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낚시터]

현장에 도착해 여러 곳을 둘러 본 결과 양장교 상류권이 수초 형성이 잘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비닐하우스를 설치 해 놓고 몇 달째 장박을 하고 있는 분이 있어 그곳을 피해 양장교 하류권으로 이동하였다.

낚시인들이 흔히 부르는 양장리수로는 영암천과 학산천이 만나는 합수머리 부근에 있는 긴 수로를 말한다. 학산천이 영암천으로 합류하기 전에 양장리 상류로 이어지는 큰 수로를 양장리 본수로라고 부른다 (자세한 위치는 2024년 2월호 기사 참조). 그 안쪽으로 몇 개의 가지수로가 있으며 평균 수심은 1m 전후로, 이번처럼 배수가 되었을 때는 수심이 얕아 낚시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물색은 언제나 탁하기 때문에 찌만 서면 낚시가 가능하기도 하다.

학산천 수문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다

양장리수로에는 배스와 블루길이 서식하고 있다고 하는데 겨울의 찬 수온 때문인지 필자는 만난 적이 없다. 제방을 겸한 둑 위에 차가 한 대 주차해 있어 올라가 보니 물가에

한 분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조황을 물어보니 아직 입질 한 번 보지 못했다고 한다. 수심을 물어보니 약간 오름 수위라 1.2m 정도는 된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입질이 없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인근에 사시는 분으로 낮에만 잠깐 짬낚시를 하며 출조 때마다 몇 수의 붕어를 잡아 갔지만 웬일인지 이날만큼은 입질이 없다고 말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3박 일정으로 출조했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 할만한 곳도 없기에 그대로 자리를 잡기로 했다.

양장리수로는 둑과 물가 사이에 논이 있었다. 막 추수를 끝낸 듯 논바닥은 굳어 있었기에 이동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이곳 논들은 하천부지였으며 영암군청에서 경작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농사는 이어지는 듯했다. 논둑 앞으로 좌대를 설치하고 텐트까지 올려 예보되어 있던 비를 대비해 튼튼한 집을 지으며 단단히 준비했다.

짐을 옮겨 놓은 뒤 제방 둑 아래 바람 타지 않는 곳에 본부석 텐트를 설치하고 점심식사를 마쳤다. 필자가 자리 잡은 곳은 학산천 수문이 정면에 보이는 곳이었다. 이 수문은 학파지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영산강으로 흘러들기 전에 담수해 농업용수로 사용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이날부터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는 하지만 바람이 최대 3m 정도로 약하게 불어온다고 하니 낚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았다. 다만 이틀 뒤에는 오후부터 철수하는 당일까지 비가 잡혀있어 살짝 걱정이 되었다.

오른쪽으로는 수초가 있어 3.2칸대부터 수초 주변으로 편성하고, 중간은 맨땅이라 4.4칸 대 그리고 왼쪽으로도 수초가 없어 3.4칸 대까지 모두 11대를 편성하였다. 물속이라 보이지는 않았지만 찌가 멈칫거리며 내려가는 것으로 보아 일부 수초가 있는 것 같았다. 수심은 1.2m 정도 되었고 미끼는 지렁이와 옥수수어분글루텐을 사용하기로 했다.

갑작스런 수달 출현에 당혹

대편성을 완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4시40분경 좌측 3.8칸 대의 찌가 솟아올랐고 반가운 28cm의 붕어가 첫수로 나와 주었다. 현지인이 입질이 없다고 했던 낮 시간에 붕어가 나오면서 이번 출조에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기대했던 입질은 없었고 이내 어둠이 내리며 밤낚시에 돌입하였다.

케미를 밝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입질을 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글루텐을 먹고 나온 붕어로 27cm의 준척급이었다. 이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입질이 들어 왔고 이때 나온 붕어들은 모두 한 배에서 나왔는지 비슷비슷한 씨알의 8~9치였다. 가장 큰 놈이 30cm급이었다.

늦은 밤까지 앉아 있었지만 고만고만한 붕어만 나왔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새벽 5시에 다시 자리에 앉아 몇 수의 붕어를 올렸고 이때 처음으로 31cm의 월척 붕어도 나와 주었다.

동이 막 튼 이른 아침에는 입질이 없더니 오전 9시가 다 되어 갈 무렵 29cm의 준척 붕어가 올라왔다. 이후 낮 시간에는 입질이 없었고 미끼를 점성이 강한 뽕어분글루텐을 추가하여 두 번째 밤낚시를 시작하였다.

어둠이 내린 이후 잦은 입질이 들어 왔고 씨알은 모두 27~30cm짜리만 올라왔다. 그러던 중 밤이 깊어가며 갑자기 태풍 같은 돌풍이 불기 시작하였고 더 이상 낚시를 이어가기가 힘들어졌다. 어쩔 수 없이 낚싯대를 걷어 놓고 한숨 자고 일어났다. 일어나 보니 언제 불었나 싶을 정도로 바람이 잦아들어 있었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고 하더니 동이 트기 전부터 약한 비가 시작되었다. 바람이 약해 찌 보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웬일인지 입질은 없었다. 그때 오른쪽 수초 사이에서 큰 물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파도가 일고 있었고 수달이 휘졌고 가는 것이 보였다. 이곳에도 수달이 많다고 들었지만 직접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달은 전국 하천과 저수지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조만간 수온 오르면 굵은 붕어 잘 낚일 듯

수달이 한번 나타나면 한동안 입질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낮이라 그런지 좀처럼 입질은 없었고 오전 11시가 되어서야 30cm의 준척 붕어가 나와 주었다. 일기예보대로 비는 종일 이어졌다. 다음날 아침까지도 많지 않은 양이기는 하지만 추적추적 내려 쓸쓸함을 더해 주었다. 저녁에도 한 번 더 나타난 수달 때문인지 마지막 날은 몇 수의 붕어만 만난 채 날이 밝고 말았다. 오전 10시쯤 비가 잦아들기에 철수를 서둘렀다. 살림망에 들어 있는 붕어를 확인해 보니 모두 30여 수는 되는 듯 보였다. 마릿수는 그런대로 만족스러웠지만 허리급 이상은 물론 월척 이상의 붕어도 몇 수 안되기에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참고로 이곳은 노지꾼들과 보트꾼들의 마찰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낚시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취재일 조황은 썩 좋지 않았지만 조만간 어느 정도 수위와 수온이 오르면 본류권에서 산란을 위해 들어오는 씨알 좋은 붕어를 틀림 없이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내비 입력 양장교(영암군 군세면 양장리)

드론으로 촬영한 양장리수로. 멀리 보이는 다리가 양장교이고 그 위쪽이 상류다.

양장교 바로 상류 논둑에 자리를 잡은 낚시인들.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둘째 날 늦은 오후에 올라온 31cm 월척.

필자의 낚시자리에서 바라본 건너편.

양장교 하류에 자리한 필자의 포인트.

필자가 양장리수로에서 거둔 조과. 월척은 많지 않았지만 준수한 씨알로 손맛을 즐겼다.

월척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드론으로 촬영한 인근 학산천. 보트낚시인들도 많이 찾고 있다.

호동천 하류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