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임박
가을 대호 대물 시동
허만갑 기자
중부권 최대의 월척산지 대호가 드디어 하반기 2차 가동을 시작했다. 통상 대호는 4월 산란기에 짧고 폭발적인 1차 호황을 선보인 뒤 9~11월에 길고 끈끈한 2차 호황을 보인다. 올해 대호 붕어는 예년보다 빠른 가을 입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월 26~27일, 대호대교(초락교) 일원을 찾은 팀비바클럽 회원들은 44cm, 40.5cm, 38cm를 비롯해 10여 마리의 월척붕어를 낚았다.
▲ "4짜에서 2센티 빠지는 놈입니다." 팀비바클럽 임영호 회원이 대호대교 하류 당진포리 쪽 부들밭 언저리에서 아침에 지렁이로 낚은 38cm 붕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내겐 모기독성 알레르기가 있다. 모기에 물리면 퉁퉁 붓는데 며칠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는다. 내가 여름에 해안가 수초대낚시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기공포 때문이다. 그런 내게 ‘모기 주둥이가 비뚤어진다’는 처서(處暑)는 너무나 반가운 절기다.
처서를 사흘 지난 8월 26일 당진 대호에서 박현철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4짜 포함 여덟마리를 낚았어. 마릿수도 준수하고 찌올림이 끝내줘. 대호 붕어 입질이 이렇게 시원한 것은 처음 봐.”
나는 바로 물었다.
“모기 없어요?”
“없어. 초저녁에 잠깐 앵앵거리기는 하는데 모기약만 바르면 달려들지도 못할 만큼 약한 수준이야.”
대호는 잘 알려져 있듯이 잔챙이 붕어가 없다. 2000년대 초에 배스가 유입된 후 붕어 수가 격감하면서 마릿수 호시절은 추억이 됐고 터 센 대물터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 덕분에 대호의 월척들이 다량 4짜로 급성장해 중부권의 많은 낚시인들이 대호에서 붕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박현철씨는 40.5cm를 비롯해 월척 5마리와 9치 두 마리를 낚았는데, 모두 낮에 지렁이에 올라왔고 밤에는 떡밥에 한두 번 입질을 받았으나 낮보다 씨알이 잘았다고 한다. 아직 본격 호황은 아니어서 자리편차가 크고 운 나쁘면 꽝을 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포인트 유형은?”
“부들 언저리의 60 내지 80센티 수심을 노리는데, 스윙으로 수초 가에 붙여도 좋고 뻥치기로 약간 파고들어도 좋아.”
‘스윙’이라는 말에 구미가 당겨 모처럼 대호 출조를 결정했다. 사실 달리 월척 소식이 들리는 곳도 없었다. 4월의 출포리 출조 후 넉 달만의 대호행이다.
▲ 대호대교에서 내려다본 하류 쪽 전경. 왼쪽 곶부리가 방구바위 철탑 밑이고 오른쪽 곶부리가 44cm, 40.5cm가 낚인 당진포리 쪽 연안이다. 곶부리를 돌아 올라 가면 삼봉지 제방이다.
대호대교~방구바위 일원에서 첫 스타트
8월 27일 경기도 일산의 집에서 오전 9시에 출발했는데 충남 당진군 석문면 초락도리 삼봉지(해창지) 제방 밑의 ‘어부가’ 식당에 도착했을 땐 오후 1시였다. 무려 4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추석맞이 벌초차량들이 아침부터 고속도로로 쏟아져 나와 곳곳에서 정체현상을 빚었다. 식당에는 정출을 맞은 팀비바 회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충주호에서 보고 두 달 만에 다시 보는 얼굴들. 꾼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즐겁다.
점심을 먹고 웃통을 벗어젖힌 뒤 보트를 펴는데 땀이 비처럼 흘러내린다. 보트를 다 펴고 나니 한 줄기 소나기가 뿌리고 간다. 그 덕에 한결 청량해졌다. 엔진이 없는 나는 홍제기 회원의 보트에 내 보트를 연결했다. 박현철씨와 나, 홍제기씨는 곶부리를 돌아 대호대교 쪽으로 올라가면서 부들수초 속에서 포인트를 찾아보기로 했다. 나머지 회원들은 건너편 적서리 방구바위 쪽으로 건너갔다. 박현철씨는 “이쪽(당진포리 쪽) 연안은 뭍에서는 접근 불가능한 곳으로 근래 건너편 방구바위 쪽보다 보트낚시인의 공략도 없었다”고 한다. 대박은 늘 생자리에서 터지는 법. 대호처럼 포인트가 방대한 곳에선 굳이 근래 손 탄 자리를 택할 필요가 없다(아니나 다를까 전날 박현철씨가 8마리를 낚은 ‘명당’으로 들어간 낚시인은 이날 허탕을 쳤다).
넓은 마름 무더기에 바짝 붙은 갈대 군락이 좋아 보였다. 대규모 부들 군락 속에 낀 소규모 갈대밭은 항상 눈여겨봐야 한다. 혹시 더위를 피한 붕어들이 서늘한 마름 밑에 숨어 있다가 먹이를 찾아 갈대 쪽으로 올라붙지 않을까…?
보트를 마름 위에 얹고 2.5칸 위주의 짧은 대 스윙으로 갈대 언저리를 노렸다. ‘짧은 대 스윙’은 내가 평택호에서 재미를 봐온 방법이다. 밀생하지 않은 듬성한 수초 언저리를 노릴 때 직공낚시보다 빠르고 편하다. 2.5칸대 스윙이나 5칸대 직공이나 공략거리는 매일반이지 않은가.
감성돔 3호 바늘에 지렁이를 세 마리씩 꿰어 갈대 가까이 붙이니 수심은 80~90cm. 선들선들 북동풍이 불고 먹구름이 옅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아, 대호는 벌써 초가을이구나!
▲ "대호 4짜 붕어의 위용입니다." 비바보트 진행자 박현철씨가 44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8월 27일 오후 6시, 갈대 외곽 80cm 수심에서 지렁이로 걸었다.
2.8칸대 스윙으로 44cm 붕어, 환상의 손맛!
문득 오른쪽 30대의 찌가 솟아 있음을 발견했다. 연두색 찌톱 밑의 주황색까지 노출돼 있지 않나. ‘뭐야?’ 찌는 점점 솟더니 왼쪽으로 미끄러진다. 깜짝 놀라 챔질한 순간 ‘팍’하는 임팩트만 남기고 낚싯줄이 허공을 갈랐다. 오메 아까운 거~!
첫 입질을 놓친 시각이 오후 4시, 두 번째 입질은 그로부터 1시간 30분 후에 찾아왔다. 역시 똑같은 30대의 찌가 부웅 솟아서 삐딱하게 드러눕더니 그 상태로 한 바퀴 맴을 돈다. 요 녀석! 이번엔 제대로 걸렸다. 날카로운 줄소리를 울리며 나타난 놈은 월척이다. 입질도 시원하고 힘도 봄철보다 좋다. 바늘을 악문 기세가 ‘내가 대호의 가을붕어다’라고 말하는 듯했다.
첫 고기를 살림망에 담고 기분 좋게 담배를 꺼내 무는데, 왼쪽 28대의 찌가 솟더니 뚝 떨어진다. 아까 한두 번 배스가 건드린 낚싯대인데 깔짝대던 배스의 입질과는 다르다. 숨을 죽이고 노려보니 재차 솟는 모양새가 꾸물럭 꾸물럭…. 채는 순간 대물임을 직감했고 옆에 있던 홍제기씨가 내 대의 휨새를 보고 탄성을 질렀다.
‘빨래판’이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덩치가 수면에 한 번 위용을 드러내더니 갈대 속으로 파고들며 세찬 물살을 일으켰다. 수초를 감을 뻔한 고비를 가까스로 넘기고 뜰채를 대는 순간 녀석은 또 마름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놈이 누구 심장 터져 죽는 꼴을 보려고 이러나! 마침내 “휘청” 뜰채에 담긴 녀석은 44cm였다. 개인적으로 대호에서 낚은 첫 토종붕어 4짜!
오후낚시 두 시간에 4짜와 월척을 한 마리씩 낚았으니 더 바랄 게 없다. 그 후로는 입질이 없었다. 오후 7시경 9치 한 마리를 낚은 뒤 케미라이트를 꽂고 밤 9시까지 기다려보았지만 소식이 없어 삼봉지 제방 밑 배터로 철수했다.
좌) 박현철씨가 수초대를 오가며 포인트를 탐색하고 있다. 박씨는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고압선 전주 밑에서 붕어가 잘 낚이는 경향이 있다"며 고압선 포인트를 즐겨 찾는다. 우) “대호에선 걸면 월척입니다.” 8월 26일의 조과를 자랑하는 팀비바클럽 회원들. 왼쪽부터 임영호, 유현덕, 은지훈씨.
연안낚시에 11마리 낚은 꾼도
전반적으로 마릿수는 부진했다. 내가 낚은 44cm 외에 임영호 회원이 46cm 떡붕어를 낚았고 은지훈 총무는 35cm 안팎의 붕어를 올리다가 떨어뜨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 연안낚시에서 11마리를 낚은 사람도 있었다. 은지훈씨는 “방구바위 철탑에서 하류로 100미터 지점에서 연안낚시를 한 사람이 28센티부터 32센티까지 11마리를 낚은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임영호씨가 물었다. “그런데 왜 밤낚시가 안 되죠? 작년에 삼공보트클럽 낚시대회가 열렸을 땐 대물들이 밤에 다 낚였는데….” 박현철씨가 답했다. “그때는 10월 2일이었잖아. 좀 더 있어야 밤낚시가 될 거야.”
저녁식사 자리의 화제는 옥수수내림낚시였다. 최근 영남발 옥내림낚시의 유행이 중부지방까지 휩쓸고 있으며 대호에서도 옥내림을 시도하는 낚시인들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트낚시인들은 수초직공낚시를 즐기기 때문에 옥내림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다. 옥수수내림낚시는 비교적 넓은 공간과 1m 이상의 깊은 수심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좁은 수초구멍을 노리는 직공낚시에 맞는 방법은 아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나는 오늘 한 대에 옥내림채비를 써서 옥수수와 지렁이를 번갈아 써보며 실험해보았다. 그러나 네 번의 입질은 모두 바닥채비에만 왔다. 아직 대호 붕어들이 옥수수 맛을 모르기 때문인지, 옥내림채비가 대호에 적합하지 않은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새로운 시도와 상상은 늘 흥미를 자아내는 낚시의 윤활유다.
이튿날 아침, 나는 다시 그 자리로 들어가서 아침 6시에 38cm 붕어를 낚았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새벽에 잠시 불던 바람은 낮이 되자 사라지고 후텁지근한 습기로 변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못하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1미터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색이 맑아졌어요. 일찍 접어서 올라갑시다. 점심 전에 출발하지 않으면 서평택 가기 전에 정체구간을 만나고 말 겁니다.” 방구바위 쪽으로 건너갔던 은지훈씨가 말했다. 우리는 오전 10시에 낚시를 마치고 11시에 보트를 접었다. 그때 벌써 귀가하는 벌초차량으로 정체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출조문의 광명 삼공보트낚시 011-9011-8424
▲ "대호 4짜 붕어의 위용입니다." 비바보트 진행자 박현철씨가 44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8월 27일 오후 6시, 갈대 외곽 80cm 수심에서 지렁이로 걸었다.
대호의 황금시즌은 봄 아닌 가을!
일 년 중 대호에서 붕어가 가장 잘 낚이는 시기는 8월 하순부터 11월 초까지의 가을이다. 이 시기에 가장 안정된 마릿수 조과를 선보인다. 봄에는 떡붕어가 많이 섞이는 반면 가을에는 거의 토종붕어만 낚인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가을로 깊어갈수록 밤낚시가 잘된다. 미끼는 지렁이와 떡밥을 7:3의 비율로 쓰면 좋다. 대호 월척은 결빙되기 전까지 낚이는데 2009년엔 12월 초부터 17일까지 보름 동안 대산5번수로와 사성1번수로의 수초대에서 물낚시 월척행진이 이어지기도 했다.
가을 포인트라고 해서 봄 포인트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봄철보다는 수위가 평균 50cm 가량 빠지기 때문에 너무 얕은 곳은 피하는 게 좋다. 9월 이후 기대되는 지역은 대호대교와 적서리 방구바위 외에도 비교적 수심이 깊은 대산0번·3번수로, 사성1번수로와 적서리 배터, 해창리 양수장 밑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