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배스낚시산업 인·터·뷰

‘피나클’ 브랜드로 미국시장 개척에 성공한 (주)은성사 박철우 사장

“한국의 기술력과 마케팅기획으로

미국 낚시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피나클(Pinnacle)은 세계 최대의 낚시시장인 미국에서 지루미스, 다이와 등과 경쟁하는 한국의 루어 브랜드다. 우리나라의 대표 조구업체인 (주)은성사에서 미국의 고급 배스용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들었다. 1983년 미국에 진출한 (주)은성사는 고유 브랜드인 ‘SILSTAR’로 시장을 개척했고 1995년 세계 유수의 조구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고급화를 표방한 ‘Pinnacle’을 개발했다. 현재 피나클 로드와 릴은 미국의 대형 유통점과 낚시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며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고급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토너먼트를 뛰는 프로배서들도 피나클 장비를 즐겨 사용한다.
피나클의 리더는 박철우 사장(48)이다. (주)은성사 박보국 회장의 장남인 그는 90년대 초에 은성사에 입사해서 실무를 익혔고 99년에 사장에 취임한 뒤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박 사장은 취임 초기에 미국에 머물면서 피나클 제품의 기획과 마케팅을 진두지휘해왔다. 치열한 미국 배스시장에서 은성사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미국 배스낚시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는지 박철우 사장에게 물어 보았다.

▲ (주)은성사 박철우 사장. 99년에 사장으로 취임해서 미국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해왔다.

피나클은 (주)은성사가 만든
고급 루어 브랜드

- 반갑습니다. (주)은성사는 언제 미국에 진출했고 현재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우리 회사는 1983년에 미국에 법인을 세우고 고유 브랜드인 실스타 제품으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현재 미국 남서부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엘바인시티에 사무실과 물류창고가 있는데 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엔 중저가 브랜드인 ‘SILSTAR’, 고급 브랜드인 ‘Pinnacle’로 나누어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피나클은 1995년에 우리 회사가 고급화를 표방하며 만든 루어 브랜드로서 배스낚시용 로드와 베이트릴이 주요 품목입니다. 미국에선 기획과 마케팅, 애프터서비스만 담당하고 중국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 직원이 7명밖에 안 된다니 조금 놀랐습니다. 그 인원으로 미국 전역을 담당할 수 있습니까?
7명의 직원은 기획과 마케팅 업무만 맡습니다. 외부 영업과 제품 판매는 세일즈 렙(sales rep.)이라고 부르는 전문 딜러들이 각 지역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데 미국 전역에 30여 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엔 소비자들이 소매상에서 낚시용품을 구입하곤 했지만 지금은 양상이 달라져서 쇼핑하듯 대형마트에서 많이 사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형마트의 매출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은성사 제품은 현재 미국 전역 350개 월마트 지점의 낚시 코너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 은성사로 봐서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실스타란 브랜드가 미국시장을 공략하는 데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요?
피나클(Pinnacle)은 최정상이란 뜻으로 고급 배스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80년대 초에 실스타란 브랜드로 중저가용 배스낚시용 로드를 판매했습니다. 우리로선 고급용품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이 필요했고 그래서 피나클 브랜드를 만든 것입니다.
-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피나클 제품은 어떤 게 있고 미국 소비자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피나클의 주요 품목은 배스낚시용 로드와 릴입니다. 배스낚시용 로드로는 26개 스펙의  PERFECTA DHC5 시리즈와 10개 스펙의 PERFECTA WALLEYE 시리즈가 있습니다. 릴은 OPTIMUS, PERFORMA, PRODUCER 시리즈가 있는데 18개 베이트캐스팅 릴과 스피닝 릴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중 PERFECTA 로드와 OPTIMUS 베이트릴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가격이 미국 내에서도 중고가인 200불 가까이 됩니다. 미국에서 150~200불의 로드를 쓰는 낚시인은 배스토너먼트에 자주 참가하는 프로배서들입니다.

- 은성사의 미국 매출액은 어느 정도입니까? 
그건 대답하기 좀 곤란하군요. 대신 우리 회사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연간 수십만개의 릴이 미국시장에서 판매되고 있고 로드도 비슷한 규모입니다.
- 미국에서 은성사 제품이 잘 팔리는 지역은 어디입니까?  
역시 낚시인이 많은 지역이죠. 대형 호수가 많아 낚시가 활발히 이뤄지고 배스토너먼트도 자주 열리는 미국 남부지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 루이애지나, 플로리다는 배스낚시터가 많고 낚시인도 많아 매출이 높은 편입니다.   
- 미국엔 이미 시장을 선점한 메이커들이 있었을 텐데요. 이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만.
우리 회사는 미국 브랜드인 아부가르시아, 미첼, 버클리, 젭코, 일본 브랜드인 다이와, 시마노와 경쟁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미국산보다는 비싸지만 일본산보다는 싸게 가격 정책을 정해서 중고가 시장을 공략하는 마케팅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고가품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일본산에 맞서 가격을 낮게 정하되 품질은 일본산과 같은 고품질을 유지했어요. 기술력에 있어서만큼은 자신 있으니까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결과는 성공이었어요. 우리 제품을 써본 사람들의 평가가 좋아서 입소문을 통해 피나클이란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금세 알려지게 됐습니다. 90년대 후반을 살펴보면 매년 100~200% 가까이 폭발적인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고 저희도 놀랐습니다.
- 어려운 시기는 없었습니까?
2000년대 이후 칠팔 년이 힘든 시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미국은 2000년대 중반에 들어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우리 회사에 당장 여파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경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일단 홍보 마케팅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시기였습니다. 광고 없이 자체 영업만으로 마케팅을 하기란 쉽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다시 광고를 시작했어요. 배스마스타 매거진과 유명 배스낚시 사이트에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 지난 7월 13~15일 미국 남서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피싱쇼 ‘2011 I CAST’의 (주)은성사 부스. 피나클 로드와 릴이 전시되었다.

배스토너먼트 통해 홍보 주력

- 미국인에게 낚시는 어떤 의미입니까?
미국인에게 낚시는 생활의 일부입니다. 사냥 다음으로 낚시를 많이 즐깁니다. 정부에서도 낚시를 주요 산업이라고 보고 지원하고 있어요. 저수지나 호수를 만들 때 의무적으로 게임피시와 베이트피시를 넣도록 합니다.
- 미국의 배스토너먼트는 상금 규모가 크고 참가 낚시인 수가 많습니다. 많은 업체들이 토너먼트에 지원을 하고 있던데 은성사는 어떻습니까?
미국은 토너먼트의 나라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배스토너먼트가 지역마다 매주 열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입니다. 배스토너먼트는 회사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 좋은 창구라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배스단체 B.A.S.S.는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공신력 있는 단체인데 여기서 주최하는 배스마스타클래식의 전시회에도 직접 참여하고 프로스탭 사인회 등을 통하여 제품 홍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전국 규모의 F.L.W, 배스토너먼트나 캘리포니아 지역의 원배스토너먼트에도 관심을 갖고 우리 제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도 미국과 같은 큰 규모의 배스토너먼트가 열릴 수 있겠습니까?
B.A.S.S.와 같은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방송이나 언론매체를 통한 충분한 홍보 효과가 발생한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루어낚시의 대중화가 이뤄져야 하고 또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 매체를 통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피나클 프로스탭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프로스탭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또 프로스탭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습니까?
B.A.S.S. 배스토너먼트에서 활동하는 엘리트 프로 다섯 명과 프로스탭 장기계약을 맺었습니다. 피나클 프로들은 회사로부터 장비를 지원받아 토너먼트에 참가하고 제품 개발에도 참여합니다. 또 각종 소비자 관련 행사에 참가해서 피나클 브랜드를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미국 전역에 신제품을 사용하고 평가하는 필드테스터 10명이 있습니다.

가격, 품질, 아이디어 중 두 가지 이상 갖춰야 성공

- 피나클 제품은 199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됐었습니다. 다시 한국 시장에 출시될 계획은 없습니까?
한국시장은 미국시장에 비하여 규모가 작고 또 모회사인 은성사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외국 브랜드가 한국시장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아직 어떻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 은성사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세계 최고 수준인 은성사의 기술력과 고급 브랜드 피나클로 도전한 기획과 마케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피나클 브랜드를 개발하기 전 우리가 생산 판매해온 실스타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지루미스나 다이와 같은 리딩 업체와 경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 미국 시장 또는 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조구업체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품질, 가격, 아이디어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가격, 똑같은 품질, 비슷해 보이는 스펙으로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선발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많은 낚시용품 생산공장들이 자국이 아닌 제3국으로 옮겨진 상태이고 누구나 돈만 있으면 물건을 만들 수 있어서 시장은 더욱 치열해진 상황입니다. 후발업체가 선발업체와 똑같이 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 미국 남서부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 있는 (주)은성사 미국법인 사무실 건물. 7명의 직원이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