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내내 감성돔 낚시만 다니다가 원줄을 와라락 가져가는 긴꼬리벵에돔 손맛이 그리워 제주를 찾았다. 마침 제주도에 볼일이 있어 내려간 동생이 ‘제주 바람이나 쐬러 오라’는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섭섬으로 들어갈거니 서둘러 오라고 하기에 곧바로 제주로 향했다.

1월 13일 오전 8시 출발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 택시를 타고 서귀포 보목항에 도착하니 오전 11시. 보목항에서 섭섬까지는 볼레낭게호를 타면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선비는 3만원. 배가 수시로 뜨니 제주도 여행가서 짬낚시로 다니기도 편할듯했다.

동모 포인트에 함께 내린 제주도 현지 낚시인이 대물을 걸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나는 일행이 먼저 자리 잡고 있는 동모라는 포인트로 향했다. 이 포인트는 섭섬의 유명 포인트이기도 하지만 이날은 강한 북서풍이 불어 이곳 외에는 바람에 의지되는 곳이 없었다.

하선을 하고보니 이미 많은 현지 조사님들이 일행과 낚시하고 있어 번잡했다. 조류 방향에 맞춘 로테이션 낚시는 기본이었다. 섭섬은 높은 너울이 예고도 없이 올라오기 때문에 안전에 유의를 해야 하는데 마침 만조 시간이 되어 너울이 발밑까지 올라와 오싹할 때리더가 있었다.

오전 들물 시간에 현지 낚시인이 무언가의 입질을 받아 몇 번을 터뜨렸고 이후 사이즈 좋은 일반 벵에돔 두 마리를 낚아냈다. 현지 낚시인 말로는 ‘이 시기에는 벵에돔이 거의 부상하지 않고 깊은 수심에서 입질하며 낱마리지만 걸면 4짜 이상’이라는 팁을 줬다.

실로 오랜만에 제주도에서 낚시하는 것이라 현지 조사님들의 조언을 참고했다. 가마카츠의 구태(口太) MH 로드에 원줄은 2호, 목줄은 2.5호를 썼고 깊은 수심을 노리기 위해 쓰리제로(000)찌로 채비를 꾸렸다. 강풍과 너울 그리고 여러 낚시인 틈에서 낚시하다보니 채비가 서로 엉키고 캐스팅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뒤늦게 합류한 터라 감사한(?) 마음으로 낚시에 동참했다.

낚시를 시작한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옆자리에서 낚시하던 프로연맹 제주지부 이유제 동생이 강력한 입질을 받았다. 무려 10분간 씨름을 하다 터뜨렸는데 아마도 대부시리인 듯 보였다. 곧 이어 나에게도 입질이 찾아왔다. 드랙을 끊임없이 풀고 나가는 걸 보니 역시 부시리로 추측됐다. 도저히 먹을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닌 거 같았고, 결국 원줄이 터지면서 찌까지 떨구고 말았다. 연속적인 부시리 떼 공습을 피해 잠시 쉬었다가 해창을 집중적으로 노려보기로 했다. 제주도 해창 무렵은 사이즈 좋은 녀석들이 출몰하는 기회의 시간이다.

오후 썰물이 진행되자 부시리 입질이 뜸해졌고 혹돔, 용치놀래기 같은 잡고기들이 올라왔다. 수심을 깊게 준 탓으로 보였다. 채비를 다시 가볍게 꾸몄지만 그러면 아예 입질이 없었다. 그러던 중 옆에서 함께 낚시를 하던 팀블랙홀 회원 강의경 씨가 묵직한 입질을 받아냈다. 몇 분간의 실랑이 끝에 모습을 보여준 녀석은 40cm가 훌쩍 넘는 긴꼬리벵에돔이었다. 모두에게 입질이 없던 상황에서 건져 올린 귀한 벵에돔이었다. 옆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이즈였다. 강의경 씨가 입질 받은 수심층은 대략 8~9m. 이 수심층을 공략하기 위해 사용한 찌는 쓰리제로였고 B 봉돌까지 분납한 상태였다.

범섬이나 섭섬 같은 곳은 수심이 깊고 겨울에는 밑밥으로 띄워 낚는 방식이 잘 안 먹힌다고 한다. 띄워서 낚으면 잔 씨알의 잡어들 성화에 미끼를 도둑맞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 그래서 빅원을 노리기 위해서는 다소 무거운 밑밥으로 깊은 수심대를 공략하는 것이 요령이었다.

해창이 가까워 왔지만 더 이상은 입질이 없었다. 아무래도 날을 잘못 잡은 것일까? 아니면 오랜만의 출조라 제주 낚시에 적응을 못한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5명 중 1마리밖에 못 낚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로(?)가 되긴 했다.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이 더욱 거세져 우리는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제주시로 넘어가서 제주 현지인들이 찾는 맛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제주시 연신로에 있는 서민당은 현지인들에게 꽤 유명한 고깃집이다. 저녁 시간에는 평일에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 제주 흑돼지도 맛있지만 기본으로 딸려 나오는 생멸치 조림은 그야말로 입맛을 돋운다. 고기와 함께 먹으면 느끼함도 해소시켜주기 때문에 평소보다 고기를 더 먹게 되는 마법 같은 맛이다. 그리고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담겨 나오는 미역국도 일품이다. 부드러운 미역과 진한 국물은 이것만으로도 한끼를 해결해줄 수 있을 정도이며, 사이드 메뉴인 두부조림도 별미다. 우리는 제주를 찾을 때마다 항상 이곳에서 이 세 가지는 꼭 먹고 갈 정도다. 제주를 찾는다면 적극 추천한다. 바쁜 일정상 짧은 하루

강의경 씨가 수심 8m를 노려 낚아낸 4짜 중반급 긴꼬리벵에돔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 낚시인 이유제 씨의 파이팅 장면. 대부시리를 걸었으나 워낙 씨알이 커 터트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