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게 바다라더니…
참돔 대신 왕볼락 한풀이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통영 구을비도는 이웃한 매물도와 함께 남해안에서는 제일 먼저 참돔 소식을 전해주는 곳으로서 4월부터 6월까지 대형급 참돔이 낚인다. 지난 4월 28일 본격시즌을 맞아 김해 새장유낚시 회원들과 함께 구을비도를 찾았다
▲ “이렇게 큰 볼락 보셨습니까?” 김성진씨가 대구을비도 동쪽 치끝에서 낚은 31cm 볼락을 자랑하고 있다.
▲ 대구을비도 남쪽 직벽에서 참돔을 노리는 낚시인. 멀리 보이는 섬은 소구을비도다.
김해 새장유낚시는 연중 매물도와 구을비도로 집중 출조하고 있다. 올해도 3월 초부터 꾸준하게 출조했는데 아직 갯바위 조황은 없어도 선상에선 참돔이 낚인다고 했다. 새장유낚시 김주환 사장은 “참돔은 먼저 구을비도에 붙고 매물도로 확산되는데, 갯바위보다 선상에 한 달 이상 빠른 입질을 보인다. 구을비도는 4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대구을비도 본섬만 하선을 허용하고 있는데 올해는 아직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1일 엔 구을비도 선상낚시로 하루에 50~80cm 참돔을 17마리까지 낚은 적도 있으며 평균적으로 7~10마리 정도는 낚인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는 날씨가 좋지 않아 출조할 수 있는 날이 적었다고.
취재 당일에는 대구을비도 갯바위낚시와 선상낚시를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수온이 많이 오른 상태라 갯바위도 가능성이 높다며 김주환 사장과 창원의 김성진, 그리고 기자 세 명이 한 조를 이뤄 내리기로 했다.
▲ 참돔채비에 연신 달려드는 볼락이 싫지만은 않은 김주환 사장.
대구을비도의 참돔 명당 동쪽치끝 상륙
28일 밤 11시, 10여 명의 회원들을 태운 버스가 낚시점을 출발해 거제도로 향했다. 김 사장은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45인승 버스를 36인승으로 개조해 출조하고 있었다. 창원-마창대교-진동-고성을 경유해 거제 대포항에는 새벽 2시경 도착했다. 우리를 실은 10톤급 통영바다호는 매물도 동섬치와 촛대바위, 남단여 일원에 차례로 내려주고 구을비도로 뱃머리를 돌렸다.
새벽 3시가 지날 무렵 갯바위팀은 대구을비도 동쪽 치끝 포인트에 내렸고, 나머지 일곱명은 선상낚시를 하기 위해 그대로 배에 남았다. 구을비도는 5년 전부터 상륙이 금지된 섬이다. 대구을비도 본섬만 4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하선을 허용한다.
▲ 구을비도의 왕볼락. 연중 볼락이 낚이는데 대부분 신발짝 크기다.
◀ 동쪽에서 본 대구을비도 본섬과 마당여(오른쪽). 여름철에는 참돔과 농어, 돌돔, 긴꼬리벵에돔, 부시리 산지다.
▲ “저는 손맛 봤습니다.” 새장유낚시 이근세 회원이 대매물도 동섬치에서 아침 초썰물에 낚은 70cm급 참돔을 보여주고 있다.
“동 틀 때까지는 볼락을 낚읍시다. 구을비도 볼락은 신발짝 사이즈라 손맛이 좋습니다. 볼락채비가 따로 필요 없고 그냥 참돔채비로 똑같이 낚으면 됩니다.” 김주환 사장은 김성진씨와 함께 3호 전지찌를, 나는 2호 전지찌를 달고 크릴을 꿰어 던졌다. 채비가 13m를 내려가 정렬되자마자 3호찌가 빨려 들어갔다. 25cm가 넘는 볼락들이 요동을 쳤다. 동틀 무렵까지 한 시간 반 동안 20마리 정도 낚았는데 씨알이 워넉 커서 쿨러가 반 정도 차버렸다.
밤이고 낮이고 볼락, 볼락뿐…
▲ 대구을비도 부속섬인 중간여와 메주여, 등대섬. 상륙이 금지되어 선상낚시로 참돔을 낚는다.
◀ 대포항으로 철수한 회원들이 횟집에서 참돔회와 구이로 점심을 먹고 있다.
날이 밝은 뒤 본격적으로 참돔낚시를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들물 조류에 채비를 태워 흘렸다. 찌밑수심은 13~15m. 우리가 내린 동쪽 치끝은 중간여와 사이의 빠른 물골을 노리기 때문에 물골자리라고도 불리는데, 본섬의 여러 참돔 포인트(물뿜는자리, 기둥바위, 높은자리, 호텔자리, 계단바위, 치끝안통) 중 조과가 제일 안정적이며 마릿수나 씨알 면에서도 앞선다는 게 김 사장의 말이다.
그러나 기대하던 참돔은 물지 않고 낮에도 계속 볼락만 낚였다. 발밑을 노려도, 멀리 흘려도 달려드는 볼락… 씨알 굵은 볼락이 처음에는 반갑기도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지겨워졌다. 메주여 주변에서 선상낚시를 하는 낚싯배에서도 흘리고 거둬들이기만 할 뿐 별다른 입질은 없는 듯 보였다. 서너 시간 동안 입질이 없자 선장은 닻을 올려 소구을비도 쪽으로 사라졌다. “바다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갯바위는 몰라도 선상낚시는 황치는 일이 없는데…” 김주환 사장은 속이 타들어가는 듯했다.
아침 9시쯤 만조가 지나 조류가 바뀌어 썰물이 매물도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구을비도나 매물도는 참돔이 썰물에 잘 낚입니다. 이 자리도 썰물에 큰놈들이 물어주니 기대를 해봅시다.”
얼마나 지났을까? 김성진씨의 2호 낚싯대가 크게 휘었다. 한동안 입질이 없어 긴장이 풀린 사이에 기습한 녀석은 발 밑 수중여로 파고들고 말았다. “지금 시즌에는 참돔 아니면 달려들게 없는데 희한하네? 대형 혹돔 같기도 하고…” 김성진씨는 30분 이상 녀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으나 결국 포기하고 채비를 당겨 터트리고 말았다. 그 뒤 썰물조류가 죽자 볼락마저도 낚이지 않았다.
어느 꾼은 불황의 이유를 이렇게 해석했다. “에이, 오늘 카메라만 세 대가 떴는데 물어주겠습니까?” 기자 외에 낚싯배에는 KBS 생생정보통 제작팀이 ‘바다의 여왕 참돔낚시’를 취재하기 동승했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취재도 실패했다. 철수길에 본 대매물도 동섬치에서 이근세씨가 새벽 무렵 낚았다는 70cm급 참돔이 취재 당일 유일한 조과였다.
구을비도는 거제도에서 40분이면 닿는 섬이지만 외해에 위치해 있어 파도가 높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출조가 불가능하다. 뱃삯은 매물도의 경우 3만5천원, 구을비도는 4만원. 참돔 선상낚시 요금은 1인당 10만원(밑밥, 도시락 포함).
▒ 출조 문의 김해 새장유낚시(010-8559-9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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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도·구을비도 참돔낚시
구을비도에 먼저 참돔이 붙지만 4월 1일 이전에는 상륙을 할 수 없어 선상낚시를 먼저 한다. 대개 2월 중순이나 2월 말이면 구을비도 선상낚시를 시작하는데 매물도에는 3월 중순 경 참돔이 붙기 시작한다. 올해는 한 달 정도 시즌이 늦은 편이다. 매물도의 참돔 포인트는 대매물도의 설풍, 수리바위, 동섬치, 물통여, 소매물도의 남단여, 촛대바위, 두룩여 정도다.
구을비도는 선상낚시에서 참돔과 함께 부시리까지 붙어 억센 파이팅이 벌어지고 있다. 매물도와 구을비도는 들물보다 썰물에 참돔낚시가 강세를 보인다. 적당한 물때는 10~12물과 3~6물로 죽는 물때에는 썰물이 한 방향으로 일정하게 흘러주어 좋고, 살아나는 물때는 아침에 썰물이 시작되기 때문에 좋다.
대형 참돔 시즌은 6월 말까지로 7월부터는 씨알이 잘아져 30~50cm급 마릿수 위주로 낚시가 이어진다. 구을비도는 참돔 외에 긴꼬리벵에돔도 잘 낚인다. 30~45cm급이 장마철에 마릿수로 낚이고 가을에는 마릿수는 적어지는 반면 40cm급이 넘는 대물이 낚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