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낚싯대에 필연적으로 부착되는 가이드를 들여다보면 세월의 흐름을 읽을 수도 있다. 실제로 ‘1990년대의 낚싯대와 2020년대의 낚싯대는 어디가 다른가’ 비교해보면 결정적으로 가이드의 크기와 개수가 다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이드 개수는 늘어났고 구경은 작아졌다. 그에 반해 소재의 발달 덕분에 가이드 전체의 무게는 더 가벼워졌다는 점이다. 그 결과 낚싯대의 성능을 더욱 좋아지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원투용 던질 낚싯대는 물론 갯바위 낚싯대 등 릴낚싯대 전반에 나타나는데, 특히 루어 낚싯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대구경 가이드에서 소구경 가이드로

채비를 멀리 캐스팅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과거에는 릴에서 풀려나가는 낚싯줄의 저항을 줄일수록 채비가 더 멀리 날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가이드 링의 크기가 클수록 원투에 유리하다고 여겨왔다. 실제로 비거리만을 겨뤄 순위를 가르는 스포츠캐스팅 대회에서는 낚싯줄이 풀려나갈 때 생기는 가이드와의 마찰저항이 아주 예민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의 가이드 전문 제조 회사인 후지공업에 의해 과거의 정설은 깨지게 되었다. 후지공업의 제2대 사장을 역임한 오무라류이치(大村 隆一) 씨가 1966년에 발표한 소구경 가이드 이론으로 무장해 실제 스포츠캐스팅 대회에 출전, 우승을 차지해 자신의 이론을 증명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생산되고 있는 후지공업의 가이드 세팅 방법은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구경 가이드 이론의 핵심은 이렇다. 스피닝릴에서 방출되는 낚싯줄은 직선이 아니고 당연히 나선형 궤적을 그리는데, 이때 마찰을 줄이기 위해 가이드 구경을 넓히는 것보다 좁히는 게 유리하다는 점이다. 즉 첫 번째 가이드(버트가이드)에서부터 일부러 저항을 주어(가이드 구경을 좁혀) 원줄의 나선형 궤적 폭을 줄여주면 원투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오무라 씨의 이론이다. 특히 나일론사 대신 PE라인을 원줄로 많이 사용하는 최근에는 이 이론이 더욱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 후지공업 2대 사장인 오무라 씨의 이론은 소구경 가이드를 이용해 릴에서 방출되는 낚싯줄의 나선 궤적을 처음부터 줄이는 것이 원투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었다.

▲ 후지공업의 구형 가이드 제품 7개(왼쪽)보다 신형 가이드 9개가 더 가볍다. 초리 쪽에 설치하는 가이드의 크기가 작아진 결과이다.

가이드 위치 설정의 다양한 문제들

가이드 위치와 개수를 결정하는 것은 낚싯대의 휨새가 ‘패스트 테이퍼(앞휨세)’냐 ‘슬로우 테이퍼(몸통휨새)’냐에 따라 달라진다. 낚싯줄이 무리 없이 잘 풀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블랭크가 가지고 있는 반발력을 얼마만큼 발휘시킬 수 있는가도 고려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는 일러스트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가이드를 테이프로 임시고정하고 낚싯줄을 통과시켜 휘어보면서 위치와 개수를 정한다(이때 부착 위치와 개수를 정했다 하더라도 가이드 크기를 바꾸면 위치도 다시 정해야 한다).

이후 가이드의 크기, 개수, 위치가 서로 다르게 설정된 시제품을 만든 후 파손 테스트를 한다. 각각의 시제품에 최대한의 동일 부하를 걸어 낚싯대를 휘어보고 부러지는 강도 테스트를 거치며 가장 이상적인 가이드의 크기와 위치, 개수를 정한다.

보통은 이런 과정을 거쳐 가이드의 크기, 개수 등 위치 설정을 하지만 만일 커스텀 메이드의 낚싯대를 주문한다면 여기에 주로 사용하는 릴의 크기도 변수가 된다. 또한 사용자인 낚시인 본인의 키나 팔 길이, 선호하는 그립 길이에 따라서도 가이드 위치는 달라질 수 있다.

▲ 일반적인 가이드 위치 결정방법. 가이드를 임시고정하고 낚싯줄을 통과시켜 휘어보며 조정한다.

▲ 결정된 가이드 위치에 따라 시제품을 만들고 파손 테스트를 거쳐 최종적으로 가이드 위치를 정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가이드 개수

채비나 루어를 원투할 때는 가이드 수가 적을수록 마찰저항이 작아지므로 당연히 가이드를 최소한으로 부착하는 게 좋다. 그런데 가이드 수가 적으면 낚싯대 블랭크가 가지고 있는 휨새나 반발력을 낚싯줄에 충분히 실을 수가 없어진다. 간단하게 말해 큰 물고기가 걸렸을 때 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신 제품의 낚싯대를 보더라도 백사장 원투용이나 스포츠캐스팅용 낚싯대에는 가이드가 5개 정도밖에 부착되어 있지 않지만 돌돔낚싯대나 오요가세(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생미끼 전용 배낚시 릴대) 배낚싯대에는 가이드가 15개나 설치되어 있다.

이처럼 낚시 장르에 따라 목적에 따라 적절한 가이드 개수가 있음에도 루어낚싯대만큼은 같은 스펙임에도 신제품일수록 가이드 개수가 점차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휨새나 파워에 따라 가이드의 위치와 개수는 서로 다를 수 있다지만 그 차이가 큰 사례들이 많다. 참고 사진의 낚싯대들은 길이가 7.5피트 전후임에도 구형의 경우는 대부분 7개(톱가이드 포함)의 가이드가 부착돼 있지만, 신형은 9개가 부착돼 있다(후지공업에서 제공하고 있는 가이드 간격 도면에서는 10개 설치를 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이드 수가 늘었으니 낚싯대는 무거워졌을까? 그건 아니다. 팁(초리) 쪽에 설치하는 가이드의 크기가 대폭 작아졌기 때문에 가이드 전체 무게는 오히려 가벼워진 경향을 보인다.

가이드의 개수가 늘어나면 마찰이 증가할 것이므로 캐스팅에는 불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구경 가이드 이론과 더불어, 전체 무게가 가벼워진 덕에 캐스팅할 때의 ‘톱스피드(낚싯대를 휘두를 때 최고속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비거리를 늘려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참고로, 낚싯대가 이상적으로(?) 제작이 됐다하더라도 낚시인의 캐스팅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메이커가 설정한 성능 기준과 자신의 캐스팅 특성 사이에서 적절한 교차점을 찾아야 한다. 쉽게 말해 메이커에서는 가이드 10개를 부착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설정했지만 자신은 9개를 부착한 상태가 비거리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예민한 낚시인들이 직접 로드빌딩을 하는 것인데, 기성 제품을 구입하는 낚시인 입장에서는 메이커나 필드테스터들이 설정한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긴 하다.

가이드 구경에 따른 원줄 저항

▼ 구경이 전반적으로 크면 원줄이 받는 마찰 저항도 크다.

▲ 첫 번째 가이드에서 마찰저항을 줄여주면 오히려 비거리가 늘어난다.

가이드는 릴낚싯대 진화의 주역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낚싯대의 진화는 낚싯대 자체의 발전이라기보다는 낚싯대를 구성하는 부품, 특히 가이드의 진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부품의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른 데다가 낚싯대를 구성하는 부품 중 가장 비싼 것도 역시나 가이드이다.

서두에 적어놓은 것처럼 낚싯대의 발전 중 가장 큰 특징은 부착한 가이드의 개수가 많아지고 크기는 작아졌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일본 후지공업에서 새로운 콘셉트의 가이드 세팅 방법을 발표한 이래 계속 그렇게 변해 온 느낌이다. 신제품 가이드가 생산될 때마다 가이드 크기는 작아지고 함께 부착되는 개수는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없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 구식 낚싯대(우측)와 신제품 낚싯대(좌측)를 비교해 보면 가이드의 크기와 개수에서 차이를 볼 수 있다.

▲ 과거에 비해 신제품은 소구경 가이드를 더 많이 설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아래로 갈수록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