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 금단의 낚시터 있다더니… 

U2 벵에돔, 많아도 너무 많다!

비상원유 저장기지 방파제, 상륙 금지된 테트라포드에 바닷고기 우글우글

김진현 기자 

제주도로 간다한들 이만한 조과를 거둘 수 있을까? 지난 3월 25일 거제도의 ‘U2 원유기지’ 앞바다에서 나는 벵에돔 천국을 보았다. 4km 길이의 원유기지 앞 방파제 테트라포드 주변에서 선상찌낚시를 하니까 벵에돔들이 끝도 없이 올라왔다.

▲  U2 방파제 앞에서 선상 벵에돔낚시를 하고 있다. 닻을 내린 후 테트라포드에 밧줄을 묶어 낚싯배를 고정한다.

여기가 U2(유투)입니다.” 구조라 대구낚시 구봉진 사장이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테트라포드가 눈에 들어왔다. 약 3km? 얼핏 봐서 4km도 넘어 보인다. 구조라항에서 출발한 낚싯배가 서이말 등대를 지나 지세포 방향으로 올라가자 갯바위 대신 거대한 방파제가 나타난 것이다.
“U2가 무슨 뜻입니까?”
“정확한 뜻은 모르겠고 국가비상시에 대비한 원유 저장기지라는 것만 알아요.”
“그래서 방파제에 사람들이 출입하는 것을 금지시킨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 엄청나게 긴 방파제 속에 사는 물고기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요. 방파제에 내릴 수 없으니 선상낚시만 할 수 있죠.”

▲ 서이말 방면으로 길게 뻗어 있는 U2(유투) 비상원유 저장기지 방파제. 물속에는 해초가 풍성하게 자라있고 엄청난 양의 벵에돔이 살고 있었다. 

“밑밥 뿌리지 마세요”

오전 8시. 길게 뻗어 있는 방파제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 닻을 내린 후 방파제 테트라포드에 밧줄을 묶어 낚싯배를 고정했다. 테트라포드와 떨어진 거리는 10여m, 수심은 12m 내외가 나왔다.
거제 옥포낚시 박민호 사장과 김진태씨 그리고 구봉진 사장의 채비는 저마다 달랐다. 박민호 사장은 B구멍찌로 전유동 채비를 했다. 그는 찌멈춤봉 아래에 G3 봉돌을 달고 목줄 가운에 B봉돌을 달았다. 반면 김진태씨는 0.8호 구멍찌로, 구 사장은 0.5호 구멍찌로 각각 반유동 채비를 꾸렸다.
“벵에돔을 낚을 때는 전유동 채비가 유리하지 않나요?”
“지금은 초봄이라 벵에돔이 바닥에서 입질합니다. 전유동도 먹히지만 수심만 잘 맞추면 반유동 채비가 나아요. 거제도 낚시인들은 이곳에선 막대찌를 쓰기도 합니다.”
나는 그래도 제로찌로 전유동 채비를 꾸리고 목줄에 B 봉돌 하나를 달았다. 미끼는 홍갯지렁이, 밑밥은 뿌리지 않았다.
“왜 밑밥을 안 씁니까?”
“U2에서 벵에돔 낚시를 할 때는 밑밥을 뿌리지 않습니다. 밑밥을 뿌리면 잡어가 금방 달려들기 때문이죠. 크릴대신 홍갯지렁이를 미끼로 쓰는 이유도 잡어 때문입니다.”
아무리 잡어가 문제가 된다지만 벵에돔 낚시를 밑밥 없이 한다는 것이 조금 의아하지 않은가? 시키는 대로 밑밥도 없이 홍갯지렁이 한 마리만 달고 흘려 넣었지만 과연 벵에돔이 낚일까 의문스러웠다. 입질이 없다. ‘만조 때라 조류가 흐르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썰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벵에돔이 낚이려나?

▲ “이정도 씨알이면 괜찮죠?” U2 선상에서 굵직한 벵에돔을 자랑하는 구봉진, 김진태, 박민호씨(왼쪽부터).

“벵에돔 마릿수는 전국 제일”

조류가 흐르자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볼락을 낚았고 일행들은 전부 벵에돔을 한 마리씩 낚았다. 반유동채비의 0.5호 구멍찌가 시원하게 빨려 들어갔다. 씨알은 20cm가 조금 넘었다. “이정도 씨알밖엔 없는 겁니까?”하니 조금 기다려 보란다. 던지는 족족 벵에돔이 물었고 가끔 용치놀래기와 자리돔이 걸려 나왔다. 빈 바늘로 올라오는 일은 열에 한번 정도? 잡어든 벵에돔이든 뭔가는 한 마리씩 물고나왔다.

▲ 가장 좋은 조과를 낸 B 구멍찌. 찌멈춤봉 아래에 G3, 목줄에 B봉돌을 달고 전유동을 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낚이는 벵에돔의 씨알이 커졌다. 30cm가 넘는 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11시쯤엔 35cm짜리도 여러 마리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이야, 이거 정말 대단한데요?”
박민호씨가 굵은 벵에돔을 낚아 사진을 찍는데 뒤에 있는 김진태씨가 입질을 받았다. 벵에돔도 낚시인도 쉴 틈 없이 움직였다.
“언제까지 입질이 계속됩니까?” 
“입질이 멈추기 전에 보통 우리가 질려서 낚싯대를 먼저 접습니다. 오늘도 이런 분위기면 썰물이 끝날 때까지 입질이 계속되겠는걸요?”
“지금까지 맥시멈이 35cm인데 더 큰놈은 없습니까?”
“가끔 줄을 터뜨리고 가는 놈도 있지만 40cm가 넘는 벵에돔은 잘 낚이지 않아요. U2에서 자란 벵에돔은 어느 정도 크면 멀리 빠져 나간다더군요. 하지만 아직 낚싯배를 한 번도 못 대본 자리가 수두룩하고 해거름에 집중적으로 낚시를 해보지 않아서 단정 지을 순 없어요.”
이런 엄청난 자리가 왜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U2에서 선상낚시를 한 지는 5년 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어요. 그 이유는 이 일대는 갯바위낚시인의 비중이 높고 선상낚시 손님을 받기에는 낚싯배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낚싯배를 대절하지 않는 한 개인출조로 U2 선상낚시를 하기는 힘들어요.” 구봉진 사장이 말했다.
입질은 과연 낚싯대를 접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물이 빠져 드러난 테트라포드엔 엄청난 양의 해초가 붙어있다. 벵에돔 외에 자잘한 잡어가 무수히 입질한 까닭을 알 수 있었다. U2 출조 낚싯배 대절료는 오전, 오후 중 한 번을 나가면 20만원,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30만원이다. 대절을 하면 낚싯배 정원만큼 다 탈 수 있으나 낚시인원은 6~7명이 적당하다.  
출조문의 거제 대구낚시 011-501-5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