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으로 촬영한 진죽수로 하류권과 홍성호 본류. 멀리 다리로 연결된 섬이 빙도다.

▲ 취재 당시 진죽수로에서 올라온 붕어들. 7~9치급이 마릿수로 낚이며 최근에는 허리급도 자주 섞이고 있다.

입동이 지나 겨울로 들어섰지만 올해는 가을이 유난히 길다. 지난 11월 24일 포근한 날씨 속에 진죽수로를 찾았다. 진죽수로의 정식명칭은 진죽천. 그러나 낚시인들은 상류 진죽지 퇴수로부터 보령호와 만나는 합류지점까지의 구간을 진죽수로라고 따로 부르고 있다.

진죽수로는 1997년 천북면과 오천면을 이어주는 1km의 보령방조제가 준공되면서 탄생한 430만평의 보령호 가지수로다. 방조제 하류권에 오천항이 가까이 있는데 과거에는 바닷물이 들고나는 갯벌이었지만 보령방조제의 준공으로 담수화가 이루어졌다.

보령방조제가 건설되면서 진죽지 하류권에 둠벙들이 생겨났고 신송지 하류권에도 수로와 둠벙이 형성됐다. 배스가 서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필자가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배스낚시인들에게는 이미 손맛 보기 좋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진죽지 퇴수로부터 보령호 합류지점까지는 약 1,5km. 양 연안에서 모두 낚시가 가능하지만 일부 구간은 주차공간이 없어 낚시를 할 수 없다. 하류로 내려오면 또 다른 둠벙과 가지수로가 여러 곳 있다. 낚시 포인트는 차고도 넘칠 정도로 많아 동호회의 단체모임도 가능한 곳이다.

출조 전날, 이곳으로 출조했던 전기훈(쩐프로) 후배가 하룻밤 낚시에 8치부터 허리급까지 15수 정도를 잡았다는 정보를 전해와 지난 11월 24일 아침 서둘러 길을 나섰다.

오전 11시가 다 되어갈 무렵 도착해 보니 전기훈 씨는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침 막 도착한 이한구(아래울) 씨가 철수하는 전기훈 씨 자리에 대편성을 하고 있었다.

포인트를 살펴보니 수위는 1m가량 내려가 있었다. 보령호 본류와 진죽수로가 만나는 합류 지점의 특급 포인트에는 이미 다른 출조객이 앉아 있어 조금 상류 쪽 빈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둑방에서 포인트까지는 7~8m가량 걸어가야 하는 석축이어서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2박 일정으로 찾았기에 좌대를 펴고 텐트를 올린 후 보일러까지 설치하여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고 대편성을 시작했다. 그 사이 전날 들어와 있던 김종선(질꾼) 씨가 소나기 입질을 받아 열심히 붕어를 잡아내고 있어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3.0칸부터 3.4칸까지 쌍포로 모두 6대를 편성했는데 바닥이 고르지 않아 찌를 세우는 데 애를 먹었다. 이곳에는 석축을 쌓아 둑방을 만들었기에 그때 굴러 내린 돌들이 주변 물속에 많은 듯했다. 어렵게 찌를 세워도 돌 틈에 봉돌이 박히면 채비가 손실되는 등 채비 안착에 어려움이 있었다. 미끼는 옥수수어분글루텐 단품이 잘 듣는다기에 준비해 두었던 옥수수는 밑밥으로 뿌리고 글루텐만 미끼로 사용했다. 석축의 물때를 보니 1m가량 배수가 되어 있었는데 그래도 평균 수심이 1.2~1,4m는 나와 주었다.

한편, 이곳 진죽수로 인근에는 갈대와 부들이 밀생한 20여 개(실제로는 36개라고도 함)가 넘는 둠벙이 산재하며 대물 붕어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소문과 다르게 대물 확률은 낮은 편으로, 보통은 6~7치의 작은 붕어들이 주로 낚인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전날 들어와 뒤쪽 둠벙에서 낚시한 김한섭 씨는 계속 잔챙이만 나온다며 필자가 출조한 날은 본류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 필자 일행이 나란히 앉았던 석축 포인트.

▲ 진죽수로는 연안이 석축이라 좌대가 필수다.

대편성을 끝내고 이한구 씨가 사온 푸짐한 쇠고기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낚시 시작 1시간이 지나도록 필자에게는 전혀 입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우리보다 아래쪽에 자리한 김종선 씨는 쉴 새 없이 입질을 받고 있었다. 바닥이 지저분해 그런가 하고 낚싯대를 짧은 대로 바꿔 던져보니 밑걸림은 별로 없는 듯했다. 긴 대를 걷어 2.4칸부터 2.8칸까지 짧은 대 위주로 편성하니 바닥을 찾기가 쉬워 찌가 잘 섰다. 하지만 이후로도 해 질 때까지 한 마리의 붕어도 만나지 못했는데 어둠이 내리면서 드디어 반전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케미를 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된 입질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주로 낚이는 씨알은 8~9치였으며 간간이 월척급 붕어까지 나왔지만 그 이상의 붕어는 잡지 못했다. 다만 입질은 그다지 시원하지 못해 찌를 한두 마디 올리는 수준이었다. 붕어 또한 비늘이 깨끗한 녀석은 보이지 않아 수질이 썩 좋은 것 같지는 않았다.

이날은 한국과 우루과이의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지만 계속되는 입질에 축구는 보지 못하고 스피커 소리로만 중계를 들어가며 입질을 만끽해야 했다.

축구가 끝나는 자정쯤 대충 정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새벽 4시에 다시 일어나 텐트 문을 열어보니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짧은 대는 케미 불빛이 보여 찌 보기가 쉬웠고 잠시동안의 소강상태 이후 전날 밤과 같은 소나기 입질이 붙기 시작했다. 그렇게 동이 틀 때까지 쉴 새 없이 입질이 이어졌다.

오전 8시가 지나자 안개가 걷히고 맑은 하늘에 바람도 잔잔하여 낚시하기에 좋은 날씨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부터 초속 8m의 강풍이 예보되어 있고 밤사이 손맛도 볼 만큼 보았기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하룻밤 낚시 조과를 살펴보니 이미 방생한 잔챙이를 빼더라도 모두 30여 수는 되는 듯했다. 또한 2박 낚시를 한 김종선 씨는 거의 세 자리 수 붕어를 낚았고 허리급 붕어도 몇 수 들어 있었다. 붕어 외에 대물 붕어로 착각하게 만든 30cm 전후의 발갱이(잉어 새끼)도 마릿수로 낚였는데 그 자원이 상당한 듯 했다. 낚은 붕어는 사진 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진죽수로는 바닥지형을 잘 찾아야 하며 석축 지역이어서 좌대는 꼭 준비해야 한다. 바람이 강한 지역이어서 얼음도 잘 얼지 않아 크게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한겨울에도 물낚시가 가능한 곳이다. 반면 뒤쪽 둠벙들은 얼음이 잘 어는 곳인 만큼 얼음낚시 출조지로도 추천한다.

▲ 허리급 붕어를 2마리나 올린 김한섭 씨.

▲ 월척급으로 손맛을 본 김종선 씨.

▲ 김민승 씨는 예상 못한 잉어로 손맛을 봤다.

▲ 안면도 출조 때 낚아놓은 주꾸미로 데침을 해먹었다.

▲ 석축에 설치 중인 필자의 좌대와 낚시텐트.

▲ 진죽수로 상류권. 맨 위 작게 보이는 수면이 진죽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