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공개

서산 환도곡지

갈마리수로 취재 실패가 오히려 새옹지마?

참붕어, 새우 잘 먹히는 3천평 연밭 발견!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어느덧 겨울에 접어든 충남 서산·태안권 붕어낚시는 이미 파장 분위기다. 그러나 속단은 일렀다. 서산 시내에서 20분 거리, 부석면 월계리의 환도곡지란 소류지에서 근래 보기 드문 호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수면에 비해 깜짝 놀랄 만큼 붕어가 많았고, 외래어종이 전혀 없어 육식의 본능을 그대로 간직한 토종붕어들이 새우와 참붕어 미끼를 맹렬히 공격했다.

▲ 취재당일 조과의 90%가 배출된 환도곡지 중류 도로변 자리. 삭은 연밭 중앙에 분포해 있는 부들에 붙인 찌에서 낚였다.

▲ 아바이왕족발 김선민 사장이 새우로 낚은 붕어. ▲ 환도곡지에서 효과적인 참붕어와 새우

어디로 가야 하나? 급락하는 기온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무렵 ‘부남호 갈마리수로에서 월척붕어가 며칠째 낚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래서 11월 19일 부랴부랴 달려가 보았지만 우리를 반긴 건 거센 서풍! 바람 때문에 낚싯대를 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는데 때마침 취재팀의 박성서씨가 갈마리수로 인근에 있는 환도곡지를 소개했다.
서산시 해미읍에 사는 박성서씨는 “갈 곳이 마땅치 않을 때 몰래 찾는 우리들의 놀이터”라고 말했다. 박씨는 3년 전 환도곡지를 알게 되었는데 여름에는 연이 밀생하고 잔챙이 성화가 심한 편이라 가을부터 얼음이 얼기 전까지 낚시가 잘되더라고 했다. “한 달 전 출조해 34센티까지 확인했고, 새우와 참붕어를 미끼로 쓰면 여덟아홉치급은 잘 낚인다”고 했다.

▲ 환도곡지 붕어. 새우와 참붕어를 맹렬히 공격했다. ▲ 푸짐한 음식으로 즐거웠던 저녁식사.

잔잔한 제방에선 말뚝, 바람통의 중류에선 밤새 찌올림

환도곡지는 삼천평쯤 되는 연밭이었다. 이미 연이 삭아 내린 상태여서 낚시하기엔 편해 보였다. 붕어 명당은 연과 줄풀이 함께 자라 있는 좌안 중류와 상류라는데 지난 출조 때도 이곳에 앉아 손맛을 봤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날은 제방 쪽에서 상류 쪽으로 거센 바람이 불어 제방을 제외하고는 바람을 피해 낚시할 곳이 없었다.
더피싱 회원 지승원(민이윤이), 남준우(남코난), 박성서(박프로)씨가 나란히 제방에 앉았고 막내인 정찬우씨(붕이)는 홀로 좌안 중류쯤에 옆바람을 맞으며 앉았다. 정찬우씨 자리는 바람이 워낙 세게 불어 텐트를 치지 못하고 파라솔만 편 채 밤낚시를 해야 했다. 중상류 수심은 70~80cm, 제방은 80~90cm로 별 차이는 없었다.
채집망을 넣자 참붕어는 가득 들어왔는데 새우는 들지 않았다. 어둠이 오기 전 저녁을 지어 먹었다. 박성서씨와 지승원씨가 가져온 서산 소등심과 바다장어를 석쇠에 구워 푸짐한 만찬을 즐겼고, 마무리는 장어탕으로 했다.
드디어 어둠이 내리고 밤낚시를 시작했다. 채집한 참붕어와 낚시점에서 사온 새우를 고루 꿴 채 입질을 기다렸다. 밤이 되었는데도 바람은 잦아들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난폭해졌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혼자 떨어져 앉은 정찬우씨 자리에서 ‘철퍼덕 철퍼덕’ 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제법 큰 걸 보니 잔 씨알은 아닌 듯. 정찬우씨는 입질을 연이어 받았다. 세 마리, 네 마리…. 그에 반해 바람을 피해 앉아 포근하게 앉아 있는 제방의 우리 네 사람 찌는 말뚝. ‘붕어들도 바람을 피해 언젠가는 제방으로 오겠지’하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본다.
자정 무렵까지 입질이 없자 나는 새우를 떼어내고 지렁이로 바꿔보았다. 곧바로 입질이 나타났는데 일곱치를 넘지 못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점점 추워질 무렵, 박성서씨의 조우 김선민씨가 야식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는 해미읍 ‘아바이왕족발’ 사장님이다.
우리가 소주에 족발을 뜯으며 언 몸을 녹이는 사이 김선민씨는 정찬우씨 자리 옆에서 낚싯대를 펴기 시작했다. 김선민씨는 평소에도 늘 가게 일이 끝나는 이 시간에 저수지를 찾아 짬낚시를 즐긴다고 했다. 항상 밤에 낚싯대를 펴는 습관이 되어 있어선지 낚싯대를 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 두시쯤부터 입질을 받기 시작해 동틀 무렵까지 네 마리를 낚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그에 비해 제방에 앉은 외지꾼들은 몰황을 겪었다. 새벽 동틀 무렵 지승원씨가 한 마리를 낚아 겨우 체면을 세웠다. 이날 월척은 낚이지 않았지만 밤낚시에 혼자 20마리 가까운 붕어를 낚은 정찬우씨는 “초저녁에는 참붕어에도 입질을 여러 번 받았는데 씨알은 새우보다 더 굵었다”고 말했다.

▲ “이 겨울에 이 정도면 씨알 좋지요?” 정찬우씨가 20마리 중 굵은 붕어를 골라 보여주고 있다.

▲ 환도곡지 상류에서 바라본 하류. 을씨년스런 날씨 속에서도 붕어는 잘 낚였다.

늦가을부터 시즌, 얼음낚시도 잘돼

3천평 규모의 평지지인 환도곡지는 무넘기만 있고 물을 빼는 시설이 없었다. 그러니 수위변동이 적을 수밖에 없다. 사계절 안정된 수위를 보이기 때문에 조과도 꾸준한 편이라고 한다.
연이 전역에 자라지만 빽빽하진 않아서 여름철에도 낚시가 가능하다. 연과 줄풀이 뒤섞여 있는 중상류권이 좋다. 한편 우안 상류에 집 한 채가 있는데 그 집주인이 자기 밭 밑에서 낚시를 못하게 한다. 밭이 있는 우안 중상류를 제외하면 10명 정도의 낚시인이 앉을 수 있다.
취재 당일에는 80% 수위를 보인 가운데 상류는 70~80cm, 하류 제방은 90cm 정도 수심을 보였다. 만수 때는 1.2~1.5m 수심을 보인다고 한다. 붕어 시즌은 3월 하순부터 초겨울까지 긴 편이며 산란철과 늦가을~초겨울에 굵은 붕어가 잘 낚인다. 얼음낚시도 잘된다고 한다.
떡밥이나 지렁이에는 잔챙이 성화가 심한 편이며 새우와 참붕어를 쓰면 준척급 이상의 씨알이 낚이는데 월척은 32~33cm가 주종이다. 아직 4짜를 낚았다는 소식은 없고 작년 늦가을에는 37~39cm까지 확인되었다고 한다.

▒가는 길
서산 시내 전자랜드 사거리에서 태안 방면으로 가다 대한낚시 앞 공림삼거리에서 부석 방면으로 좌회전, 인지면소재지 입구 둔담삼거리에서 우회전한 뒤 서울목공소를 끼고 우회전, 5분 정도 가면 우측에 한마음교회가 보이고 왼쪽에 있는 남정1리 버스정류소에서 좌회전한다. 약 1.7km 진행하면 좌측에 환도곡지 제방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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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조길 맛집

서산 원조 장어마을의 ‘얼큰이 닭개장’

서산시 석림동 국민건강보험공단 뒤쪽에 있는 ‘원조 장어마을’의 닭개장은 서산 현지꾼들의 인기 메뉴다. 일명 ‘얼큰이’이라고 불리는 닭개장은 숙취해소와 원기회복에 뛰어나 밤낚시를 즐긴 낚시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17년째 장어 전문점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복희 사장은 작년부터 겨울철 보양식인 ‘닭개장’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단골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했다. 서산 농장에서 직접 키운 토종닭을 사용하며 태안 가의도산 육쪽마늘을 사용하여 국물이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우러난다. 1인 5천원. 또 장어와 낙지, 파김치를 함께 넣어 요리한 ‘짱낙’은 식사나 술안주로 인기다. 서산시 석림동 637-8번지 ☎041-667-0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