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터 소개
예천읍내 한천보의 월척 대소동
셋이서 밤새 낚은 70마리 중 40마리가 월척!
박일 객원기자
경상북도 예천군 예천읍에는 한천이라는 강이 흐르고 있다. 한천은 문경 경천호와 예천군 상리면에서 발원하여 예천읍을 돌아 내성천으로 합류하는데 이곳의 한천보에서 월척붕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천보에서 낚은 세 사람의 조과 중 윤지원씨의 살림망만 풀었는데도 반 이상이 월척이었다.
한천의 낭보는 예천 대물낚시 노성목 사장에게서 들었다. 예천읍의 한천은 매년 장마가 지고 나면 월척이 낚이기 시작하는 곳인데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 여름 내내 낚시를 제대로 못했고 비가 멎고 수위가 안정을 되찾은 최근에야 조황이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강을 지나다 마을 사람들이 낚아놓은 월척붕어를 보고는 바로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빠르게 오면 정확한 시기에 손맛을 누릴 수 있을 거라는 말인데….
늘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를 해야 하는 직업상 먼 거리는 그림의 떡처럼 되다보니 호황 소식이 들려와도 예천이나 의성 같은 곳은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노 사장이 나에게만 호황소식을 전해온 터라 큰 마음 먹고 예천으로 달려갔다.
▲ 취재팀이 하룻밤 열전을 치른 한천보 하류에서 아침을 맞고 있다.
밤새 이어진 ‘붕어 누가 많이 낚나’ 시합
9월 3일 오후 4시쯤 예천 대물낚시에 도착했고, 문제의 한천보는 낚시점 가까운 곳에 있었다. 강폭은 140m 정도로 넓었으며 상류는 수심이 얕았지만 하류는 1m 안팎의 수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 보는 예천읍 한천에 있는 3개의 보 중 맨 하류에 있는 보로 규모도 제일 크고 조황도 제일 좋아 낚시인들은 거의 이곳에서만 낚시를 한다고 했다. 수초 같은 붕어의 은신처는 적어보였지만 바닥이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고 물색이 적당하게 흐려져 있어 기대감을 갖게 했다.
현장에 나가보니 대물낚시 회원인 윤지원, 조승태씨와 서울에서 왔다는 조영석씨가 보 하류의 도로변 연안에 나란히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강낚시가 주 종목인지라 이들과 떨어진 상류 쪽에 앉아 낚싯대 두 대를 펼치고 낚시를 시작했다. 미끼는 곡물류 떡밥을 개어 지렁이와 짝밥으로 사용했다. 보 건너편도 비슷한 환경이지만 도로변이 접근하기 편해 이곳에 주로 앉는다고 했다.
좌) 이날 최대어인 39cm 붕어를 낚은 조승태씨. 우) “우리는 밤새 낚시 안 해요.” 취재 다음날 새벽 짬낚시를 즐겼던 예천꾼 허종광씨가 낚은 붕어.
상류 쪽 일부는 물 흐름이 있었지만 우리가 앉은 곳은 흐름이 없어 찌낚시가 가능했다. 노성목 사장은 “이곳에는 내성천의 보호어종인 ‘흰수마자’가 서식하는데 낚는 즉시 살려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그 말에 흰수마자가 한번 보고 싶어졌는데 끝내 낚이지 않았다).
해가 지기 전까지 붕어는 낚이지 않고 갈겨니, 모래무지, 메기가 번갈아 올라왔다. 그러나 케미를 꺾자마자 7치 붕어가 마수걸이로 낚였는데, 정작 굵은 녀석들은 하류에서 올라왔다. 초저녁부터 조승태씨와 윤지원씨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잘도 낚았다. 서울꾼 조영석씨도 대물을 걸어 낚싯대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 거리가 30m밖에 안 되는데 나에게는 7~8치만 낚이니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뒤늦게 세 사람 사이에 끼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고. 세 사람의 ‘붕어 누가 많이 낚나’ 시합은 새벽까지 이어졌고, 나는 새벽 1시까지 구경을 하다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동이 트고 나서 촬영을 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윤지원씨 자리부터 가보았다. 살림망을 들여다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아니 도대체 몇 마리야? 반 이상이 월척이었다. 조승태씨 역시 4짜에 가까운 굵은 붕어를 비롯해 월척급 붕어를 마릿수로 낚아놓고 있었다. 서울에서 온 조영석씨도 마찬가지. 세 사람이 낚은 마릿수가 대략 60~70마리는 되는 것 같았고 40마리가 전부 때글때글한 월척이었다. 촬영하면서도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낚시터 현장을 다녀본 이래 월척붕어를 이렇게 많이 낚은 현장을 보지 못했다.
예천읍에 사는 낚시꾼들이 부러울 뿐이다. 그러나 현지꾼들은 이런 호황터를 놔두고 계곡지를 다닌다고 하니 정말 아이러니했다.
윤지원씨는 “한천보의 입질시간대는 대개 초저녁부터 밤 11시까지, 그리고 새벽 3시부터 7시까지다. 낚싯대는 두칸반에서 세칸반대까지 제일 많이 쓰인다. 물 흐름과 잡어 때문에 떡밥은 단단하게 개어 사용해야 하고, 곡물류에 어분을 약간 섞어 쓰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좌) 세 사람이 앉아 붕어를 타작했던 한천보 하류 연안. 우) “이게 한천보 월척의 평균 씨알이랍니다.” 윤지원씨.
■ 가는 길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갈아탄 뒤 점촌·함창IC에서 나와 ‘안동·예천’ 방향의 34번 국도를 타고 진행하면 예천읍에 닿는다. 예천읍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면 예천교가 나오고 다리를 건너 우회전하면 취재팀이 낚시한 보에 닿는다.
■ 조황문의 예천 대물낚시 054-655-2782, 010-2808-0045
한천보는?
노성목 예천 대물낚시 대표
5월 초면 붕어낚시가 시작되어 10월 하순이면 마감한다. 일 년 중 장마철 큰 비가 내린 뒤 두어 달 동안 피크를 이루며 가을까지 꾸준한 조과가 이어진다. 큰물이 지고 나면 상류에 있는 용문지, 금당지에서 붕어들이 무넘기를 넘어 떠내려오거나 내성천에서도 굵은 붕어들이 떼로 올라붙는다. 평균 씨알은 8~9치이며 31~37cm가 흔하게 낚이고 4짜 붕어도 낚인다.
5~6월에는 밤은 물론 오전에도 잘 낚이지만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는 피라미 등 잡어 성화 때문에 밤낚시 위주로 이루어진다. 주로 초저녁과 새벽에 입질이 잦다.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아서 현지꾼만 찾는데 현지꾼들도 강낚시보다 계곡지낚시를 주로 즐기기 때문에 늘 한산하다.
미끼는 곡물류에 어분을 섞어 지렁이와 짝밥으로 쓰는데 곡물떡밥 대신 글루텐을 사용하기도 한다. 물살에 떡밥이 풀어지지 않게 단단하게 사용하는데 붕어 활성도가 좋을 때는 잡어 성화를 견딜 수 있는 옥수수를 2~3알 꿰어 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