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금오열도 조행기

연도 가랑포의 혈투

아찔한 손맛! 이 맛에 감생이낚시 하는 것 아닙니까!

12월 27일 여수 연도 남쪽 가랑포. 우리는 48cm를 비롯해 42cm가 넘는 굵은 감성돔을 6마리나 뽑았다. 힘이 오를 대로 오른 겨울감성돔의 저항은 간담을 서늘케 했다.

▲ “오늘 손맛 제대로 봤습니다.” 좌측부터 김한부, 김한민, 배철호씨.

올해 여수 감성돔낚시는 내만에서 대풍을 이루었다. 12월 말이지만 여전히 개도 두라도 월호도 같은 여수 내만의 포인트들이 좋은 조황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먼 바다는 하루걸러 불어 닥치는 폭풍 때문에 좋은 조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폭풍이 지나간 후 물색이 탁한 날엔 금오도, 안도의 일부 포인트에서 많은 양의 감성돔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그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감성돔이 터지는 자리도 매번 달라서 출조지에 대한 감을 잡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여수 한일낚시 김한민 사장은 금오열도의 최남단 연도를 택했다. 아무 호황정보도 없이 순전히 직감에 의한 선택이었다.
“날씨가 나쁘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면 연도에서 감성돔이 터질 때가 됐다. 연도는 1월을 전후해서 감성돔이 터진다. 지금 가면 잡어도 없을 것이고 큰 씨알을 마릿수로 낚을 수 공산이 크다.”

“1월이면 어김없이 연도가 터진다”

27일 새벽 5시 돌산도 작금항에서 프린스호를 타고 연도로 나갔다. 프린스호는 주의보가 발효되지 않는 한 매일 금오열도로 출항하는 낚싯배다. 오늘은 날씨가 나빠서인지 배에 오른 낚시인은 10명이 조금 넘었다. 낚싯배는 천천히 달려 6시 20분경 연도에 도착했다. 주변은 여전히 어두웠다.
갯바위에 내린 후 김한민씨는 라면을 끊이고 컵에 막걸리를 따랐다. 새벽 갯바위의 추위를 달래는 데는 역시 라면만한 게 없다. 특히 개도 양조장에서 빚어 여수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개도 막걸리’는 단맛이 강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니 동이 트기 시작했고 정면으로 작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도는 연도에서 동쪽으로 8km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섬으로 여름에 농어, 돌돔, 참돔이 잘 낚인다.
동이 트자 김한민씨가 포인트를 설명했다.
“이곳은 연도 가랑포 초입으로 1월에 대물 감성돔이 잘 낚인다. 연도 전체가 겨울 감성돔 낚시터지만 북쪽의 역포부터 동쪽에 해당하는 가랑포 일대까지는 1, 2월에 좋다. 여기보다 남쪽에 있는 소룡단과 만작굴 일대는 2월과 3월에 좋다. 이곳은 좌측 전방 20에서 30m에 있는 수심 10m 여밭이 포인트로, 그쪽으로 조류가 흘러들어가는 들물 때 주로 입질이 들어온다. 나는 이곳에서 오짜 감성돔을 여러 마리 낚아냈다. 최고 기록은 오십칠센티다. 큰 녀석이 많은 곳이니 채비를 튼튼하게 쓰라.”

▲ 연도 가랑포 초입에서 여밭을 노려 감성돔의 입질을 받은 김한민씨. 낚싯대를 세우는 데 성공했지만 감성돔의 저항이 아주 거세어 결국 채비를 터트리고 말았다.

고부력찌 원투낚시가 핵심 승부수

초들물이 시작되자 김한민씨가 설명하는 지점으로 조류가 흐르기 시작해 기대가 충만했다. 그런데 막상 낚시를 하려니 정면에서 떠오른 해 때문에 찌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김한민씨는 구멍찌 대신 막대찌를 꺼냈다. 높은 자리에 서서 2호 막대찌를 원투하니 강한 역광에서도 찌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배철호씨와 김한부씨는 2호 구멍찌를 썼는데, 선글라스를 쓰고 높은 자리에 서서 낚시하니 찌가 보인다고 했다.
나는 선글라스를 쓰지 않아 먼 곳을 노리기는 무리였다. 하는 수 없이 바로 발밑을 노렸는데, 운 좋게도 내가 가장 먼저 입질을 받았다. 올라온 녀석은 42cm 감성돔. 김한민씨는 “발 앞으로 고기가 들어올 정도면 감성돔이 많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곧바로 배철호씨가 발 앞에 채비를 던져 연속으로 입질을 받아냈다. 역시 비슷한 씨알.
감성돔이 죄다 발 앞으로 몰렸나 싶었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먼 곳을 노린 김한민씨도 입질을 받았다. “크다 커! 야~ 이 녀석 상당한데?” 김한민씨가 쉽사리 제압하지 못할 만큼 대단한 녀석이었다. 릴의 브레이크레버를 몇 번이나 놓더니 결국은 채비가 터졌다.
“이 녀석은 육짜여 육짜! 처음부터 계속 앞으로 차고 나가는데, 단 한 번도 고개를 안 돌리는구만. 오짜랑은 비교도 안 되는 놈이여!”
김한민씨가 대어를 터트린 후에도 입질은 계속 들어왔다. 김한민씨가 채비를 다시 꾸릴 동안 멀리 떨어진 여밭으로 채비를 흘린 배철호씨가 또 입질을 받았다. “이번엔 힘 좀 쓴다”고 말하더니 48cm 감성돔을 보기 좋게 끌어냈다. 그 후에도 김한민씨, 배철호씨가 40cm가 넘는 감성돔을 두 마리 더 추가했다.
총 3마리를 낚은 배철호씨는 “내만에서 잔챙이 손맛을 보다가 이렇게 굵은 씨알을 낚으니 속이 후련하다. 감성돔 낚시는 역시 굵은 씨알을 낚아야 제 맛이다. 연도에서 이렇게 호쾌한 손맛을 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며 즐거워했다.

▲ “연도에 감성돔이 제대로 붙었군요.” 두 번째 입질에 45cm 감성돔을 올린 김한민씨.

“초들물 받히는 조금 전후가 좋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입질은 조류가 죽으면서 끝이 났다. 우리는 중들물(오전 9시~10시)에 집중적인 입질을 받았고 만조(오전 11시)가 되자 조류가 멈추고 입질은 끝났다. 김한민씨는 “연도는 칠십 퍼센트가 들물 자리며 삼십 퍼센트가 썰물 자리다. 유명한 자리들은 대부분 들물 자리라고 보면 되는데, 그래서 오전에 초들물이 받히는 열두물부터 두세 물까지가 연도 출조의 적정물때다”라고 말했다.
들물이 끝나고 썰물이 시작되자 예상대로 조류는 들물의 반대 방향인 남쪽으로 흘러 내려갔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잠시 후 내려가던 썰물의 방향이 바뀌어 다시 올라오기 시작했다. 김한민씨는 “썰물 본류는 내려가고 있지만 일부 조류가 포인트 우측의 홈통에 부딪혀 올라와서 이런 현상이 생긴다. 어쨌든 조류가 다시 올라가고 있으니 감성돔이 낚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취재팀이 내린 연도 가랑포 초입의 공략법. 들물에 조류가 왼쪽으로 흐를 때 좌측 여밭에서 입질한다. 발밑에서도 입질이 오지만 큰 놈들은 여밭 외곽에 있으므로 2호 구멍찌 채비로 30m 이상 최대한 원투해서 흘려준다.

과연 채비를 던졌는데 내가 입질을 받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거슬러 올라오는 조류가 오전에 입질을 받은 여밭 쪽으로 뻗어갈 때 입질이 들어온 것이다. 감성돔의 활성이 어찌나 좋은지 원줄과 함께 초리까지 가져간다. 45cm 감성돔이 올라왔고 그 후 조류는 다시 썰물 방향으로 돌아섰다.
김한민씨는 “최근 큰 감성돔이 마릿수로 낚이는 포인트를 보면 대개 먼 곳에 포인트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에는 고부력찌로 장타를 치는 것이 필수 테크닉이 되었다. 발밑에서 입질하는 감성돔을 노릴 땐 채비를 예민하게 꾸려서 바닥을 샅샅이 훑는 것이 중요하지만 멀리 떨어진 여밭을 노릴 때는 큰 구멍찌를 쓰고 수심도 적당히 맞춰 약간 띄워주어도 시원한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장타낚시는 채비와 밑밥을 멀리 날리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겨울에 감성돔을 마릿수로 낚아내는 새로운 전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연도는 1월에 들어 연일 호조황을 보이고 있다. 폭풍이 지나간 후에도 그다지 물색이 탁하지 않고 잡어가 없어 감성돔낚시를 하기에는 최적의 상태라고 한다.
▒ 출조문의 여수 한일낚시 011-621-8282, 돌산도 작금 프린스호 011-514-9648

▲ 낚시한 자리의 우측 갯바위. 얕은 여밭이지만 용치놀래기만 입질할 뿐 낚시가 안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