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의 봄2 해성수로
갈수상황의 해결책
직공 대신 스윙으로 수초 언저리 노려라
‘대호 봄붕어낚시=수초직공낚시’라는 공식이 올해는 흔들리고 있다. 예년보다 70cm 정도 낮아진 수위 탓에 찌를 세울만한 수초구멍을 찾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신 스윙낚시로 수초 언저리를 노리는 것이 새로운 해법으로 대두되었다.
▲성제현(왼쪽), 김기동씨가 봄비 속에 거둔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가장 큰 놈이 9치였으나 체구가 너무 좋아 월척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대호 최상류에서 붕어 입질이 시작됐다" 는 서산 일번지낚시 김기동 사장의 제보를 듣고 나는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창고에 처박아 두었던 수초직공 낚싯대가 활약할 시기가 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연이은 김 사장의 얘기에 다소 김이 빠졌다. 얘기인 즉 지난 가을의 많은 배수 이후 대호의 수위가 아직도 회복되지 못해 부들과 갈대를 비롯한 각종 연안 수초대가 아직 땅위에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80cm 이상의 다소 깊은 수심을 노리려면 맨바닥의 물골을 노릴 수밖에 없어서, 포인트도 물골 주변의 수초대 언저리에 형성되며 수초 언저리를 노리는 데는 직공채비보다 스윙채비가 적합하다고 했다.
3월 24일 김기동 사장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곳은 해성수로였다. 무장수로보다 상류에 있는 최상류 수로로서 서산시 지곡면 해성리에서 무장수로로 진입하는 시멘트 소로 우측으로 보이는 수면이다. 낚시 구간을 세분할 때는 해성수로라고 부르지만 평소엔 ‘무장리권’으로 통칭해 부르는 구간이다.
해성수로는 수초로 가득 찬 무장수로보다 산란 여건은 뒤지지만 평균 80cm 이상의 수심이 확보되고, 수초군락이 듬성듬성 박혀있어 올 봄 부진에 빠진 무장수로의 대타로 맹활약 중이다. 우리는 해성수로의 최상류 구간 중 개천 수준의 물줄기가 30m 규모로 넓어지는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해성수로 최상류 전경. 수심이 얕아져 낚시 여건이 나빠진 무장수로를 대신해 꾸준한 조과를 배출하고 있다.
산란기라고 수초구멍만 고집하지 마라
김기동씨가 직접 현장을 가이드한 이번 취재에는 마침 서산 지역에서 낚시하고 있던 군계일학 성제현 사장도 합류했다. 서산권 낚시터를 꿰차고 있는 성제현씨도 해성수로에서의 낚시는 처음인 듯했다.
김기동씨는 “요즘은 일교차가 커 아침보다 오전 10시가 넘어야 입질이 받힌다”고 했다. 그런데 오후 1시가 다 되도록 찌가 말뚝이다. 나는 수초직공낚시가 하고 싶어서 지렁이를 바늘에 꿰어 부들밭 속에 밀어 넣었는데 수심은 고작 60cm에 불과했다. 나와는 달리 스윙낚시로 수초 언저리의 80cm 수심에 찌를 세운 김기동씨가 말했다.
“너무 얕은 곳을 노리지 말고 수심이 점차 깊어지는, 수초 바깥쪽 턱을 노리는 게 좋아요.”
수초 바깥쪽 턱이라고? 이곳 해성수로의 물속은 수초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수심 차가 심했다. 특히 동쪽 연안은 지난 겨울 준설 공사를 하여 발 앞 수심은 무려 2m에 달했다. 그에 비해 준설하지 않은 중심부 부들밭은 고작 50cm에 머물렀다. 나는 ‘산란기에 가까운 시기이므로 아무래도 수초구멍을 직공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수초구멍만 고집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봄붕어는 수초 입성 전부터 활발하게 입질한다
오후 3시경 날이 흐려짐과 동시에 성제현씨와 김기동씨가 입질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오후 5시까지 5마리의 붕어가 올라왔다. 두 사람 모두 수중 갈대 앞 80cm 수심에 나란히 찌를 세웠는데 붕어가 그 수심에서만 집중적으로 입질했다. 그런데 낚은 붕어가 모두 빵이 장난이 아니다. 유난히 빵 좋은 9치 붕어를 낚아낸 성제현씨가 “김 사장님 분명 월척은 안 될 것 같은데 무슨 빵이 이렇게 좋지요? 완전 35cm짜리 빵인데요?”라고 놀라워했다. 김기동씨가 말했다. “우리는 이런 녀석들을 쟁반이라고 부르지요. 대호에 배스가 들어찬 이후 스스로 몸집을 불린 녀석들입니다. 혹부리와는 또 다른 녀석들이지요.”
이처럼 오후 늦은 시간에도 입질이 들어오는 것은 배스 유입 후 달라진 대호의 입질 패턴 중 하나다. 과거엔 아침에만 주로 붕어가 낚였지만 현재는 그날의 날씨와 수온 등에 따라 입질 시간대가 달라진다. 불행이라면 배스의 창궐로 과거처럼 많은 마릿수 붕어를 낚기 어려워졌다는 점이고, 작은 행운이라면 아침시간을 놓쳐도 월척 붕어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두 사람이 5마리의 붕어를 낚는 동안 꽝을 친 내가 “맨바닥에서 입질하는 녀석들이 왜 수초구멍에서는 꼼짝 않느냐”고 묻자 김기동씨가 말했다. “대호를 찾는 낚시인들의 고정관념 중 하나가 봄에는 무조건 직공낚시로 수초구멍을 노린다는 점이죠. 하지만 직공낚시로 붕어를 낚기 위해서는 붕어가 수초 속으로 들어가야만 가능해요. 지금처럼 수초대의 수심이 턱없이 얕거나 산란기에 임박하지 않은 붕어는 수초 언저리에서도 활발히 배회하며 먹이활동을 합니다.”
김기동씨는 수초 속에 붕어가 들어와야만 산란기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붕어는 수초 속을 파고들기 전부터 이미 왕성한 활동을 하므로 이때는 수초 언저리를 노리는 스윙낚시가 훨씬 유리하다는 얘기다. 그는 씨알뿐 아니라 마릿수에서도 스윙이 우세하다고 강조했다.
올 봄 대호 붕어낚시는 저수위로 인해 여름철 대물 밤낚시처럼 수초 언저리를 노리는 다대편성 스윙낚시가 연안낚시의 키포인트가 될 확률이 높아졌다.
▒ 조황 문의 서산 일번지낚시 041-664-5598
▲80cm 수심을 노려 9치급 붕어를 낚아낸 김기동씨.
해성수로 준설자리 공략 요령
골과 수중둑 사이 중간 턱에 미끼를 깔아라
해성수로 동쪽 연안은 지난 겨울 준설로 수심이 가파르게 깊어져 있다. 가장 깊은 곳은 2m, 가장 얕은 수중둑 위는 50~60cm 수심을 보인다. 그래서 과연 어느 수심에 미끼를 올려놓아야 될지가 고민거리다. 김기동씨는 수초 언저리의 80cm 수심을 입질 포인트로 지목했다. 이른 아침에는 깊은 골에 붕어가 머무르다가 낮에 수온이 오르면 붕어들이 얕은 곳으로 올라붙는데 산란 임박 전까지는 이 얕은 턱을 중심으로 붕어들이 활발히 회유한다는 것이다. 붕어가 이 턱을 중심으로 입질할 때는 수초구멍을 노려선 입질이 뜸하다.
▲스윙낚시로 중앙부 수초대 언저리를 노리고 있는 김기동씨. 올 봄 대호 연안낚시는 직공보다 스윙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