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채비 감도 향상의 새바람1

갓낚시 명인의 비밀병기

서찬수의 ‘안내병채비’

부력과 상관없는 봉돌 더 달아 저부력채비로 수초대 맘껏 공략

갓낚시 명인 서찬수씨는 오래 전부터 ‘조작성과 예민성을 겸비한 채비는 없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너무 투박한 기존의 대물낚시 채비는 활성도가 떨어진 붕어의 미약한 입질을 감지하기엔 모자람이 있었고,
또 너무 예민한 채비는 거친 수초대에서 대물붕어를 공략하기 어려웠다. 고민 끝에 그가 완성한 채비가
바로 소개하는 안내병(案內兵) 채비다.

Ｉ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Ｉ

▲ “이 겨울 손맛을 보고픈 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손쉬운 바닥채비입니다.” 서찬수씨가 거제 고메지에서 안내병채비로 낚은 9치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안내병채비의 특징과 장점

안내병채비는 한 마디로 ‘저부력 고감도 채비’를 기본으로 하고, 그 채비에 하강용 봉돌을 덧단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찌는 0.7호(7푼) 정도의 저부력 유선형 찌를 사용하고 봉돌은 마이너스 찌맞춤을 하여 바닥에서 띄운다. 그리고 목줄은 30cm로 길게 하여 바늘 끝은 바닥에 닿게 한다.
여기까지의 채비를 보면 약간 투박한 형태의 ‘외바늘 내림낚시채비’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안내병채비의 핵심은 여기에 긴 목줄을 덧달아 그 끝에 B 정도의 봉돌을 하나 더 물린 데 있다. 이 봉돌을 ‘안내병’이라 부른다. 전체적인 채비의 형태는 마치 두바늘 내림채비의 긴 목줄 쪽에 바늘 대신 봉돌을 단 것과 같다.
안내병봉돌의 역할은 단지 채비를 바닥까지 안착시키는 것이다. 즉 가벼운 채비를 빠르게 바닥까지 끌어내린 다음 일단 채비가 바닥에 닿으면 안내병의 역할은 끝난다. 만약 붕어가 미끼를 물어서 0.7호 봉돌이 움직여도 안내병은 40cm 이상의 긴 목줄에 연결되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하등 저항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즉 붕어가 입질하여 봉돌과 찌를 밀어 올릴 때도 안내병봉돌은 바닥에 그냥 붙어 있다.  
이런 메커니즘으로 인하여 안내병채비는 붕어의 약한 입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안내병봉돌에 의하여 거친 장애물지대도 빠르고 쉽게 하강할 수 있다. 그리고 안내병봉돌이 닻 역할을 해서 바람이나 물흐름에도 가벼운 본 채비가 밀리지 않게 해준다. 맞바람이 불어도 안내병봉돌이 가벼운 채비의 스윙을 손쉽게 해준다.

안내병채비 개발의 동기

서찬수씨는 10년 전 바다 벵에돔낚시용 ‘제로찌’를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제로찌란 구멍찌의 몸통에 부력과 같은 무게의 봉돌을 심어서 부력을 거의 제로상태로 만든 찌다. 목줄에 아무런 봉돌을 달지 않은 극히 예민한 상층공략용 채비를 사용하기 위해 만든 찌다.
‘옳거니! 부력이 약할수록 찌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부력을 약하게 하려면 찌 몸통이 작아지고 가벼워져 캐스팅이 어렵다. 그래서 큰 몸통의 찌에 무거운 봉돌을 내장해서 부력을 상쇄시키되 무게는 늘린 것이다. 그렇다면 붕어찌에도 봉돌을 내장하면 부력은 약화되어 캐스팅이 가능한 찌를 만들 수 있겠다.’
그는 당장 찌에 편납을 감아서 부력을 극도로 줄인 상태에서 낚시를 해보았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더군요. 찌 밑의 봉돌이 너무 작다 보니까 조금만 장애물이 있어도 채비가 내려가지를 못하는 겁니다. 그리고 찌의 부력 자체가 거의 없다 보니까 입질이 와도 찌가 시원스럽게 솟아오르지를 않는 거예요.”
서찬수씨는 시행착오 끝에 찌에 감은 봉돌(편납)을 떼어내서 ‘어디 다른 곳에 두어야 하겠는데 어디가 좋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길게 늘어뜨린 또 하나의 목줄에 봉돌을 다는 방식’이었다. 그것이 바로 안내병채비다.
 

▲ 수면으로 솟아 있는 안내병채비의 찌들. 마이너스 찌맞춤을 하므로 찌톱을 내놓고 한다.

안내병채비 효과 가을~겨울에 최고조

서찬수씨는 안내병채비를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주로 사용해왔다. 2000년 10월 말에 찾은 고성 함밭골지에서 자신도 놀랄 만한 위력을 확인했다. 평소엔 찌를 가만 놔두지 않을 정도로 마릿수가 좋은 곳이었는데 그날만큼은 까딱도 하지 않았던 것. 안내병채비로 바꾸고 나니 없던 입질이 살아나면서 찌를 밀어 올려주었다. 동행한 낚시인들은 거의 고기를 못 잡고 서찬수씨 혼자 월척 10마리를 포함해 50마리를 낚아냈다. 
“나도 솔직히 놀랐습니다. 다른 찌엔 미동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안내병채비의 찌는 몸통까지 솟는 겁니다. 그리고 한두 마디 깔짝거려 챔질타이밍을 잡기 어려운 붕어들이 안내병채비는 찌를 둥실 띄워서 슬로템포로 끌고 가기 때문에 느긋하게 챔질해서 99% 낚아낼 수 있었어요.”
조황을 본 동료들은 그의 채비를 보고 ‘싹슬이채비’란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안내병채비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일단 대물채비에도 붕어가 잘 낚이므로 굳이 사용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채비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급속히 번지기 시작한 것은 고기가 유난히 나오지 않던 작년 가을부터였다. 경남 산청 구리지로 출조한 낚시인이 안내병채비를 사용해 계속해서 재미를 봐온 것이 급속하게 입소문을 탔다. 다른 낚시인은 한 마리도 못 잡았는데 혼자서 월척을 포함해 10여 수씩 붕어를 낚아오자 관심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창녕의 늪지와 수로에서도 안내병채비로 효과를 본 낚시인이 많았다. 서찬수씨는 바닥에 퇴적물이 많은 곳에서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삭아 내린 수초들이 바닥에 쌓여 미끼가 그 속에 묻히기 쉽고 붕어들이 미끼를 발견해도 퇴적물을 흡입하기 싫어해서 입질이 미약합니다. 그런데 안내병채비는 본채비 자체가 가벼워 퇴적물 속에 미끼가 함몰되는 경우가 적고, 붕어가 가볍게 미끼를 흡입해도 찌가 확연히 솟기 때문에 거의 챔질에 성공했습니다.”

▲ 아침에 입질을 받은 서찬수씨가 연안까지 끌어낸 붕어를 들어 올리고 있다.

“대물채비는 까딱도 않고 안내병채비만…”
서찬수의 안내병채비의 실제 사용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1월 2일 거제도로 내려갔다. 서찬수씨로부터 “지금 거제도에 내려와 있는데 어제와 그저께 고메지란 저수지에서 안내병채비를 사용해 7~9치 붕어를 제법 낚았다”고 연락이 온 것이다.
거제면의 거제바다피싱에서 서찬수씨를 만나 안내병채비를 자세히 뜯어봤다. 외양은 일반 떡밥낚시채비인데 두 가닥의 목줄 한 쪽에 달린 봉돌이 눈에 띄었다. 긴 목줄에 바늘 대신 찌고무가 달려 있고 그 속에 좁쌀 크기의 봉돌을 삽입한 것이다.
서찬수씨는 “그저께 강풍 때문에 3시간 밖에 낚시를 하지 못했어요. 안내병채비와 대물채비를 섞어서 낚시했는데 입질이 들어온 건 모두 안내병채비였습니다.”하고 말했다. 이어서 긴 목줄에 달린 봉돌을 보여주면서 “이놈은 바다낚시용으로 사용하는 조개봉돌을 반으로 잘라서 도래를 삽입한 것인데 강한 바람도 쉽게 뚫고 나가고 수초도 잘 파고듭니다.”하고 덧붙였다.
고메지는 경남 거제시 거제면 옥산리에 있는 2천평 규모의 소류지였다. 현지에선 화원지라 불렀다. 제방에 서찬수씨가 앉고 나는 좌안 하류에 대를 폈다. 미끼는 옥수수. 다른 것은 듣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채비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서찬수씨가 준 안내병채비 한 대, 옥수수 슬로프낚시채비 한 대, 대물낚시채비 한 대씩을 폈다.

“얼음낚시에도 효과 만점일 것”

그러나 생각보다 밤기온은 빠르게 내려갔고 칼날 같은 추위가 엄습해왔다. 붕어들은 입질해주지 않았고, 자정이 넘어서자 수면이 얼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의 밤낚시가 어려워졌다. 결국 밤낚시를 포기하고 거제면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저수지를 찾아보니 수면은 모두 살얼음으로 덮여 버렸다. 저녁 무렵에 찾아서 잘 몰랐는데 소류지의 물은 너무 맑아 바닥이 훤히 보였다.
“이런 물색에서 붕어가 물었다는 겁니까? 바닥이 훤히 보이는데 도대체 붕어가 어디에 있다가 나타났다는 겁니까?”
“물이 맑아서 지금은 깊은 곳에 숨어 있지만 밤이 되면 어둠을 타고 먹이를 찾아 움직입니다. 그러나 어제는 너무 추워서인지 녀석들도 움직임을 포기했나 봐요. 폭풍이 몰아쳐도 찌를 끌고 가며 난리를 치던 놈들인데…. 안내병채비의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겨울 밤낚시가 잘 되는 거제도의 저수지를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붕어를 낚지 못해 여러 모로 안타깝군요.”
서찬수씨는 “보다시피 안내병채비가 심오하거나 대단한 채비는 결코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나처럼 찌의 예민성을 추구하지만 너무 복잡한 채비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낚시인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은 안내병이라 이름을 붙인 작은 봉돌 하나만 더 달아서 한층 예민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이 채비가 취향에 맞을 것이다. 어쨌든 겨울철의 붕어는 입질이 약하고 투박한 채비만 고집해선 입질을 놓치는 경우가 반드시 있다. 그런 입질을 다 잡아서 손맛을 보면 좋겠다 싶어서 이 채비를 소개하는 것이니 한번쯤 써볼 만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요즘 중부지방엔 얼음낚시가 한창이라는데 안내병채비는 얼음낚시에서도 발군의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붕어 위에 놓인 안내병채비. 낚싯대는 서찬수씨가 디자인한 대물낚싯대 ‘허송세월’이다.

■고메지 가는 길   거제대교를 건너 거제 방면 14번 국도를 타고 15분 가량 가면 사등면소재지를 지나 도로 우측에 거제 이정표와 함께 우측 진입로가 보인다. 우회전해 10분 더 가면 팔골재를 넘어 거제면소재지 입구. 면소재지 1km 전에 외간리 이정표가 보이는 진입로가 보인다. 우회전한 후 좌회전해 터널을 통과해 마을길을 따라 오르면 멀리 제방이 보인다.
■전국낚시지도 310 B5  아이코드 732-412-4246
■현지문의  거제바다피싱 055-632-4246

안내병채비 형태와 사용법

▲ 안내병채비.덧단 봉돌이 특징이다.

●찌  서찬수씨가 개발한 갓낚시용 찌 F303 小. 부력은 0.7호. 그러나 부력만 세지 않으면 떡밥낚시용 찌 등 아무 찌나 상관없다.
●찌맞춤  바늘채비를 단 상태에서 찌톱을 반 정도 내놓는 마이너스찌맞춤.
●원줄·목줄  원줄은 2.5~2호. 목줄은 2~1.5호. 물에 가라앉는 카본사 대신 물에 뜨는 나일론사를 사용한다. 4호 이상의 굵은 원줄도 피한다. 
●목줄 길이  바늘을 단 목줄이 30cm, 봉돌(안내병)을 단 목줄이 40cm다. 단차는 찌톱의 길이에 맞춘다. 즉 F303 小의 경우 찌톱이 10cm여서 단차도 10cm를 주었다.
※만약 단차가 찌톱 길이보다 짧으면 붕어가 찌를 올리다가 안내병봉돌의 무게를 감지하고 뱉어버릴 수 있다.
●바늘  평소 사용하던 바늘을 그대로 쓴다. 겨울엔 감성돔 1~3호 정도가 좋다.
●안내병(아랫봉돌)  바다낚시용 B봉돌을 쓴다. 봉돌 틈에 소형 도래를 삽입해 사용한다. 깨끗한 바닥에선 B봉돌 반을 잘라서 써도 충분하며, 수초대에선 더 무거운 소형 고리봉돌을 아랫봉돌용 찌고무에 삽입한다. 
●수심 맞추기  안내병봉돌을 빼고 한다. 평소처럼 바늘채비를 내려 찌톱이 수면에 나오도록 수심을 맞춘다. 찌톱은 수조에서 찌맞춤했던 대로 찌톱의 반 정도 내놓으면 된다. 다시 안내병을 달아 던져 넣으면 안내병은 바늘 앞쪽에 떨어지기 때문에 처음보다 더 내려앉는다. 이때 대를 슬쩍 들어주면 안내병이 바늘 가까이 오면서 다시 솟는다.
※채비가 바닥에 안착되면 윗봉돌(찌맞춤한 메인 봉돌)은 뜨고 바늘만 바닥에 닿아 있는 상태에서 그 옆에 안내병봉돌이 닻처럼 늘어져 있는 모습이 된다. 이 동작은 매우 중요하다. 똑같이 안내병채비를 사용해도 대를 들어주어야 비로소 입질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미끼  새우, 지렁이, 참붕어, 옥수수, 떡밥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새우는 사용할 때 다리를 잘라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우가 이리저리 돌아다녀 찌도 움직인다. 참붕어 역시 산 놈은 찌가 까불거린다. 죽은 놈을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