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 첫날부터 거문도 방어 지깅낚시를 예약했지만 출조 때마다 기상악화로 연이어 취소되어 바다낚시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졌다. 그런 도중 내가 운영하는 가게 단골손님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추자도 타이라바’! 내가 기대하던 출조였다. 망설일 것 없이 1월 29일 월요일 새벽에 출발하는 일정으로 출조를 계획했다.

하추자도 참돔 명당으로 꼽히는 절명여 해역. 절명여 주변에서 여러 척의 낚싯배가 조업을 하고 있다.

탁한 물색에 복잡한 조류가 난제

29일 오전 5시에 광주에서 출발해 2시간을 달려 진도항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 오전 8시에 출항하는 산타모니카호에 탑승했다. 추자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45분. 산타모니카호는 다른 여객선과 달리 시속 77km로 운항하기 때문에 배를 타는 시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운임은 진도-추자도 편도 3만8700원, 제주까지는 4만2600원이다. 여러 이점이 있기에 월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낚시인들이 탑승했다.

상추자도에 도착 후 하선하니 9시가 되었고 근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낚싯배에 승선했다. 낚싯배는 추자도에서 운항하는 종선배가 아닌 개인 낚싯배로 추자도 출조를 추천한 손님의 지인이 운항했다.

낚싯배에 올라 채비를 마치고 하추자도 일대 포인트로 진입했다. 하추자도에 있는 푸렝이, 사자섬, 섬생이 등지에는 많은 낚시인들이 있었고 우리는 섬과 섬 사이의 물골을 노리고 타이라바를 시작했다.

내가 사용한 채비는 100g 헤드에 분홍, 오렌지, 레드 스커트를 달았으며 따로 생미끼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타이라바를 내리니 수심은 30~40m였으며 물색은 제주도와는 달리 흙탕물이 섞인 듯 탁했다.

나는 여수권이나 제주도에서 타이라바를 하듯 채비를 운영했으나 물색이 탁한데다 지그재그로 흐르는 알 수 없는 조류에 바닥층에서는 밑걸림도 심해 낚시하기가 어려웠다. 30분 정도 낚시를 했지만 참돔은 나오지 않고 열기만 나왔다.

지렁이 꿰니 40cm급 참돔 입질

하추자도에서는 다양한 어종을 낚았다. 열기, 쏨뱅이, 쥐노래미 등 온갖 잡어를 낚을 수 있었지만 정작 참돔은 낚이지 않았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인해 물색이 탁하고 수온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을 들었지만 좀처럼 참돔이 낚이지 않아 점점 기대감이 떨어졌다. 수차례 포인트를 이동하며 낚시를 이어갔지만 하추자도에서는 잡어만 낚았고 첫 참돔은 상추자도에서 낚을 수 있었다. 함께 출조한 지인이 먼저 경쾌한 드랙음과 함께 30cm급 참돔을 올렸고 분위기를 반전할 신호탄으로 여겼다.

입질은 이어져 연달아 참돔이 올라왔지만 큰 놈은 뜰채질을 하다가 놓쳐버리고 그 외에는 방생 사이즈(25~30cm)만 계속 올라와 우리를 힘들게 했다. 작은 참돔을 피해 조금 더 깊은 곳으로 포인트를 옮기니 하추자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열기와 쏨뱅이가 우릴 반겼고 기대한 대형 참돔은 만날 수 없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타이라바에 청갯지렁이를 꿰었지만 나를 시작으로 40cm 내외의 참돔만 올라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50cm가 조금 넘는 참돔을 낚기도 했으나 기대한 ‘빠가’가 아니라 선장님을 비롯한 지인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조과였다. 선장님은 “지금 이맘때면 50~70cm 참돔이 마릿수 조과를 보이다가 80~90cm 빠가가 물어야 하는데 오늘은 조과가 기대 이하입니다”라고 말했다.

철수 후엔 오후 6시45분에 추자도에서 진도로 출항하는 산타모니카호를 타기 위해 서둘렀지만 호젖하게 당일치기 낚시를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여유가 있다면 하루나 이틀정도 추자도에서 머물며 동이 틀 때와 해가 질 무렵을 노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출조는 당일치기에 여건도 좋지 않아 기대 이하의 조과를 거두었지만 지인들의 말로는 추자도 참돔은 3월 이후가 본격 시즌이라고 하니 그때 다시 도전하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친다.

50cm 참돔을 낚은 한국폴리텍대학 김양중 교수.

진도-상추자항-제주를 하루 2회 왕복하는 산타모니카호. 시속 77km로 운항하는 대형 쾌속선이다.

오전 8시45분에 도착한 상추자항.

상추자도 나바론 일대에서 낚은 40cm 참돔을 보여주는 필자.

자잘한 참돔이 마릿수 조과를 보인 상추자도 나바론 일대.

필자가 큰 참돔의 입질을 받아 파이팅하고 있다.

출조 당일 장원을 차지한 김양중 교수가 상추자도에서 낚은 50cm 참돔을 보여주고 있다.

추자도 전역에서 잘 낚인 열기와 쏨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