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일 통영 대구을비도에서 갯바위낚시 단속에 나선 통영해양경찰.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무인도서법)’은 해양수산부가 무인도와 주변 해역의 보전과 관리를 위해 지난 2007년 제정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또는 관할 무인도에 대해 자연훼손이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지정 등급에 따라 출입제한, 야생 동식물 반입 등을 금지하거나 허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월 17일 통영해양경찰이 이 법을 근거로 단기간 출입이 풀렸던 구을비도의 갯바위낚시를 단속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준보전무인도서로 지정된 구을비도의 현실

통영 구을비도 낚시허용·금지 논란은 2월 초 한시적으로 풀린 구을비도가 낚시인 개인의 민원으로 인해 다시 묶이게 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무인도서법에 따르면 무인도서는 절대보전무인도서와 준보전무인도서 두 가지 등급으로 지정해 낚시를 규제할 수 있다. 두 등급 모두 야생 동식물을 채취와 반출을 금지하는 내용은 같으나 절대보전무인도서의 경우 아예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절대보전, 준보전무인도서 모두 육지 도서와 주변해역으로 나누어 지정 관리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해상에 있는 구을비도는 통영에서 14여 km 떨어져 있는 무인도로서 대구을비도와 소구을비도로 나뉜다. 감성돔, 벵에돔, 참돔, 부시리 등 대형어종의 자원이 풍부해 낚시인들이 늘가보고 싶은 선망의 갯바위로 꼽히고 있지만, 통영시가 2015년 (섬 육지를 제외한)주변해역을 준보전무인도서로 지정 관리하게 되면서 야생 동물, 즉 물속에 사는 동물인 물고기를 반출할 수 없는 낚시금지구역이 됐다.

2월 초 거제의 G낚시점이 ‘특정도서(뒤에서 따로 설명)’로 지정된 구을비도의 낚시 가능 여부를 통영시 등에 타진하는 과정에서, 구을비도에서 갯바위낚시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의 게시글을 I 바다낚시사이트에 올렸고 이에 대한 법 적용 해석을 두고 D 회원과 논쟁이 일었는데, 이 과정에서 악플 등이 뒤섞이면서 D 회원이 나중엔 ‘법과 원칙대로 따자보자’며 관련 당국에 무인도서법을 엄격히 적용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실제로 구을비도는 2월 초부터 갯바위낚시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D회원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에 따라 지난 2월 17일 통영해양경찰이 구을비도 갯바위낚시 단속에 나섰고 다시 낚시를 못하게 된 것이다.

자연을 보전한다는 무인도서법의 민낯 

낚시금지 섬이 풀렸다가 다시 묶이게 된 것이 이번 사건의 전말이지만, 핵심은 낚시점과 낚시인 개인의 논쟁이 아니다. 바로 현실성이 없는 무인도서법이다.

해양수산부 2015년 자료에 의하면 무인도서법에 의해 절대보전 또는 준보전무인도서로 지정된 섬은 704개에 이르며 이 중 준보전무인도서는 554개다. 무인도서법에서 낚시를 제한할 수 있는 법 조항은 제12조로 다음과 같다. 

제12조(행위제한) ① 누구든지 절대보전무인도서 및 준보전무인도서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재난 및 안전 관리기본법」 제37조제1항 각 호에 따른 응급조치가 필요한 경우 또는 국방부장관이 군사상의 기밀보호가 필요하거나 군사작전의 긴급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해양수산부장관과 협의한 것으로서 해양수산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08. 2. 29., 2011. 7. 28.,2012. 2. 1., 2013. 3. 23., 2020. 2. 18.>

1. 건축물 또는 인공구조물의 신축 및 증ㆍ개축

2. 토지의 형질변경

3. 개간ㆍ매립ㆍ준설 또는 간척

4. 토석의 채취, 광물의 채굴, 지하수의 개발

5. 입목ㆍ대나무의 벌채 또는 훼손

6. 가축의 방목 또는 무인도서 안으로 야생생물(「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제8호에 따른 생태계교란 생물을 말한다)을 반입하는 행위

7. 야생동ㆍ식물을 포획ㆍ살생ㆍ채취하거나 포획물 등을 해당 무인도서 밖으로 반출하는 행위.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무인도서 주변지역의 주민이 생계수단의 확보 등을 위하여 행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8. 자연적 생성물을 반출하는 행위

9. 생활폐기물을 투기하는 행위

10. 인화성 물질을 이용하여 음식물을 조리하거나 야영을 하는 행위. 다만, 선박의 안전운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목적을 위하여 일시 거주하는 자의 경우는 제외한다.

11. 지질ㆍ지형 및 그 밖에 자연적 생성물의 형상을 훼손하는 행위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절대보전무인도서 및 준보전무인도서 안에 있는 문화재등에 대한 각종 행위제한에 관하여는 각각 「문화재보호법」ㆍ「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ㆍ「자연환경보전법」ㆍ「자연공원법」ㆍ「습지보전법」 및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 <개정 2011. 7. 28.>

통영 내 준보전무인도서만 100개

무인도서법 제12조에서 낚시 행위를 제한하는 조문은 7항이다. 무인도서법에 따르면 절대보전 또는 준보전무인도서로 지정된 섬 주변 1km 해역은 야생 동물인 물고기를 반출할 수 없다. 그런데 위 법 조항에서 알 수 있듯 물고기 반출에 있어 지연주민의 생계수단인 어로행위는 예외로 두고 있다.

문제는 지역주민의 생계수단이라는 모호한 내용이다. 자연보호를 목적으로 한 법 제정 취지에 비춰보면 어업활동도 함께 금지시켜야 하는 게

맞다. 많은 보전도서의 근해엔 어민들이 놓은 통발 등으로 인해 해역 주변이 오염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낚시어선도 보전도서 1km 해역의 배낚시는 불법이지만 관리와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무인도서법을 통한 섬 관리 정책은 어민 눈치를 살피는 고무줄 행정이라 할 수 있다.

통영해경은 단속 민원 제기가 계속되자 2월 중순 관할 낚시어선 선장들에게 준보전무인도서 낚시행위 제한 법 조항 내용을 담은 문자와 함께

섬 리스트를 보냈다. 통영시 내 준보전무인도서는 구을비도를 포함해 무려 100개에 이른다.

▲준보전무인도서로 지정되어 낚시금지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통영 구을비도. 사진은 대구을비도.

무인도서법 외에도 낚시행위 제한 섬 관련 법 수두룩

구을비도 낚시가능·금지 논란으로 쟁점의 대상이 된 무인도서법을 떠나 바다낚시를 둘러싼 관련 법 현실을 보면 현실은 암울하다. 구을비도 사례처럼 민원에 의해 곧바로 단속이 강화되거나 낚시를 묶을 수 있는 관련 법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여수 거문도 낚시금지도 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국립공원원공단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지난 3월 10일 자연공원법을 근거로 전남 여수 거문도 일원을 2023년 3월 15일부터 2026년 3월 14일까지 출입을 금지한다고 공고했다. 자연공원법은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 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이번 거문도 출입통제는 거문도 어촌계와 타 지역 낚싯배의 갈등이 이번 결정의 주 배경이 됐다. 이 외에도 특정도서법이라고 부르는 ‘독도 등 도서지역의 생태계 보전에 관한 특별법’, 자연환경보전법, 자연공원법 역시 언제든 민원에 의해 낚시규제가 강화할 수 있는 법이다.

이미 제정된 법에 대해선 사실 법 개정 외에 낚시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별로 없다. 하지만 구을비도 낚시가능·금지 논란에서 드러났듯, 현실성이 없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법 조항에 대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낚시계가 들여다봐 한다. 낚시인 역시 지역주민과 마찬가지로 섬과 바다수면을 이용하는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이다. 낚시 담당 정부당국인 해양수산부에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낚시인의 권리와 이익이 반영할 수 있도록 실태조사, 협의기구 설치 등 행정적 법적 보완장치를 요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