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낚시 기네스북-이것이 최초! 최고! 세 번째 이야기는 말 그대로 별의별 낚시대회다. 제3공화국 시절 건국대학교 내 양어장에서 열린 일명 ‘짧은 대 낚시대회’부터 국내 낚시대회 사상 최고액의 상금이 수여된 제2회 ‘2003 여수낚시월드컵대회’를 소개한다.

국산 글라스로드가 출시되기 전, 1964년 10월 3일 서울 건국대학교 내 양어장(일감호)에서 열린 ‘짧은 대 낚시대회’ 결과를 보도한 조선일보 10월 6일자 지면.

훗날까지 오래도록 화제가 된 ‘짧은 대 낚시대회’를 머릿속에 떠올린, 당대의 인기 만화가 김경언 씨가 그린 삽화.

가장(?) 짧은 대 낚시대회

박정희 대통령의 제3공화국이 시작되어 도농 전반에 걸친 재건운동(재건국민운동)이 전개되던 시절! 아직 국산 글라스 로드가 출시되기도 전에 실로 희한한 낚시대회가 열렸다. 1964년 10월 3일 서울 건국대학교 내 양어장(일감호)에서 개최된 전대미문의 이 행사는 참석자조차 그 취지를 알 수 없었다. 서울 수도낚시회가 주최하고 조선일보가 후원한 ‘짧은 대 낚시대회’가 그것이다. 얼마 길이의 낚싯대를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는데, 이 사실에 착안한 당대의 인기 만화가 김경언 씨가 멋진 삽화를 남겼다.

붕어도 아부한 ‘3부 대항’ 친선낚시대회

1970년 4월 26일 입법·사법·행정부 3부 요인들이 낚시 솜씨를 겨룬 대회가 안성 만수터지(만정지)에서 열렸다. 입법부 이상무 내무위원장과 오원선 의원, 사법부 이병호 법원행정처차장, 행정부 조시형 농림부장관과 서일교 총무처장관 등등이 참석한 대회 결과 1위 행정부, 2위 사법부, 3위 입법부…. 선수가 모자라 이재학 전 국회부의장까지 동원한 입법부는 붕어 한 마리 못 낚고 겨우 잡어 몇 마리…. 대회 시작 전, 조 농림부장관이 “농림장관과 수산청장이 왔는데 붕어들이 아첨을 하지 않겠느냐”는 농담을 던졌으나, 물고기들은 결코 권력에 지배되지 않는다는 결기를 보여주는 듯했다.

고기잡이 아닌 낚시대회…국내 최초의 필드캐스팅대회

더 힘껏! 더 멀리! 더 정확히! … 고기 잡는 대회가 아닌, 낚시 행위의 주요 과정인 캐스팅(낚싯대로 채비를 던져 보내는 행위) 솜씨를 겨루는 대결. 1991년 3월 24일 월간 <낚시춘추>가 서울 한강시민공원 광나루지구에서 개최한 연례행사.

서프·루어·플라이 분야의 원투·정투 종목으로 나눠 98년 제7회 대회까지 치른 서프 원투 국내 기록은 130.3m(동해시 김선복), 루어 원투 61.8m(한국루어클럽 김범경), 플라이 원투 32.8m(캐디스 송제호)…. 좋은친구들 멤버 박영환 씨는 플라이 정투 종목 최초의 3연승을 달성해 존재감을 뽐냈다.

일반 신문·방송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이전 1978년·82년 아시안게임 2연속 금메달리스트로 유명세를 떨친 바 있는 역도 선수 출신 안지영 씨가 KBS-TV 리포터로 현장 취재를 하던 중, 선수들의 기량이 못마땅(?)했던지 갑자기 옵서버로 참가해 원투 낚싯대를 휘둘렀다. 몇 차례 실격을 거듭하던 중, 그가 날린 서프 원투 종목 비거리는 100m! 낚시 문외한으로선 대단한 성적이었다.

생태계 교란 종 퇴치에 애먼 낚시꾼 동원?

1973년 일본에서 식용 목적으로 들여 온 황소개구리. 국내 저수지 방사 이후 생태계 교란 포식자로 지목되면서 퇴치운동의 일환으로 낚시인들을 포섭했으니, 1996년 9월 8일 도로공사 경남지역본부 및 마·창환경운동연합이 공동주최한 ‘황소개구리낚시대회’가 첫 사례다. 창녕군 우포늪에 낚시인 350여 명이 동원되어 프로그(Frog) 루어 등으로 포획한 결과, 29마리를 낚은 이가 1등, 20마리가 2등, 19마리가 3위로 입상하였다.

이듬해 97년 7월 25일엔 환경청·한국수자원공사 주관의 외래어종 퇴치 낚시대회가 열렸다. 대청호 남대문교 일원에 지역 낚시인 200여 명이 나서서 다량의 배스와 블루길을 포획하였고, 9월 15일 대구 수성못에서 개최된 블루길 퇴치 낚시대회에선 참가 학생 전원에게 ‘봉사활동 이수증’을 교부해 주는 기발한 착상까지 나왔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 종으로 지목된 배스(Bass) 퇴치운동에도 역시 선수들이 동원되었다. 2003년 10월 25일 팔당호 경안천 입구에서 이틀 동안 보트 12대에 탑승한 28명의 프로 선수들이 무려 1천800여 마리의 배스를 포획하였다. 배스·블루길 요리 시식회엔 당시의 한명숙 환경부 장관도 참석하였다.

최초의 남녀 성대결 이어 실버 대회도

배스로부터 시작해 바다 갯바위낚시에 이어 각종 경기낚시 유행이 붕어낚시 장르로까지 확산된 2000년대 중반. 최초의 남녀 성대결이 이루어졌다. 이름 하여 붕어드림팀 vs 붕어공주팀. 2005년 1월 27일 일산 문봉낚시터에서 맞대결을 펼친 당사자는 남성 드림팀 5명(노강현·박병귀·손정락·성제현·백용현)과 여성 공주팀 5명(함현숙·안애자·김미옥·박수진·정원희). 모두 내로라하는 경기낚시 고수들이었는데, 결과는 종합 스코어 21 대 10으로 남성팀 압승!?

낚시의 향유층이 여성과 젊은층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노년층이 조금씩 소외되는 분위기 탓이었을까. 2004년 10월 17일 대구 유양산업(대표 구경렬)이 경북 고령군 보물섬낚시터에서 ‘실버 낚시대회’를 개최하였다. 60세 이상 80여명의 노조사들이 참가해 2시간 30분 동안 승부를 겨룬 결과, 총 56마리 붕어를 낚은 재갈정도 씨 우승! 76세 방도용(대구) 씨는 최고령자상 수상! 오늘날 낚시계에 꼭 필요한 이벤트 일 듯!!

그 이름 ‘낚시월드컵’ - 사상 최고액 1억7천600만원 상금

낚시계의 풍운아였을까? 엽기적인 낚시행사와 단체 설립을 주도한 통일교 소속의 윤태근 씨. 1999년 6월 28일 (사)전국낚시연합회 제9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곧 단체명을 (사)한국낚시연합으로 바꿨다. 이어 2000년 9월 18일엔 한국낚시경기연맹(KSFA)을 창설해 각종 바다·민물낚시 대회에 수많은 상금을 뿌렸다. 처음엔 낚시올림픽 개최를 띄우더니 ‘2002 한일월드컵’ 개최를 앞두고서 ‘2001 낚시월드컵’을 주창하고 나섰다. 그 결과 2001년 9월 18~19일 거제도 일원에서 (사)한국낚시연합 주최, 한국낚시경기연맹·한국기조연맹 주관으로 2001 낚시월드컵 국가대표선수 선발 대회를 가졌다. 대상어는 벵에돔. 1위 임윤혁 씨를 포함한 12명(총 16명) 선수에게 한 달 후 일본 나가사키(長崎)에서 열리는 ‘2001 낚시월드컵’ 참가 자격이 부여됐다.

이에 앞서 아시아스포츠낚시연합이란 단체를 또 급조해 회장직을 맡은 윤태근 씨. 일본국제낚시우호연맹과 공동 주최로 2001년 10월 18~19일 일본 나가사키 지역에서 개최한 제1회 ‘스포츠피싱 월드챔피언컵 바다낚시대회’엔 한·일·중·대만을 비롯한 6개 대륙 27개국 선수 168명(임원 등 포함 300여명)이 참가하였다. 갯바위 및 선상낚시 2개 부문에 총상금 9만4천여 달러가 걸린 경기 결과 갯바위 부문에서 한국의 고상준(제주도) 선수가 준우승(3위)을 차지해 1만 달러 상금을 수상하였다. 이 대회 기간 중 윤 씨는 또 하나의 단체를 만들어 회장직을 맡았다. 참가국 단장들이 모여 세계스포츠낚시연합(WSFF)을 결성하고 2003년 10월 21~23일 제2회 ‘2003 여수낚시월드컵대회’를 개최하였다. 여수시와 공동주최로 진행한 이 행사엔 한국을 비롯한 일본·대만·필리핀·호주·우루과이·이스라엘 등 65개국 350명 선수가 참가하였고, 국내 낚시대회 사상 최고 상금인 총 1억7천600만원이 지급되었다.

국내 최장기간 지속된 낚시대회는?

낚시계를 대표하는 통합단체가 없는 세월을 거듭하다 보니 낚시단체는 물론 낚시메이커가 공들여 온 유서 깊은 행사가 없었다. 길어야 20~30년. 그런데 50년 이상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지속된 낚시대회가 있었다. ‘부산시장기쟁탈 전국단체민물낚시대회’다.

1968년 6월 16일 부산 수향회와 국제신보사 공동주최로 제1회 대회를 개최한 이래, 1973년 제6회 행사가 열린 주남저수지에서 부산낚시연합회가 출범하였고, 이후 1974년부터 부산낚시연합회가 그 역할을 이어받아 2017년 5월 21일 행사 기준으로 도합 50년 세월!

낚시회 단위의 단체전, 운 좋은 ‘대어상’ 아닌 ‘중량상’ 우위, 개회식장에서의 철저한 군장(?) 검사, 막대기 저울로 계량을 끝낸 붕어 전량 방류 등등…. 오랜 기간 이 행사를 준비하고 현장 조력을 하던 이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 그 시절을 기억하는 관계자는 많지 않고 관련 사진들만 첩첩이 쌓였다.

전국민물낚시대회와 함께 부산낚시연합회가 주최한 전국바다낚시대회 또한 40년 기록을 세웠다. 1976년 10월 9일 전남 녹동 일원의 갯바위에서 2인 1조로 첫 대회를 치른 이후 바다낚시대회 최장기 역사를 쌓아가던 중, 2017년 11월 제40회 행사(통영 척포항)로 종료되었다.

자료 제공

예조원 발행, 사진으로 보는 한국낚시 100년사

3부 요인들의 등장에 과연 붕어들이 아첨을 할지?… 대회 본부석 주변엔 인근 주민들이 가득 몰려 결과를 기다렸다.

안지영(가운데) 씨가 KBS-TV 리포터로 제3회 전국필드캐스팅대회 현장(1994년 10월 30일 한강고수부지)을 찾았다. 참가 선수들과 인터뷰 도중,

역사의 기질이 발동해 옵서버 자격으로 서프 원투 종목에까지 도전하였다. 결과는….

더 멀리(원투)! 더 정확히(정투)! 종목 가운데 가장 관심 분야로 꼽힌 서프(Surf) 원투 종목에서 사력을 다하는 모습.

스포츠피싱의 기량을 겨룬 행사로 범낚시계의 관심을 끈 ‘전국필드캐스팅대회’는 전국의 고수(高手)들이 고루 참가하였다.

강릉·포항·부산은 물론 멀리 제주 지역 선수들까지 참가해 화제를 모은 이 대회는 1991년 3월에 시작돼 1998년 제7회 행사로 종료되었다.

식용 목적으로 도입한 황소개구리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목되면서 전국 지자체 및 환경단체에서 퇴치운동에 나섰다.

가장 효과적인 수거 방법 중 하나가 낚시로 알려지면서 많은 낚시인들이 동원되었다.

같은 목적의 식용 어종으로 도입돼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목된 배스(Bass).

정부 부처와 사회 일각에선 퇴치운동에 골머리를 앓는 반면, 루어낚시 동호인들에겐 둘도 없는 인기 대상어. 이 아이러니한 국면 속에 역시나 낚시인들이 배스 퇴치운동에 동원되었다. 2003년 10월 25일 팔당호에 프로 선수 28명이 동원되어 1천800여 마리의 배스를 포획한 사례가 그것이다. 당시의 배스 요리 시식회엔 한명숙(왼쪽 앞) 환경부 장관도 참석하였다.

도심지 부근의 양어장낚시터가 유행한 2000년대 중반, 붕어낚시에도 상금 수여를 비롯한 여러 가지 게임이 성행하였다.

2005년 1월 27일 일산 문봉낚시터에서 벌어진 남녀 성대결이 그 중의 하나. 남성 드림팀 5명과 여성 공주팀 5명이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쳤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개최된 ‘실버 낚시대회’. 대구 유양산업(대표 구경렬·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주최한 이 행사엔 60세 이상 당시의 노조사 80여명이 참가하였다.

전남도에서 2억원, 여수시에서 1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제2회 여수낚시월드컵 대회엔 65개국 350명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총상금 1억7천600만원이 지급되었다.

1968년 6월 16일 첫 우승기가 휘날린 이후 2017년 5월 21일 행사 기준으로 도합 50년 세월을 이어 온 국내 최장 역사의 낚시대회!

부산낚시연합회가 주최한 ‘부산시장기쟁탈 전국단체민물낚시대회’다.

사진은 1986년 4월 7일 의창 주남지와 밀양 초동지에서 5개조로 나눠 치른 제19회 대회에서 단체중량 우승을 차지한 부산 위수회 회원들의 우승기 휘날리는 모습.

부산낚시연합회가 낚시대회 때마다 줄곧 이어오던 단체 급식 모습. 대회 종료 후 성적 집계가 이뤄지는 동안 선수들 모두에게 점심을 제공하되,

현지 마을 부녀회에 유료 급식을 의뢰하는 형식으로 우의를 도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