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제주 심해 갑오징어

올해도 신발짝 사이즈는 여전하구나!

김진일 피싱그램퍼스 대표

금어기가 없는 갑오징어낚시는 주꾸미와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생활낚시이자 가장 시즌이 긴 장르라고 자부한다. 낚시방법이 어렵지 않고 손맛 좋고 입맛도 좋아 많은 낚시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서해뿐 아니라 남해와 동해에도 포인트가 많아 ‘전국구오징어 생활낚시’가 가능한 것이 바로 갑오징어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겨울에 깊은 수심에서 갑오징어를 낚는 장르가 새로 떠올라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 서해에서 벗어나 여수, 고흥에서 출항해 완도 일대에서 큰 씨알의 갑오징어를 낚고 있으며 제주 도두, 한림, 신창, 서귀포 곳곳이 겨울 심해 갑오징어 포인트로 밝혀졌다. 어한기인 겨울에 씨알 큰 갑오징어를 낚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어마어마한 마릿수 조과를 보여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마릿수 조과가 예년만 못하다고 하지만 겨울 한치와 오징어가 전멸한 상황에서 여전히 ‘선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게 바로 신발짝 심해 갑오징어입니다.” 필자가 제주 신창 앞바다에서 낚은 씨알 좋은 갑오징어를 보여주고 있다.

빳빳한 낚싯대와 30~40호 봉돌 필수

생활낚시형 갑오징어와 심해 갑오징어는 낚시하는 방법이 많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둘을 완전히 다른 장르로 구분하고 있다. 재밌는 점은 심해 갑오징어낚시는 실력 차이에 따라 조과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우선 봉돌 무게부터 차이가 난다. 심해 갑오징어낚시는 수심 70~110m에서 이루어지다보니 30~40호 봉돌이 기본이 된다. 봉돌이 무거우므로 기존에 사용하던 로드는 추 부하를 이기기 어려워서 더 파워가 센 로드를 사용해야 한다. 일부 고수들은 한치 로드 중 가장 강한 모델을 사용하며 국내에서는 MH 액션 베이트로드를 선호하는 추세다. 라인은 조류의 저항을 덜 받아야하기 때문에 원줄은 합사 0.8호를 추천하며 에기를 연결하는 카드채비와 직결하면 무난하게 사용 가능하다. 에기를 다는 카드채비에는 가짓줄이 두 개 있으며 긴 것은 50~80cm며 짧은 것은 5~10cm다. 긴 가짓줄에 에기를 달며, 짧은 가짓줄에 봉돌을 연결한다. 가짓줄을 길게 사용하는 이유는 먼바다는 파도가 높기 때문에 배가 위아래로 큰 폭으로 움직이며 이때 자연스럽게 에기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가짓줄이 긴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단, 가짓줄이 길면 입질 파악이 힘들다. 그래서 에기 위에 학꽁치포를 감는 삼봉에기를 많이 사용한다. 갑오징어가 에기에 붙은 학꽁치포를 뜯어먹으면서 조금이라도 오래 에기에 붙어있게 만들어 입질을 느끼기 위함이다.

고수는 초리 끝보기로 입질 파악

입질 패턴은 두 가지다. 첫째는 서해와 같이 무게감으로 갑오징어가 걸린 것을 알아채거나 초리 끝보기를 통해 입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초보라면 초리 끝보기낚시가 쉽지 않으므로 봉돌을 바닥에 댄 후 릴을 2바퀴 정도 감은 다음 5~8초 스테이하고 천천히 다시 바닥을 찍은 후 봉돌을 살짝 드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에기에 갑오징어가 걸리면 가짓줄이 펴지면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때가 바로 챔질 타이밍이며 챔질은 강하게 해야 한다. 갑오징어가 에기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훅이 주둥이 언저리나 다리, 몸통에 박혀야하기 때문이다. 챔질을 약하게 하거나 연질대를 사용하면 훅이 제대로 박히지 않은 채 올라오다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해안에서 갑오징어낚시를 즐긴 낚시인들이 가장 힘들어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내가 출시한 피싱그램퍼스 커틀딥의 경우 경질대라 챔질에 유리하며 강한 챔질을 쉽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3월 이후가 가장 피크

나는 지난 한 달 간 제주도에서 머물며 제주 도두, 한림, 신창, 서귀포항 등지에서 골고루 심해 갑오징어 출조를 나갔다. 몇 해 전처럼 100마리 조과를 거두기는 힘들지만 신발짝보다 큰 갑오징어를 하루에 30~40마리를 낚는 것은 기본이며 조과가 좋은 날에는 50마리 넘게 낚을 수도 있었다. 심해 갑오징어 출조는 제주도와 완도, 고흥에서 나간다. 완도, 고흥에서는 출항지에서 포인트까지 적어도 2시간30분정도 걸리지만 제주도는 대부분 10~30분이면 포인트에 도착하는 것이 장점이다. 제주권 심해 갑오징어낚시는 지역에 따라 출항 시기가 조금 다르다. 제주시는 3~4월까지며 주로 제주 북서~서쪽에 있는 한림~신창으로 나간다. 서귀포권은 3월~5월에 갑오징어가 절정을 이루며 씨알과 마릿수 모두 만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