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추자 다무래미 5번자리에 함께 내린 수원 낚시인 방훈 씨가 47cm 감성돔을 끌어내고 있다. 본섬 포인트인 다무래미는 씨알과 마릿수 재미가 우수한 특급 포인트다.

겨울 감성돔 명가 추자도가 본격 초등 피크에 접어들었다. 지난 11월 말을 기해 마릿수가 살아났고 한 포인트에서 혼자 28마리를 낚는 핵폭탄급 호황을 맛본 사람도 있었다. 당시 수온은 18도에 달할 정도로 높았으나 파도가 높고 물색이 흐린 날에는 어김없이 떼고기가 쏟아졌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역시 바다날씨가 엉망진창이다. 좋은 날씨가 사흘을 못 가는 날이 지속되다보니 원도 출조 스케줄을 잡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지난 11월 말, 남해동부 바다 날씨가 나쁘면 추자도, 남해서부 바다날씨가 나쁘면 대마도 원정을 계획하다가 추자25시민박 김찬중 사장의 조언에 추자도로 방향을 틀었다. 

내가 “주의보가 내릴 듯 말듯 한 날씨라 어느 곳도 가기 힘들다. 좋은 날씨를 기다리자니 마감 날짜가 다가와 갈등이 된다”고 말하자 “날씨가 좋으면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면 새벽에 나가는 것은 물론 좋은 포인트 차지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반면 날씨가 나쁜 날은 낚시는 피곤하지만 좋은 포인트를 골라 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명쾌한 답변이었다. 

그래서 나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를 거쳐 추자도로 가는 코스 대신 진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는 코스를 택했다. 바다날씨가 애매해 제주에서 뜨는 소형급 여객선은 결항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현재 진도 진도항(구 팽목항)에는 주의보급 악천후에도 운항하는 초대형 여객선 산타모니카호가 운항 중이다. 이 배는 3,321톤짜리로 최고 속도가 시속 77km에 달한다. 진도에서 추자도까지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5분.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고 잠깐 수다를 떨다보면 어느새 상추자도에 도착한다.

운행시각도 매력적이다. 진도에서 아침 배가 오전 8시에 상추자로(제주행) 들어가고, 오후에는 5시30분에 상추자도에서(진도행) 진도로 나간다. 그 덕분에 오전낚시와 오후낚시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 묵리포구에서 추자25시민박의 뉴에이스호를 타고 출조에 나서는 장면.

▲ 일주도로에서 바라본 하추자 묵리마을 일대. 방파제 바로 우측에 보이는 큰 섬이 섬생이다.

예초리 본섬에서 30분 만에 5마리 히트 

11월 28일 아침 8시45분에 상추자 대서리항에 도착, 마중 나온 민박집 트럭을 타고 민박집으로 향했다. 준주의보급 날씨임에도 손님 6명이 이른 아침에 이미 섬생이 동쪽 갯바위로 출조한 상태였다. 

나 혼자 출조하자고 또 배를 띄우자니 미안해 첫날은 본섬 갯바위에서 낚시하기로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예초리 본섬 포인트. 예초리마을을 관통해 끝까지 가면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는 막다른 언덕길이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일명 신댕이 포인트를 비롯한 멋진 본섬 포인트가 이어진다. 처음에는 더 이상 차가 못 가는 막다른 길에서 가까운 갯바위로 들어갈까 하다가 산길을 따라 머준이 방면으로 200m가량을 더 들어갔다. 아무래도 본섬낚시는 이동거리가 멀수록, 발품을 팔수록 좋은 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길을 걸어 내려가 포인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무렵. 거친 파도가 갯바위를 핥고 있었고 매서운 북서풍이 뺨을 때렸다. 비록 날씨는 험했지만 본섬에서는 이런 날씨가 최고의 밑밥이 된다. 높은 파도와 탁한 물색에 몸을 숨긴 감성돔이 갯바위 가까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낚싯배를 타고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모여 있던 어군을 깨지도 않는다. 

서둘러 밑밥을 발밑에 열 주걱 정도 준 뒤 1.5호 채비를 꾸렸다. 수심은 5m 내외였지만 이런 날씨에서 저부력 채비를 쓰면 원줄이 강풍에 밀려 채비를 위쪽으로 당겨 올리므로 수심 관계없이 묵직한 채비를 쓰는 게 좋다. 초등철에는 감성돔 활성이 좋기 때문에 잔존부력이나 목줄 두께도 입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파도와 물색이 너무 좋아 첫 캐스팅에 입질이 올 것 같았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첫 캐스팅에 40cm급 감성돔이 뜰채에 담겼다. 이후 연속 4마리가 히트되면서 불과 30분 만에 5마리의 감성돔이 라이브웰에 담겼다. 기대했던 5짜는 없었지만 죄다 40~45cm급이었고 이제 막 추자도로 올라붙은 초등감성돔답게 손맛도 대단했다. 

▲ 예초리 본섬 포인트. 초입까지는 차로 진입하며 그 이후로는 도보로 이동한다.

▲ 예초리 본섬 포인트에서 올린 감성돔. 엔에스의 알바트로스 VIP 감성돔 전용대를 사용했다.

▲ 다무래미 5번자리에서 올린 45, 47cm 감성돔을 자랑하는 방훈 씨. 한 번 출조하면 열흘 이상 추자25시민박에 머물며 낚시하는 추자도 매니아다.

부시리떼, 초등감성돔낚시의 난제로 등장

그러나 연타 입질은 거기까지였다. 물때가 본섬낚시의 피크인 만조 무렵에 달한 데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부시리떼가 나타나 포인트를 휘젓고 다녔기 때문이다. 

물때는 그렇다 치고, 최근 몇 년 새 추자고 겨울낚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겨울 부시리떼의 등장이다. 잘면 70cm, 크면 1m가 넘는 이놈들은 적게는 네댓 마리, 많게는 십여 마리씩 돌아다니는데, 문제는 한번 들어오면 나갈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갯바위 벽면에 딱 붙어 물때가 바뀔 때까지 상주해 발밑을 노려서는 감성돔 입질받기가 어렵다. 

결국 나는 밑밥 품질을 멈춘 상태로 낚시했고 혹시나 싶어 1시간 뒤에 밑밥을 주자 또 다시 부시리떼가 나타났다. 결국 부시리는 물때가 썰물로 돌아선 직후에야 빠졌고 그 덕분에(?) 초썰물에 40cm급 감성돔 1마리를 추가할 수 있었다. 부시리 때문에 1시간을 허비한 것을 빼면 2시간 본섬낚시에 40~45cm 감성돔 6마리면 썩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 취재일 다무래미 낮은자리에서 감성돔을 연타로 올리는 낚시인들.

▲ 다무래미 5번자리에서 올린 굵은 감성돔을 보여주는 방훈(좌측) 씨와 서정재 씨. 기자가 다른 포인트로 이동한 후 서정재 씨가 합류해 마릿수를 더했다.

본섬 25시 포인트에서 혼자 28마리 낚기도 

오후 3시경 민박집으로 돌아오자 마침 섬생이로 들어갔던 낚시인들이 복귀해 있었다. 조과는 썩 좋지 못했다. 뒤바람이었지만 너울 탓에 1인당 1~2마리가 고작이었고 꽝을 맞은 사람도 있었다. 단순히 결과만 놓고 본다면 본섬으로 출조한 내 조황이 훨씬 ‘가성비’가 좋았다.  

이튿날에도 본섬 조황이 압도적이었다. 다무래미에 내렸던 낚시인 2명이 40~47cm로 7마리를 낚았고 아침에 다무래미에 있다가 나바론으로 옮긴 나도 4마리를 올릴 수 있었다. 이날 최고 마릿수는 하추자의 도보 명당 ‘25시 포인트’에서 나왔는데 표경태 씨가 혼자 28마리를 낚아 개인 마릿수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2월 초, 추자바다25시 김찬중 사장과 통화하자 “마릿수 조과는 여전하다. 다만 아직도 수온이 높아 5짜급 출현이 더딘 것이 흠이다. 사실 취재 당시 수온은 18도로 초등감성돔이 제대로 붙기에는 힘든 시점이었다. 그러나 지속된 날궂이 덕분에 폭발적인 마릿수 조과를 거뒀던 셈이다. 다가오는 12월 첫 사리물때 직후에는 틀림없이 5짜급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취재 첫날 섬생이에 올린 감성돔을 보여주는 홍준영(좌측) 씨와 서정재 씨.

▲ 나바론 포인트에 내렸던 김미수(좌), 류재진 씨의 솜씨. 악천후 속에서도 진한 손맛을 봤다.

▲ 송전섭 씨가 나바론 포인트에서 올린 48cm 감성돔을 올린 자랑하고 있다.

▲ 본섬 명당 ‘25시 포인트’에서 혼자 28마리의 감성돔을 올린 표경태 씨. 마릿수 개인 기록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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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 때 추자도 출조 요령

주의보 내릴랑말랑? 진도발 산타모니카호 강추  

겨울철 원도 출조 때는 애매모호하게 나쁜 날씨 탓에 출조를 망설일 때가 많다. 특히나 주의보가 내릴 듯 말 듯한 날이 가장 신경 쓰인다. 그럴 때 추천할만한 코스가 진도항에서 출항하는 산타모니카호를 이용하는 것이다. 산타모니카호는 45분에 상추자도 들어가며 어지간한 주의보에도 운항할 정도로 크고 편안한 배다. 실제로 완도나 해남 우수영에서 뜨는 여객선과 사선 낚싯배는 결항해도 산타모니카호는 출항할 때가 많다. 아울러 이런 상황에서는 추자도를 찾는 낚시인도 적기 때문에 좋은 포인트가 많이 비어있고 본섬낚시는 최고의 호기다. 진도에서 오전 8시에서 상추자로 출항하고, 상추자도에서 오후 5시30분에 진도로 나가기 때문에 여객선 출초치고는 낚시 시간에도 여유가 있다. 예약은 씨월드고속페리(1577-3567) 홈페지에서 하면 된다. 

▲ 상추자항에서 진도행 산타모니카호에 승선하는 모습. 진도항까지 45분 만에 주파한다.

▲ 추자25시민박에서 맛본 감성돔 양념구이와 회. 홍콩식 요리법으로 만든 양념구이가 특히 입맛을 돋우었다.

문의 추자바다25시민박 010-9440-7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