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쉬지 않고 감성돔을 배출해내고 있는 1구 밭면의 진무덕. 만조부터 중썰물까지 낚인다. 광명 신신낚시 출조팀장 전진호씨가 너울과 싸우며 찌를 흘리고 있다.

원정열기 봄바람 타고 활활

가거도 영등프로젝트 

수온보다 물색과 날씨를 주목하라!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영등철에 돌입한 가거도의 기세가 거세다. 민박집마다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올 겨울 최고의 명당으로 급부상한 진무덕에서는 7~8도의 저수온 속에서도 연일 마릿수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올 겨울 가거도의 호황을 이끌고 있는 명당은 1구 진무덕이다. 지난 1월 20일 광명 신신낚시 전진호 출조팀장이 일행과 함께 하루에 50여 마리를 뽑아낸 후 ‘내리면 최하 10마리’의 호황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불가사의할 정도다.

전면적 불황 속에서도 가거도는 1, 2, 3구 전역에서 5짜급 감성돔을 배출해내며 올 겨울 원도권 감성돔 조황을 이끌고 있다. 3구 오동여․납데기․천장판, 2구 신간여․냇넙․성건여․작은 덕거리, 1구 낭여․오구멍여 등이 대표적인 호황터다. 특히 1구 낭여는 진무덕 다음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 이 시기에는 가거도가 한산했는데 작년 영등철부터 초등시즌 못지않게 낚시꾼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한보호 임성식 선장은 한보장의 11개 방이 모두 차 한 팀은 아랫집으로 보내야 했다면 싱글벙글.

▲동이 트기 전 낚시인들이 낚싯배에 오르고 있다.        ▲전진호씨가 취재 첫날 오후 썰물에 낚은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3월 4일 또 가거도를 찾은 전진호씨가 보내준 사진. 광명 신신낚시 회원들이 1구와 2구에서 낚은 마릿수 조과를 펼쳐놓고 포즈를 취했다. 이날 진무덕에서 35마리가 낚였다. 

 7~8도 수온에서도 연일 호조

2월 21일 떼감성돔의 주인공인 전진호씨와 꼭 한번 화제의 장소인 진무덕에 내리고 싶어 가거도로 들어갔다. 12시경 가거도 한보장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점심을 먹는데, 전진호씨가 낚시장비를 챙기며 말했다.

“일부러 진무덕을 비워놨어요. 지금 가면 물때가 딱 맞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자리를 뺏길 수도 있어요.”

밥을 먹다 말고 다급하게 카메라와 낚시장비를 챙겨 기다리고 있던 한보호에 올랐다. 다행히 진무덕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만조 직전이라 파도가 발판 바로 아래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동풍까지 세차게 불어왔다.

“한두 시간만 지나면 너울이 죽어 괜찮아질 겁니다. 진무덕은 만조에서 중썰물 사이에 감성돔이 잘 뭅니다. 너울을 맞더라도 지금 공략해야 합니다.”

전진호씨는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1호 어신찌와 1호 수중봉돌을 달고 목줄 중간에 좁쌀봉돌 2B를 달아 채비를 안정시켰다. 찌밑수심은 8~9m.

“이 시기에는 입질이 약해 채비를 최대한 예민하게 맞춰야 합니다. 감성돔이 떼로 붙어도 열 번 입질 받으면 네다섯 번은 바늘이 벗겨질 정도로 입질이 약해요. 어떤 때는 바늘을 물고만 있어 지그시 당겨주면 그제야 물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는 너울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진호씨는 너울을 맞아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닷물로 뒤범벅된 상태로 연신 채비를 캐스팅하며 찌를 흘렸다. ‘이 양반이 그동안 올렸던 떼고기 조황이 그저 얻은 게 아니었구나!’

너울파도에 보조가방은 흠뻑 젖었고 이따금 낚싯대가방이 떠내려 가는 걸 수시로 잡아야 했다. 나는 카메라가방을 어깨에 둘러멘 상태로 낚시를 했다. 그런 속에서 진호씨가 첫 입질을 받았으나 “아~” 바늘이 빠져버렸다. 그러나 그 뒤 연타로 40cm급 감성돔을 세 마리 걸어냈다. 물이 빠지자 성난 너울은 얌전해졌으나 35cm급으로 잔 씨알이 올라왔다. “최대한 멀리 캐스팅해야 흐르는 조류에 태울 수 있고 씨알도 굵습니다. 앞에서 입질이 없으면 70~80m까지도 흘려주세요. 수중여가 그곳까지 쭉 뻗어있거든요.”

그 뒤로 진호씨가 한 번 벗겨지고 두 마리를 더 낚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한 마리를 더 낚아낸 뒤 입질은 사라졌다. 둘이서 여섯 마리를 낚았는데 진호씨의 표정은 밝지가 않았다.

“내릴 때마다 10마리 이상씩 낚는데 오늘은 너울이 높아서 그런지 마릿수가 적네요. 다른 포인트에서는 한 마리 낚기도 힘든데 희한하게 이 자리만 내릴 때마다 떼고기가 낚여요. 단지 잔 씨알이 많은 게 흠인데 그래도 5짜 한두 마리는 꼭 섞여 낚입니다.”

진무덕에서 연일 마릿수가 솟구치니 옆에 있는 오구멍여의 명성이 묻혀버렸다고 했다. 전진호씨는 이 시기 낚시에 제일 큰 적은 저수온이 아니라 물색과 날씨라고 했다. “수온은 어차피 낮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이맘때 수시로 들어차는 탁한 물색은 몰황을 동반하고 또 가거도의 포인트들이 북서풍에 노출되어 있어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면 진입을 할 수 없어요.”

한보호가 우리를 철수시키기 위해 다가왔다. 다른 포인트는 낱마리 조과였다. 2구 냇넙 포인트에 내렸던 나주꾼 양시묵씨가 만조 물돌이때 낚았다는 52cm 감성돔이 최대어였다.

민박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전진호씨가 직접 감성돔 여섯 마리를 다 회치고, 거기에 한보장 안주인이 가거도산 대형 홍합까지 삶아 내놓자 한보장에 묵고 있던 꾼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하하하 실컷 손맛 봤습니다." 광명 신신낚시회 최광호씨가 둘째 날 오후 진무덕에서 낚은 감성돔을 들고.

▲가거도의 대표적인 대물 명당인 큰납데기에 낚시인들이 하선하고 있다.

▲한보장민박의 푸짐한 저녁식사.                         ▲"저희들도 손맛 봤습니다." 광주의 임용철(좌), 채개남(광명)씨

“바람만 자면 감성돔이 낚인다”

다음날 새벽, 하늘을 쳐다보던 진호씨는 “오늘은 바람도 없고 날씨가 좋은 걸 보니 감성돔도 많이 낚이겠는데요”하고 말했다. 7시 정각, 한보호를 비롯한 세 척의 낚싯배는 동시에 가거도항을 출발했다. 제일 먼저 진무덕에 한 사람을 내려놓고 2구 쪽을 돌아서 3구 오동여에 목포꾼 박정훈씨와 함께 내렸다. 오전 썰물에 맞춰 내렸는데 조류가 오동여와 납데기 사이로 흐르지 않고 등대 방면으로만 계속 흘렀다. 결국 손맛을 못 보고 도시락을 가지고 온 한보호를 타고 검은여를 한 바퀴 도는데 검은여 곳곳에서 감성돔을 낚아놓고 있었다.

2구 작은덕거리 포인트에 닿자 진호씨가 “오후에 또 진무덕으로 가야지요”하며 배에 올랐다. 보조가방에는 40cm급 두 마리가 들어 있었다. 나는 그를 향해 엄치를 치켜세웠다. 성건여에서도 5짜 한 마리와 4짜 두 마리가 낚였다. 진호씨 말처럼 이날은 여기저기에서 감성돔이 낚였다. “역시 날씨가 좋아야 한다니까요.”

전진호씨는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진무덕으로 갔고 나는 광주에서 온 이종진, 임용철씨와 함께 오구멍여에 내렸다. 오구멍여는 들썰물 모두 낚이지만 썰물 조황이 더 나은 자리다. 오후 3시, 들물이 끝나갈 무렵 임용철씨가 한 마리를 낚고, 썰물로 바뀌고 난 뒤 나와 이종진씨가 사이좋게 한 마리씩 낚았다. 씨알은 40cm를 넘지 못했다. 같은 시각 진무덕에 내린 최광호씨와 전진호씨는 초썰물로 돌아서자 연신 감성돔을 낚아 올렸다.

진무덕에 배를 갔다대자 최광호씨가 감성돔이 든 살림망을 들지 못해 끙끙거렸다. 5짜 두 마리에다 35~45cm급으로 모두 15마리였다. “오늘 밤에도 잔치를 벌이겠군요.” 최광호씨가 조과를 펼쳐놓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