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k Season_원도 러시

진도바다 제일의 감성돔 공화국

맹골도

크릴 박스보다 더 큰 감성돔을 만나고 싶은가? 그것도 마릿수로 말이다.그렇다면 진도 먼바다의 맹골도를 꼭 찾아볼 일이다.

ㅣ김진현 kjh@darakwon.co.krㅣ

▲ 죽도 홈통에 내린 안정길씨가 감성돔의 입질을 받아 파이팅하고 있다. 첫 입질에 45cm 감성돔이 올라왔으며, 연속 입질을 받았으나 터뜨리고 말았다.

맹골도의 감성돔 호황 소식은 11월 말부터 들었다. 초등감생이를 노리기엔 이른 시기였지만 부산과 서울경기의 발 빠른 낚시인들이 맹골도로 들어가 4짜, 5짜 감성돔을 타작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 바로 취재를 나서려 했지만 폭풍으로 인해 그만 출조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12월엔 꼭 맹골도로 가리라고 마음먹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던 12월 17일, 내 휴대폰으로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맹골도로 함께 출조하기로 한 한국프로낚시연맹 박재홍 회장이 보낸 사진으로, 크릴박스 위에 박스보다 더 큰 감성돔이 누워 있었다. 크릴 박스의 크기는 가로 60cm, 세로 40cm인데 감성돔의 주둥이와 꼬리가 양쪽으로 조금씩 삐져나와 있었다.
“왜 합성한 사진으로 장난하십니까?”

내가 묻자 박 회장은 말했다.
“지금 연맹 회원들이 맹골도로 출조해 큰 재미를 보고 있습니다. 사진은 부산의 땡큐피싱 정영료 사장이 나에게 보내온 것이에요. 맹골도에서 요 며칠간 육짜 감성돔이 서너 마리 출현했다고 합니다.”
당장이라도 짐을 싸들고 출발하고 싶었지만 또 남해서부에 폭풍이 불어 출발할 수가 없었다.

▲   맹골도 방파제에서 바라본 본섬 마을.

민박집 세 개에 150명 밀집

12월 18일 저녁, 부산에서 박재홍 회장, 안정길씨와 만나 진도로 출발했다. 진도대교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명인낚시에서 밑밥을 구입한 후 새벽 5시 진도 서망항에 도착해 명인낚시의 낚싯배에 올랐다. 새벽의 서망항은 조깃배들의 조기털이로 분주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한쪽에서는 낚시인들도 낚싯배에 짐을 싣기 바빴다.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맹골도. 적막이 감도는 낙도다. 서망항에서 낚싯배로 전속력으로 달리면 40~50분이면 닿는 섬이지만 여전히 낙도 중에 낙도로 남아 있다. 그 이유는 섬 주민들이 오로지 미역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며, 미역이 다 자란 겨울이 아니면 낚시인과 관광객도 전혀 받지 않아 섬의 발전이 늦은 것이다. 아직도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할 정도다.
그런데 적막은 이내 깨지고 말았다. 낚싯배가 도착하니 민박집에 있던 낚시인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고 작은 포구는 금세 낚시인들로 가득차고 말았다. 적어도 150명의 낚시인이 지금 맹골도에 들어와 있다고 했다. 맹골도의 민박집은 현종이네, 창수네 그리고 작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용가네낚시펜션뿐인데 대체 어디에 150명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가 묵기로 한 현종이네 민박이 가장 크지만 60~70명이면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얼마나 감생이가 쏟아져 나왔기에 이렇게 많은 낚시인들이 몰려들었나’ 싶었다.

▲ 전원 손맛을 보는데 성공한 상주 IC낚시 회원들. 좌측부터 정용원, 최용희, 박세정, 김동만씨.

▲ 입도 첫날 오후에 확인한 감성돔. 모두 5짜 급으로 죽도 일대의 조황이 좋았다.

“1.7호 낚싯대에 3호 목줄도 불감당”

현종이네 민박집에 들어가니 부산의 땡큐피싱 정영료 사장이 맞아주었다. 먼저 전날 들어와 민박집에 머문 낚시인들부터 포인트로 나갔고 아침 낚싯배로 들어온 낚시인들은 아침식사를 한 후 2차로 나갔다. 포인트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지 걱정했지만 이틀 전에 먼저 맹골도에 들어온 KPFA 김상민 고문이 죽도 다랭이에 자리를 맡아 놓았다고 한다. 나는 다랭이에 내리고 함께 온 안정길씨는 맞은편의 삼여에 내렸다.
김상민씨는 조황을 확신했다. 그는 “12월 초에 이 자리에서 7마리를 낚았다. 58cm를 필두로 5짜 3마리와 4짜 4마리를 낚았다”며 “2호 구멍찌로 채비한 후 목줄은 한 발 내외로 짧게 쓰고 목줄에 봉돌을 물려 밑채비가 날리지 않게 해주면 된다. 맹골도는 속조류가 아주 세다. 포인트에서 떨어진 곳에서는 입질이 없고 무조건 발 앞에서 입질한다”고 말했다. 내가 물색이 너무 탁하다고 했더니 김상민씨는 “이 정도면 양호한 물색이다. 물색을 따질 요량이면 맹골도에선 낚시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 본섬 마당여에 내린 김복철(당진 새서울낚시 회원)씨가 철수하는 날 오전에 48cm 감성돔을 낚았다.

기대를 가지고 낚시했지만 우리는 광어와 쥐노래미를 낚았을 뿐 감성돔은 구경할 수 없었다. 자신만만했던 김상민씨도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포인트를 옮길지 말지 고민하다가 그 자리를 고수했다.
그것이 실수였다. 다른 곳에서는 대부분 감성돔이 쏟아져 나왔다. 정영료 사장이 죽도 홈통에서 5짜 감성돔 두 마리와 4짜 한 마리를 낚았고, 역시 죽도 홈통 옆에 내린 정명호씨가 5짜 한 마리와 4짜 두 마리를 낚아 돌아왔다. 본섬에 내린 상주IC낚시팀과 당진 새서울낚시팀도 골고루 4짜 한두 마리씩은 낚아 손맛을 보았다. 오전에 입질을 받은 사람도 있었지만 큰 감성돔은 오후에 포인트를 옮긴 뒤에 낚은 이가 많았다. 
삼여에 내린 안정길씨는 감성돔을 낚지는 못했지만 손맛은 제대로 보고 왔다. 그는 “1.7호 대에 3호 목줄로 낚시했는데 손도 못쓰고 터져나가는 놈이 두 마리나 있었다. 한 마리는 다 끌려온 뒤에 갑자기 차고나가는 바람에 그만 바늘이 빠져버렸다. 순간이었지만 엄청난 덩치가 수면 아래 떠오른 것을 봤다”고 말했다.
철수 후 포구로 돌아와 보니 이곳저곳에서 낚인 감성돔들이 바닥에 질펀하게 깔려 있었다. 4짜 잔챙이(?)들은 펴놓지도 않았고 큰 녀석들만 모았는데 꽤 많은 5짜 감성돔을 확인할 수 있었다. 6짜가 낚였다는 말도 있었지만 확인해보니 5짜였다. 감성돔의 ‘빵’이 너무 크다 보니 6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종이네 민박 최세은 사장은 “사실 이 정도는 호황 축에도 끼지 못한다. 한 자리에서 열댓 마리씩 낚이고 해야 하는데, 날씨가 나쁜 탓인지 12월 초보다 조황이 좋지 못하다”고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 죽도 동쪽 홈통에서 56, 50, 48cm 감성돔 낚은 부산의 땡큐피싱 정영료(하이투젠 필드테스터) 사장. 그는 수년간 만재도, 맹골도 등 남해서부 원도권을 전문으로 가이드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명당 쫓아 뒷북만 치다 빈손으로 철수

다음날엔 박재홍 회장과 김상민씨와 함께 정영료 사장이 어제 오후에 5짜 감성돔을 낚은 죽도 홈통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매년 6짜 감성돔이 낚이는 명당으로 지난 11월 말에는 혼자서 24마리를 낚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박재홍 회장과 김상민씨가 홈통에 내렸고 조금 위쪽으로 떨어진 자리에 안정길씨가 내렸다. 내일은 또 폭풍이 예고되어 있어 오늘 반드시 감성돔을 낚아야 했다. 그러나 조류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데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안정길씨는 내리자마자 큰 우럭을 낚더니 45cm 감성돔을 한 마리 낚아내고 한 마리는 터뜨리는 행운(?)을 맛보았다. 고기가 우리만 피해 다니는 것 같았다. 결국 고기 나온 자리만 뒤쫓아 다니다 감성돔을 낚지 못하고 철수했다. 철수하는 날은 기상이 좋지 못해 전체적으로 조황이 부진했고, 안정길씨와 마당여에 내린 김복철씨만 감성돔 얼굴을 봤다.   
▒ 출조문의 부산 땡큐피싱 010-3563-7248, 맹골도 현종이네 061-544-1753, 진도 명인낚시 061-542-4358

▲  현종이네 마당에서 철수한 낚시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종이네는 맹골도에서 가장 큰 민박을 운영하고 가장 빠른 낚싯배를 운항하고 있어 손님이 많은 편이다.

▲ “이게 바로 맛있기로 소문난 맹골도산 감성돔회입니다.” 두툼하게 썬 감성돔회를 보여주는 최현종(좌)씨와 김해에서 온 낚시인 정명호씨. 최현종씨는 현종이네 민박집 최세은씨의 둘째 아들로 현재 현종이네 낚싯배를 운항하고 있다.

맹골도 감성돔낚시 핵심 체크

①조류가 발밑으로 밀려들 때 대물이 붙으므로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조류가 평범하게 가로로 흐를 때는 30~40cm 감성돔이 고작이며 5짜, 6짜는 모두 발밑으로 조류가 흘러들 때 낚인다.
②채비로 바닥을 훑지 말고 적당히 띄우는 것이 좋다. 맹골도는 바닥 지형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곳이 많은데, 조류가 밀려들어 채비가 안쪽으로 밀려들면 밑걸림이 자주 생기기 때문에 수심을 바닥에 딱 맞추지 말고 2~3m 띄우는 것이 유리하다. 발밑 수심은 대개 6m, 얕은 곳은 3m 내외다. 만약 전혀 조류가 흐르지 않는 상황이라면 바닥을 노려본다.
③밀려오는 조류를 만나면 고부력찌로 채비를 발밑에 묶어두며 채비를 흘리지 말고 잡고 있어도 된다. 채비를 빨리 흘리면 감성돔이 입질할 타이밍을 놓친다. 채비는 아주 조금씩 풀어준다. 
④구멍찌는 2~3호를 즐겨 쓰며 목줄은 한 발(1.5m)이 좋다. 목줄에는 2B~3B 봉돌 두 개를 분납해 목줄이 뜨지 않도록 한다.
⑤6짜를 낚고 싶다면 1.5~1.75호 낚싯대에 3~3.5호 목줄을 준비한다. 맹골도 단골 낚시인들은 2호 낚싯대에 3호 목줄을 쓴다. 맹골도 감성돔의 체구가 너무 커서 일반 채비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도 주민의 전통 어업

죽도에서 낚시하던 도중 절벽에서 노부부가 내려와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그들은 죽도 주민인데 갯바위에 친 그물을 걷기 위해서 마을에서 넘어왔다고 한다. 맹골도 주민들은 예전부터 갯바위의 작은 홈통에 그물을 쳐놓는 방식으로 고기를 잡는다고 하는데, 농어가 주로 걸려들고 가끔 우럭이 낚인다고 한다. 맹골도에 고기가 많은 이유도 전통 어업 외에는 그물, 통발 어업을 전혀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맹골도 감성돔 시즌 의외로 길다!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맹골도 감성돔 시즌이 끝난다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맹골도는 2월까지도 6짜 감성돔이 출현한다. 작년에 맹골도에서 낚인 6짜 감성돔은 30마리가 넘었다고 하는데, 대부분 1월 이후에 낚였다. 
개막도 생각보다 빠르다. 올해는 지난 11월 중순부터 4짜~5짜 감성돔이 잘 낚였는데, 현종이네 민박 최현종 선장은 “10월이 되면 30cm 내외의 감성돔은 맹골도 전역에 넘쳐난다. 그런데 그때는 아무도 맹골도에 낚시를 오지 않으므로 그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