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머리말. 과거에는 조간대 생태계의 파괴로 개체가 감소했다가 최근에 다시 증가하고 있다.

바다로 선상낚시를 가거나 방파제 등에서 생활낚시를 할 때 낚시를 굉장히 귀찮게 만드는 존재가 있다. 바로 물 위에 둥둥 떠서 다니는 길쭉한 형태의 풀, 거머리말이다. 

원활한 낚시를 방해하는 요소긴 하지만 이 떠다니는 풀 조각은 해양생태계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정말로 중요한 요소다. 각종 해양 미소 생물에게 은신처와 서식지를 제공하기도 하고 수많은 연안 생물의 산란터로 사용되는 수생식물이다. 

이 거머리말이 어떻게 해양생태계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낚시에서는 어떻게 이용되는지 상세히 알아보자.

해초류와 해조류

거머리말은 거머리말이라는 국명보다는 흔히 잘피로 불린다. 이러한 잘피류는 대한민국 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이 잘피류와 해조류(Seaweed)를 주로 혼동하게 된다. 잘피류가 속한 해초류(Seagrass)는 말 그대로 꽃을 피우는 식물로 바다에서 생육하면서 꽃을 피우는 생물이기에 해산현화식물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해산현화식물인 해초류는 일반 식물과 같이 뿌리, 줄기, 잎이 구분되어 있으며 꽃을 피워 번식하고 사질, 니사질같은 퇴적물에 땅속줄기로 고정하여 살아가는 엄연한 ‘식물’이다. 

하지만 해조류는 식물이 아닌 바다에서 생육하는 조류(Algae)로 꽃을 피우지 않고 포자로 번식하며 뿌리, 줄기, 잎이 구분되지 않는 생물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미역, 다시마, 김 등이 해조류에 속한다. 

즉, 해조류와 해초류는 완전히, 엄연히 다른 생물이지만 일상에서는 흔히 ‘바다에서 보이는 미역 비슷한 종류’로 대충 같은 끝을 가진 용어로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해조류와 해초류는 완전히 다른 생물을 뜻하는 용어로 확실히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옳다. 

▲ 거머리말의 씨. 거머리말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다.

대한민국 해초류의 대표 거머리말

대한민국 바다에서 꽃을 피우는 해산현화식물은 지금까지 약 9종, 또는 10여 종의 생육이 보고되고 있다. 그중 Halophila 속이 1종(해호말), Phyllospadix 속이 2종(새우말, 게바다말), Ruppia속이 1종(줄말), Zostera 속이 5종(왕거머리말, 포기거머리말, 수거머리말, 애기거머리말, 거머리말)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영해에서는 Zostera 속이 가장 많이 생육하고 있다. 

이러한 Zostera 속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거머리말(Zostera marina)로 대한민국의 해양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해산현화식물이며 연성저질(사질, 니질, 니사질, 사니질 등)에 주로 생육하고 특히 썰물일 때 바닥이 드러나는 조간대에 생육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기에 동해보다는 남해나 서해에 많이 분포하며 수심 얕은 곳에서 낚시할 때 많이 걸려 나오는 바로 그 풀 조각이 거머리말이다. 

▲ 게바다말. 거머리말류는 종류가 많으며 게바다말의 경우 바위에 부착하여 생육한다.

▲ 해호말. 가장 최근에 우리바다에서 생육이 확인된 해산현화식물이다.

바다의 숲, 거머리말 군락

거머리말은 얕은 곳에서 주로 군락을 이루어 생육한다. 넓은 초지 형태로 자라기 때문에 다른 말로 바다의 초원, 또는 바다의 숲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거머리말 군락은 해양생태계에서 가장 종 다양성이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미소 생물에게 숨을 수 있는 은신처를 만들어 주며 다양한 생물의 산란장으로써도 큰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조간대에서 주로 서식하는 생활낚시 대상어종뿐 아니라 어패류, 갑각류, 두족류들도 이 거머리말을 기본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높은 생물다양성을 띠는 해양생물상의 보고이기 때문에 비단 생태학적인 가치뿐 아니라 낚시, 어업 등 수산업계에서도 날이 갈수록 이 거머리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물에 감진 거머리말 군락. 꽃을 피워 씨로 번식하며 광합성을 한다.

광합성 그리고 오염물질 흡수

거머리말은 기본적으로 식물이기에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성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반대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육상식물과 더불어 지구 온난화를 어느 정도 완충하는 주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거머리말이 밀집한 조간대나 생육지는 육상과 인접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육상에서 흘러들어오는 각종 유기물을 걸러내는 역할도 하게 된다. 특히 비료로 많이 사용되며 식물플랑크톤 번성의 원인이 되는 질소와 인 등 많은 물질을 효과적으로 빠르게 흡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해양에서의 부영양화(적조 등)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그렇기에 거머리말은 해양생태계의 경제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를 모두 높여주는 굉장한 가치를 지닌 식물이다. 

꼭 지켜야 할 우리 바다의 식물

거머리말이 주로 생육하는 조간대는 예로부터 인간이 가장 많이 사용해온 땅 중 하나다. 바다와 가깝고 수많은 생물이 서식하여 식량을 얻기도 쉬웠고, 산업화 시절에는 공장용지, 간척지로 만들기 쉬운 땅 중 하나였기에 1970년대부터 수많은 대한민국 서해, 남해의 조간대는 산업화, 경제화라는 명목으로 메워지고 버려지기 시작했다. 경제화의 부산물인 산업폐기물, 각종 오염물이 그대로 퇴적되어 쌓여나가는 그야말로 죽은 갯벌과 조간대가 만들어지는 시기였다. 

이로 인해 조간대에서 생육하던 거머리말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으나 최근에는 환경 및 해양 생태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거머리말의 생육지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으며 최근에는 이러한 거머리말을 복원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낚시에서는 계속해서 바늘에 걸리고 라인에 걸리고 낚시를 귀찮게 만드는 요소이지만 거머리말의 복원은 낚시의 대상이 되는 각종 해양생물에게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하고 그 개체수를 늘리는 선한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거머리말의 복원은 결국 낚시인과 어민에게 좋은 조과와 혜택 나아가 해양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초석이라 할 수 있다. 

거머리말의 중요성

앞서 말한대로 거머리말은 과거엔 굉장히 보기 쉬웠다가 산업화의 영향으로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환경에 관한 관심과 거머리말의 효용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최근에는 다시금 많이 복원되는 상황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Red List(전세계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리스트)에 거머리말류가 약 15종 포함되어 있으며 그중 7종이 대한민국의 해양에서 생육하고 있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생물이고 과거처럼 사라질 위험성이 높은 생물이기에 대한민국 해양생태계의 건강성 회복 및 연안, 하구 생태계의 생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거머리말의 복원 및 관리는 절실하다.

그렇기에 낚시에 잠시 불편하다고 하여 광범위하게 훼손한다든지 각종 오염수 및 폐기물을 무단투기하여 거머리말 생육에 피해를 주는 행동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생활낚시의 재미는 거머리말에 진 빚이다. 

▼ 거머리말 군락에 서식하는 각종 해양생물들. 작은 고기뿐 아니라 해마, 무늬오징어, 새우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따라서 거머리말은 연안 해양 생물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서식지 역할을 한다.

▲ 망둥어

▲ 해마

▲ 무늬오징어

▲ 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