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메가파워 부시리낚시 - 홍도의 혈투

12호 줄도 속수무책

“대체 얼마나 강한 채비가 필요한 거야!”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거제 홍도가 본격 대부시리 시즌에 돌입했다. 남해안 부시리 배낚시터의 원조인 홍도는 2001년
갯바위 하선이 금지된 후 배낚시터로 탈바꿈했다. 매년 3월부터 5월 초 사이에 미터오버급 부시리들이
몰려와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데 올해도 그 손맛을 잊지 못한 꾼들이 홍도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

▲ 오리엔탈피싱클럽 한이균씨(수원)가 홍도 선상에서 대부시리를 걸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원줄, 목줄 모두 12호를 썼는데도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렸다.

▲ 서쪽에서 바라본 홍도. 당일 선상낚시는 사진 맨 오른쪽에서 했다.

▲ 괭이갈매기 수천 마리가 홍도 상공을 떼 지어 날고 있다.

“대부시리낚시야말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최고의 스포츠피싱이다. 그리고 최고의 파이팅 장소는 역시 홍도다!”
홍도를 찾는 단골꾼들은 모두 부시리 마니아다. 그들에게 다른 어종은 시시할 뿐이다. 홍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은 부시리가 출몰하는 곳이다. 홍도 배낚시에서 올라온 대부시리 기록은 작년 4월에 낚인 145cm다. 
이맘때 출몰하는 대부시리는 중무장한 채비로도 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약간의 행운만 따라준다면 120~130cm가 넘는 부시리를 품에 안을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다. 8년 전 홍도 부시리 배낚시를 개척했던 마산 탑포인트 구해근 사장은 “올해도 많은 낚시인들이 홍도 대부시리에 도전하고 있지만 잦은 주의보 탓에 출조일이 적었고 시즌도 보름 이상 늦어졌다”고 말했다. 4월 들어서야 본격 시즌이 형성되고 있는 홍도 부시리낚시, 시즌이 늦게 열린 만큼 5월 하순까지는 입질이 이어질 것 같다는 얘기다.

▲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정 무렵 홍도에 도착한 수원, 일산꾼들이 해가 뜰 때까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족발에 소주를 마시고 있다.

▲ “이 녀석이 홍도 대부시리입니다.” 3월 22일 몇 마리를 놓치고 드디어 116cm 부시리를 낚은 안성 머털낚시 회원이 고기를 힘겹게 들어 보이고 있다.

초썰물에 터진 입질, 거는 족족 다 터뜨려

지난 3월 22일, 구해근 사장에게서 ‘드디어 대부시리 어군이 몰려들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배 한 척당 서너마리 이상의 미터오버급 부시리를 낚아냈다는 것이다. 물론 낚은 부리시보다 놓친 부시리가 서너 배는 더 많았다.
소식을 접한 나는 부랴부랴 다음카페의 선상낚시전문클럽인 오리엔탈피싱클럽 회원들로 취재팀을 구성했는데 구해근 선장의 황급한 전화가 또 걸려왔다. 아직 초반이라 낚이는 포인트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배보다 일찍 나가야 하니 서둘러 출발해달라는 것이다. 서둘러 거제도로 내려갔는데도 밤 10시가 훨씬 넘었고 근포항에 정박해 있던 피싱업호(선장 박중철)에 몸을 실었다. 오늘은 오리엔탈피싱클럽 회원 5명이 45만원에 피싱업호를 전세 낸 터라 모처럼 편하게 발을 뻗고 잘 수 있었다. 
박중철(64) 선장이 출발과 동시에 속도를 올린다. 벌써 두 척의 배가 먼저 출발했기 때문이다. 저구리 근포항에서 불과 30분 만에 홍도에 도착했다. 다행히 목적했던 포인트가 비어 있어서 닻을 내릴 수 있었다. 한이균 회원은 “작년까지만 해도 야간운행이 금지되어 새벽 3시 이후에나 출항할 수 있었는데 올해 초 거제도의 야간 운행이 풀렸다. 그런데 이 조치가 선장이나 낚시꾼 모두에게 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둘러 새벽길을 달려왔던 회원들은 무사히 포인트에 닻을 내린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단잠에 빠져들었다.
한숨 자고 나니 날이 밝았다. 그런데 밖을 내다보니 도착할 때와는 날씨가 딴판이다. 파도가 높게 일면서 낚싯배가 파도에 춤을 춘다. 여기에 사리물때를 앞둔 시점이어서 그런지 조류마저 거셌고 그 바람에 오전 내내 입질 한 번 받질 못했다. 선장은 “12시가 지나면 물돌이가 시작돼 썰물로 돌아서니 곧 입질이 올 겁니다”하고 말했는데, 그의 말대로 조류가 느릿하게 흘러가자 강력한 입질이 들어왔다.
“왔다!” 하는 외침과 동시에 하이균씨의 5호 낚싯대가 부러질 듯 휘어졌다. 그러나 파이팅은 채 10초도 못 가 끝나고 말았다. 12호 목줄이 맥없이 터져나간 것이다. 대부시리가 떼로 몰려온 것인지 맞은편에 정박해 있던 탑피싱호에서도 연신 낚싯대가 휘어졌다. 한참 사투를 벌이더니 대부시리 한 마리가 수면에 떠올랐고 대형 뜰채에 담겨 뱃전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계척을 마친 낚시인이 “백십이센티미터!”라고 외쳤다.
그 뒤론 우리 배에서는 입질을 받을 수 없었고, 다른 낚싯배에서 세 번 정도 입질을 받는 모습이 목격됐지만 모두 터트리고 말았다. ‘홍도 대부시리는 배 위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내 고기가 아니다’라는 말뜻을 실감한 하루였다.  

▲ 피싱업호 박중철 선장도 대부시리를 걸었다.

▲ 동료가 건 대부시리를 대형 뜰망에 담아 올리는 낚시인.

▲ 4월 9일 피싱업호 단골꾼들이 낚은 대부시리들. 119cm를 비롯해 미터오버급만 모두 7마리다.

홍도 남쪽 30~40m 수심 여밭이 명당

거제도 선장들의 말에 의하면 수온이 9.5도까지 떨어지면 부시리가 깊은 바다 속에 은신해 있다가 수온이 11~12도로 상승하기 시작하는 2월 말부터 서서히 홍도 연안으로 붙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나타나는 부시리들은 대부분 미터오버급들로 13도 수온이 유지되는 4월 한 달이 피크 시즌이다. 이 시기의 부시리들은 알을 가득 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산란 장소를 찾기 위해 홍도 근해로 몰려드는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수심이 30~40m로 다른 곳보다 얕은 홍도 남서쪽 해상이 대부시리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그러나 남서쪽 해상은 많아야 4~5척밖에 낚시하기 힘들어 뒤늦게 출조하면 포인트를 차지하기 어렵다. 
홍도의 대부시리는 4월 말까지 낚이다가 5월을 넘어서면 대부시리들은 빠지고 70~80cm급의 잔챙이(?)들이 붙기 시작하여 홍도 전역에서 부시리가 낚이게 된다.
거제 홍도는 난바다에 홀로 떠 있어 조류가 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따라서 부시리 배낚시는 조류 흐름이 완만해지는 12물~2물을 최고의 물때로 친다. 단골꾼들은 부시리 전용 릴대에 대형 스피닝릴을 장착한다. “강하고 질긴 부시리 배낚시 전용대가 속속 출시되면서 대형급을 낚을 확률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말한다. 원줄과 목줄은 모두 12호를 사용한다. 간혹 14호 목줄을 사용하는 꾼도 있지만 그 경우 입질 확률이 떨어지고 어차피 갯바위에 쓸려 터지는 것은 별 차이가 없어 12호를 선호하고 있다. 바늘은 부시리 전용 12~14호를 사용한다. 찌는 밑밥과 동조가 잘 되는 잠수찌를 주로 사용한다. 조류의 세기에 맞춰 -B~-5B를 선택하는데 조류가 셀수록 무거운 잠수찌를 사용한다.
홍도 전문 출조점인 마산 탑포인트낚시는 근포항의 피싱업호, 다대항의 탑피싱호, 다포항의 모성호와 연계해 매일 새벽 출조하고 있다. 피싱업호는 정원은 12명이지만 너무 많이 타면 낚시가 불편하므로 6명 정도가 낚시하면 알맞은 규모다. 하루 전세비는 45만원, 1인당 출조비는 12만원이다.    
▒ 출조 문의 마산 탑포인트낚시 055-251-2513 

▲ “열 마리 이상 터뜨리고 네 마리 올렸습니다.” 전북 익산에서 온 낚시인들이 조과를 들고. 모두 110~120cm급이다.

대부시리 대응책

초반 20초가 최대의 고비

대와 릴, 성능 좋은 고급 장비가 필수

ㅣ박중철 저구리 근포항 피싱업호 선장ㅣ

대부시리의 파괴력은 한마디로 엄청나다. 출조 때마다 한두 대씩 낚싯대가 두 동강 날 정도다. 요즘은 낚싯대와 줄을 강하게 쓰기 때문에 1m급이 넘는 부시리를 낚을 수 있는 확률이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중무장한 채비도 대부시리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때가 허다하다. 대와 릴, 줄과 바늘 모두 고급품으로 대응해야 그나마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이맘때는 대부시리가 잘 뜨지 않고 바닥 골을 타고 놀기 때문에 초반에 제압을 하지 못하면 거의 목줄이 갯바위에 쓸려나간다. 무지막지한 대부시리와 맞서 할 수 있는 것은 드랙을 조인 상태로 최대한 안정된 자세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초반에 20초 이상만 버텨준다면 확률은 50~60%로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