의 배출량은 25.5%를 차지한다.
낚시의 기여도는 보고서에 제시되지 않았는데 발생량이 미미하여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굳이 낚시의 인 발생량을 낚시인 1천명을 가정하고 계산해보면 인 발생량이 전체의 0.0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호수에서 낚시에 의한 수질오염 기여도가 매우 작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김범철과 김윤희, 2004; 농어촌연구원 2005; 강원발전연구원, 2013; Amaral, 2013).
환경부의 수질자료를 보면 유입하천의 인 농도가 호수에 비하여 월등하게 높으며 호수 내에 유입한 후로는 인의 농도가 침전효과에 의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보아 호수 내 낚시활동에 의해 수질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그림 1>)

▲평택호. 하류 하천형 호수로 4~5등급의 나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주요 수질 오염원
그러면 평택호의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무엇인가? 인의 연간발생량으로 비교하면 축산과 농업이 주요 근원이지만 실상은 하수가 주요 근원이다. 그 이유는 퇴비가 여름 홍수기에 많이 유출되지만 바다에 가까이 위치한 평택호에서는 홍수기에 배출된 인이 곧바로 바다로 배출되어 호수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반면에 하수는 연중 일정하게 배출되므로 강우량이 작은 봄가을에 하수가 하천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의 주요 근원이 된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 지역의 하수처리 구역의 인구비율은 92.6%이므로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주요 근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하수가 하수처리장을 거치고 나면 깨끗한 물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수처리 공정은 1차처리, 2차처리, 3차처리(또는 고도처리)로 구분하는데 우리나라 하수처리장은 지역에 따라 차별을 두어 상수원 구역에서는 3차처리까지 시행하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2차처리까지만 시행하고 있다. 1차처리에서는 침전에 의해 물리적 방법으로 부유물질을 제거하며, 2차처리에서는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처리에 의해 유기물(BOD)을 제거한다.
생물학적 처리에서 유기물은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로 제거되지만 인은 더 이상 분해되는 물질이 아니므로 물속에 잔류한다. 사람이 음식을 소화하고 나면 인이 남아서 소변으로 배설되는 것과 유사하다. 2차처리를 거친 하수는 BOD가 제거되어 산소고갈을 막을 수는 있지만 많은 인과 암모니아가 함유되어 있어 호수 부영양화의 원인 요소는 그대로 남아 있다.
3차처리는 화학적 처리에 의해 인을 제거하는 공정인데 알루미늄염을 첨가하여 인과 결합침전을 형성하여 제거한다. 화학적 처리를 거치지 않으면 2차처리 방류수에는 인이 그대로 잔류하고 있어 부영양화 저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영양호로 판정하는 인 농도 기준은 0.03mg/L인데 2차처리 방류수의 인농도는 약 1mg/L이므로 수십 배를 초과한다.

▲평택호와 유입하천의 수질 비교

평택호 하수처리장 시설로는 현 수질 개선 못해
평택호의 유역에도 많은 하수처리장이 있는데 방류수의 인 농도는 1~2mg/L로서 부영양호 기준(호수수질 3등급)의 약 50배이다(<그림 2>). 이 상태로는 하수처리가 호수 수질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방류수가 부영양화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이나 일본의 하수처리장을 보면 민감한 지역에서는 하수의 인농도를 0.01mg/L까지 처리하여 방류하는 곳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에 따라 배출허용기준이 달라서 0.2~2.0mg/L로 차별을 두고 있다. 한강 상류와 낙동강 상류 등 상수원에 영향을 주는 지역에서는 현재 화학적 처리를 거쳐 0.1mg/L 정도로 배출하고 있으나 이것도 부영양호 기준을 3배 초과하는 농도이므로 환경학자들은 인 농도를 더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 외의 지역에서는 배출허용농도가 너무 높다 보니 인을 제거하는 고도처리 공정을 거치지 않고 배출하고 있다.

하수처리장 방류수 인 농도, 부영양호 기준 이하로 낮춰야
현재 평택호 유역 내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인 농도는 너무 높아 호수 수질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는 수준이다. 과거에 하수 발생량이 적은 시기에는 하수의 오염도가 높아도 자연수가 많이 흘러들어 희석에 의해 정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하천 수자원의 이용도가 높아져 자연수가 크게 감소하였고 대부분 하류 지역에서는 갈수기에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강물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자연수가 하수를 희석하는 개념이 아니라 깨끗한 하수처리장 방류수가 오염된 하천수를 희석해 주어야 하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즉,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인 농도를 부영양호 기준 이하로 낮추어 하천수보다 더 깨끗한 물을 만들어야 한다. 평택호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투자해야할 대상은 바로 화학적 고도처리 공정을 거치는 인 제거시설이다.
우리나라 하수처리의 효과가 미흡한 또 하나의 이유는 강우 시 월류수이다. 우리나라 많은 도시의 하수관거는 빗물과 하수가 섞여 함께 배출되는 곳이 많이 있다. 이를 합류식관거라고 하는데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하수만 흘러 하수처리장으로 유입하므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하수관에 빗물이 흘러들면 유량이 늘어나 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을 초과한다. 그러므로 이때는 합법적으로 처리하지 않은 하수를 우회하여 방출한다. 이를 강우 시 미처리 월류수라고 부르는데 이때 수질은 오히려 평소보다 더 나쁘다. 하수구 바닥에 쌓여 있던 오물이 일시에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다.
한여름 태풍이 지나가는 시기에는 강우량이 많아서 월류수가 모두 바다로 흘러나가지만 작은 비에 유출되는 월류수는 하천의 본류까지만 도달하고 호수에 머물면서 조류를 증식시키는 원인이 된다. 강우 시 월류하수를 줄이려면 하수처리장의 용량을 증설하여야 한다. 추가 처리시설을 만들어 두고 강우 시에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물을 유입시켜 화학적 처리를 거친 후 방류하고,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는 가동하지 않고 비워 두는 여유 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평택호 유역 내 하폐수처리장 방류수의 수질(총인)

수질 개선 위해 하수처리 강화와 고도처리 시설 필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하수처리인구 비율이 90% 이상이라고 제시하며 이를 하수처리율인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는 하수관거가 설치된 구역에 사는 인구 비율을 뜻하는 것이지 제거된 오염물질의 양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강우 시 월류수의 양을 제외하고, 하수처리장에서 제거되지 않고 방류수에 포함된 인을 고려한다면 결국 인 제거율은 아마 20%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에서 홍보하는 하수처리율은 지나친 과장이다.
평택호의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평택호 유역의 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인 농도를 0.1mg/L이하로 낮추어야 하고, 강우 시 월류수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수처리장 용량을 증설하여야 한다. 이는 단지 평택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위천, 안성천 등 하천의 생태계 건강성을 높이고 지역주민의 심미적 행복을 제공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주요 원인은 방치한 채 미미한 다른 요인을 규제하면서 대책으로 내세운다면 이는 부적절한 책임회피 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