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cm 대물 붕어를 낚아 들고 기뻐하는 필자.

6대 째 펼칠 때 올라온 31cm 월척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 삼리리에 위치한 씩실늪은 낙동강에서 직선거리로 500m 정도에 있으며 만수면적은 1만5천평 정도다. 지금처럼 낙동강 제방이 생기기 전에는 홍수가 지면 물에 잠겼다가 드러나기를 반복하며 낙동강의 어자원이 유입되었다고 한다. 높은 제방이 생기고 외래종이 유입되며 붕어 자원은 많이 감소했지만 해마다 3~4월 산란철이면 5짜에 육박하는 대물 붕어가 낚이는 대물터로 탈바꿈했다. 삼리리에 위치하고 있어 삼리늪 또는 삼리수로로 불리기도 한다. 낚시인들은 편의상 씩실늪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기준으로 북쪽을 상류, 남쪽을 하류로 구분한다.

씩실늪은 지속적으로 수위가 상승하다가 배수가 진행되는 시기가 있는데 배수 이후에는 다리 아래로 이어지던 상하류의 물길이 끊기기도 한다. 상하류 할 것 없이 주변으로 비닐하우스와 목재소 그리고 논공휴게소까지 자리하고 있어 규모에 비해 낚시할 자리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필자는 씩실마을을 지나 다리를 건너 하류쪽에 자리를 잡았다. 정면으로 5m 정도 뗏장이 펼쳐진 곳에 장대 위주로 낚싯대를 펴기시작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잔뜩 흐린 상태였다. 비가 그치고 나면 강력한 한파가 찾아온다고 하니 결빙 때문에 또 한동안은 이곳에서 낚시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늦게 도착한 탓에 급한 마음으로 지렁이를 달아 채비를 투척했다. 외래종이 서식하지만 동절기라 성화가 전혀 없었다. 오후 5시20분, 여섯 대의 낚싯대를 펼쳤을 때 첫 입질이 들어왔다. 대편성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좌측 5.2칸 대의 찌가 보이질 않았다. 대를 슬쩍 들어보니 무게감이 느껴졌다. 어렵게 뗏장수초를 넘겨 만난 녀석은 지렁이를 먹고 나온 체고 좋은 31cm 월척 붕어였다. 초저녁에 계속해서 입질이 이어졌다. 5시40분에 8치 붕어, 6시에 9치 붕어가 연달아 얼굴을 보여주었다. 모두 지렁이를 먹고 나왔다. 뗏장수초를 갓 넘긴 짧은 대보다 긴 대에서 입질이 집중되었다.

미끼 확인 차 들어올린 6칸 대에 덜커덕

오후 6시50분, 정면 6.0칸 대의 옥수수 미끼를 확인하기 위해 낚싯대를 드는데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찌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기에 이상하다 싶었다. 처음에는 쉽게 끌려오다가 뗏장수초 근처에서 힘을 쓰기 시작했다. 강력한 몸부림에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만세 자세로 낚싯대를 들어 녀석을 뗏장수초 위로 올리는데 성공했다.

뗏장 위에 옆으로 누워있는 녀석을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렵게 뜰채에 담아 계측하니 40cm의 대물이었다. 4짜 붕어를 낚아 기분이 좋았지만 어떤 입질에 나온 녀석인지 궁금해졌다. 유튜브 영상을 위해 촬영 중이던 카메라로 녹화된 내용을 돌려 보니 찌가 미세하게 내려가는 순간 챔질 한 것이 확인되었다. 붕어가 입질하는 순간과 거의 동시에 내가 챔질한 것이다. 행운의 붕어였다. 순간 줄탁동시(啐啄同時 )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줄탁동시 :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안에서 쪼고 어미 닭은 밖에서 쪼는 과정을 의미. 서로의 인연이 마침 알맞은 때에 맞닿은 경우 또는 그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는 것을 의미하는 말).

이후 별다른 입질이 없이 초저녁 시간이 지나갔다. 밤 10시가 되자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강한 유속이 발생하며 찌가 한쪽으로 누워버리기도 했다. 지명은 늪이지만 간헐적으로 유속이 생기는 것이 수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속에 찌가 잠기고 물결이 일렁여 입질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더이상의 낚시를 하지 못하고 차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새벽이 되자 비는 그쳤지만 점점 거세지는 바람에 낚시가 어려운 상태였다. 목표를 달성했기에 미련 없이 낚싯대를 접고 봄을 기약하며 철수길에 올랐다.

내비 입력 대구 달성군 논공읍 삼리리 4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