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견지낚시 사료 발굴

조선 말 대동강 여울견지 그린 古畵 찾았다

고종 때 화가 김규진이 그린 평양도(平壤圖)에 정밀하게 묘사

| 조성욱 한국민속전통견지협회 협회장 |

19세기 말 고화(古畵)에서 선조들이 대동강 여울에서 견지낚시를 즐겼다는 귀중한 사료가 발견됐다. 화제의 고화는 북한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과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평양도(平壤圖)’로서 제작연대가 1895년으로 추정되는, 평양감사의 부임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평양도에는 대동강을 중심으로 가마행렬을 비롯한 각종 민속놀이와 뱃놀이, 대낚시를 하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으며, 8폭과 10폭 하단을 보면 네 명의 낚시꾼이 자루가 긴 견지채 얼레를 들고 허리춤 깊이의 물에 들어가 견지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림에는 입질을 받은 듯 중간대가 잔뜩 휘어져 있어 보기만 해도 생동감이 넘친다. 이 평양도는 가로 390cm, 세로 131cm의 10폭짜리 병풍으로 제작된 대작이다. 
필자가 평양도에 여울견지낚시 모습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 달 전이다. 예부터 ‘대동강변에서 견지낚시를 해왔다’는 얘기는 들어왔지만 남한 쪽에는 자료를 찾을 수 없어 고민하던 중 북한정보넷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재 정선이 그린 소요정. 그림 하단(오른쪽)에 배견지 모습이 묘사돼 있다.

남한 쪽 자료 없어 ‘북한정보넷’ 검색 중 발견

사이트에 접속해 견지낚시의 옛 말인 얼레낚을 검색하자 원문으로 “평양도에 대동강변에서의 얼레낚시를 묘사하고 있다”는 설명을 찾게 되었고, 그 평양도를 찾던 중 서울대학교 박물관에도 평양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박물관을 찾아가 확인하게 된 것이다.
현재 평양도는 북한의 조선중앙역사박물관, 남한의 서울대학교박물관, 일본 교토에 재일 조선인 정조문(1918-1989)이 건립한 고려미술관 등 모두 3곳에 소장돼 있다. 교토 고려미술관에 전시된 평양도는 정조문이 1955년부터 수집한 한국문화재 1700점 가운데 한 점이다.
이 중 진본은 화가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곁들여진 조선중앙역사박물관에 있는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그림을 그린 김규진(1868~1933)은 고종 때의 서화가다. 본관은 남평(南平), 자는 容三(용삼), 호는 해강(海岡) 외에도 만이천봉주인(萬二千峰主人)과 무기옹(無己翁) 등 많은 별호를 썼던 사람이다. 김규진은 평안남도 중화(中和)의 농가에서 태어나 외숙인 이희수(李喜秀)로부터 서화의 기초와 한문을 공부하다가 18세 되던 1885년(고종 22년)에 중국으로 건너가 8년간 수학했다. 1893년에 귀국하여 평양에서 1895년에 이 그림을 그렸는데 화가인 그가 여울견지낚시 모습을 상세히 묘사했다는 것은 당시에 견지낚시가 대중적인 취미였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고종 때 김규진이 그린 평양도(위). 8폭과 10폭 하단(아래)에 여울견지낚시를 즐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배견지 그려진 소요정(逍遙亭)에 이은 중요 사료 

한편 지금껏 고화에 묘사된 견지낚시 그림은 故 송우 선생이 발견한 겸재 정선(1676~1759)의 소요정(逍遙亭)에 배견지 모습이 그려진 것이 유일했다. 소요정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탑산 남쪽 기슭에 있던 정자를 말하는데 고종 28년(1891)에 편찬된 ‘양천현읍지’에 이미 터만 남아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림의 우측 하단을 살펴보면 나룻배를 탄 두 사람이 견지채(얼레)로 채비를 흘리는 모습이 담겨져 있으며 구체적인 장소는 지금의 가양취수장 부근으로 추정된다.
평양도에 묘사된 여울견지낚시 모습은 고 송우 선생이 발견한 소요정과 더불어 전통 견지낚시의 역사성 정립에 큰 반향을 불러올 것으로 믿는다. 
쭗한국민속전통견지협회 www.ktg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