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바다의 효자종목

갈도 좌사리도에 농어가 지천

봄철 볼락낚시와 가을철 무늬오징어낚시 사이의 어한기 타개책으로
통영 낚싯배들이 작년부터 시작한 농어루어낚시가 알고 보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통영 삼덕항의 두모호 이정운 선장은 올해는 일찌감치 농어루어낚시 출항을 서둘렀다. “작년 여름 내내 농어루어 출조를 하면서 지천으로 깔린 농어를 보고 새삼 놀랐습니다. 올해도 농어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초순 이정운 선장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욕지도 주변. 초반 시즌의 농어는 40~60cm급으로 씨알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갯바위와 선상낚시 가리지 않고 개인당 10여 마리씩 낚을 수 있었다. 특히 욕지도 북쪽에 있는 적도와 연화도 소여의 조과가 특출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6월 20일경, 좌사리도와 갈도에서 대박조황을 일궈냈다. 

▲ 농어 떼가 잘 붙는 갈도 마을 뒤편 몽돌밭에서 루어를 던지고 있다.

“좌사리도에서 두 시간 동안 농어 떼를 만나 타작을 했습니다. 그 다음날에도 개인당 삼사십 마리씩 낚았는데, 그 다음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물지 않더군요. 그러나 입질이 없어 옮겨간 갈도에서 또 농어 떼를 만날 줄은 몰랐지요. 갈도에서도 오후 서너 시간 동안 다섯 명이서 총 백 마리 이상을 낚았습니다. 이게 농어루어낚시의 매력이 아니겠습니까.”
이정운 선장은 “알고 보면 농어는 아주 낚기 쉬운 물고기입니다. 특히 선상루어낚시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농어가 있을 만한 곳을 계속 찾아다니니까 꽝이 없어요. 농어 포인트는 단순해요. 수심 얕은 여밭이나 자갈이 많은 홈통 같은 곳을 찾으면 틀림없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런 형태의 대표적인 농어 포인트가 좌사리도 등대섬과 본섬 사이의 여밭, 갈도 동네 뒤편, 매여와 본섬 사이의 물골이라고 한다. 특히 올해는 아직 삭지 않고 남아 있는 몰과 자갈이 섞인 곳에서도 농어를 많이 낚았다고 말했다.

▲ “반갑다 농어야!” 연타로 농어를 낚은 대구 박흥기씨.

▲ 갈도에서 낚아낸 농어들. 지금 통영 먼바다에선 이런 무더기 조황이 흔하다.

▲ “오늘은 고만고만한 씨알만 낚이네요.” 갈도 농어를 들어보이는 차광재씨.   ▲ “오늘 이 녀석으로 체면치레 했습니다.” 철수 직전 70cm급 농어를 낚은 고성 푸른낚시마트 백종훈 사장.

갈도 매여 주변과 똥여에서 농어 연타

좌사리도와 갈도의 승전보를 전해 듣고 6월 29일 아침 통영으로 향했다. 장마전선은 이날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삼덕항에 도착하니 취재를 위해 루어낚시 전문꾼들이 모두 집결해 있었다. 척포낚시할인마트 이정택 사장, N·S 필드스탭인 고성 푸른낚시마트 백종훈 사장, 해원유통 차광재씨, 부산 안길용씨, 대구의 박흥기씨까지 쟁쟁한 멤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1시 두모호는 삼덕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목적지는 갈도.
“장마와 날궂이 때문에 거의 일주일 만에 출항하는 것 같습니다.”
이정운 선장은 짙은 안개 때문에 천천히 배를 몰았다. 두 시간 항해 끝에 드디어 갈도에 도착했고, 백종훈 사장을 똥여에 내려준 뒤 본격적으로 선상낚시를 시작했다. 농어루어 선상낚시는 닻을 내리지 않고 농어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 천천히 움직이며 루어를 던져 탐색한다. 한 자리에서 몇 마리를 낚고 나면 입질이 뜸해져 다른 포인트로 이동해야 마릿수로 올릴 수 있다. 특히 잔잔한 곳보다 파도가 갯바위를 높이 쳐올려 하얗게 포말이 이는 곳이 일급 농어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갈도 마을 뒤쪽 매여 주변에서 매여와 본섬 사이를 노리던 중 대구꾼 박흥기씨가 제일 먼저 입질을 받았다. 분홍색 바이브레이션이 농어를 유혹했다. 씨알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취재팀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같은 자리를 노리던 박흥기씨가 또 입질을 받았다. 연타로 올리는가 싶었는데 꽤 씨알이 컸던지 뜰채에 닿기 전 바늘털이에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는 입질이 끊어졌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이동해야 한다. 매여를 돌아 더 위쪽으로 옮겨갔다. 이곳에도 농어는 있었다. 이정운 선장의 그린컬러 미노우에 걸려들었다. 그러나 30cm도 안 되는 깔따구에 파안대소.
이곳에서도 박흥기씨가 실력을 발휘했다. 언제 바꿨는지 파란색 미노우로 50cm급을 걸었고, 차광재씨가 가볍게 뜰채로 떠냈다. 그 뒤 한동안 입질이 없자 이정운 선장은 “마을 앞으로 가봅시다. 마을 앞에 깔린 몽돌밭에도 농어가 잘 들어옵니다”하며 뱃머리를 돌렸다.
잠깐 이동했을 뿐인데 이곳은 딴 세상 같았다. 안개가 걷히고 해가 나 있었다. 그러나 입질은 오리무중. 이곳에는 아직 농어가 들어오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벌써 오후 6시가 넘어서고 있다.
“이정택 사장님, 도대체 농어 안 잡고 뭐하십니까?” 이정운 선장이 놀리자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주인공은 항상 늦게 나타나는 법입니다. 작년 취재 때도 철수 직전에 제일 큰 놈을 잡지 않았습니까? 조금만 기다려보십시오.” 이정택 사장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나 안개는 더욱 짙게 깔렸고 주변은 빨리 어두워져 이정운 선장은 “날이 더 어둡게 전에 백 사장을 태워야겠다”며 뱃머리를 똥여로 돌렸다.

▲ 취재당일 제일 굵은 농어를 낚은 척포낚시할인마트 이정택 사장.

두모호 주최 농어루어낚시대회도 열린다

백종훈 사장은 70cm 넘는 농어 두 마리를 꿰미에 꿴 채로 배에 올랐다. “안개 때문인지 오늘은 통 물지 않네요. 조금 전에 겨우 체면치레했습니다.” 그것을 본 이정운 선장은 똥여 주변에 배를 띄워놓고 “조금만 더 해보고 철수하자”고 했다. 
이때 빈손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이정택 사장이 고물에서 “왔다”하고 외쳤다. 예사 놈이 아닌 듯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수면을 튀어 오르며 바늘털이를 해대는 녀석은 80cm급은 될 듯. 박흥기씨가 얼른 뜰채로 떠냈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오늘도 제가 장원입니다. 하하하.” 이정택 사장이 환하게 웃었다. 그 뒤로 백종훈 사장이 비슷한 씨알의 농어를 한 마리 더 낚은 뒤 어둠이 깔려서 삼덕항으로 철수했다.
“작년은 탐사 개념으로 출조를 했다면, 올 여름에는 농어루어를 대상어종으로 확실히 정착시킬 예정입니다. 통영권의 농어루어낚시를 알리기 위해 농어루어낚시대회도 열 계획입니다.”
통영 두모호 주최 ‘제1회 코리아오픈 농어루어 토너먼트’는 7월 한 달 동안 열리는데 3주 동안 예선전을 열어 마지막 주말인 31일 결승전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출조문의 통영 삼덕항 두모2호 010-4576-8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