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명낚시터 - 장흥 포항지
南風에 웃고 北風에 울었다
허만갑 기자
전남 장흥의 낚시명소 포항지가 긴 침묵을 깨고 부활했다. 포항지는 80년대 이후 부동의 월척산지로 전국적 명성을 떨쳤으나 지난 2009년 준설작업을 하느라 물을 뺀 후 3년간 꾼들의 뇌리에서 잊혔던 곳이다. 올봄부터 마릿수 호황을 다시 배출하면서 화려한 컴백 무대를 펼쳤다.
▲ 포항지 북쪽 최상류 부들수초대에서 직공채비를 펼친 낚시인. 6~8치 붕어가 하루동일 꾸준히 낚였다.
전남 장흥군 대덕읍 연지리의 포항지는 11만4천평 규모의 저수지로 1971년에 준공되었다. 관산읍의 지정지(17만4천평)와 함께 장흥의 쌍두마차로 불리는데 인기는 지정지를 앞선다. 단연 장흥의 간판낚시터라 할 수 있다.
포항지는 평지지의 전형이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1.8m가 채 안 될 만큼 얕고 연안엔 줄풀, 부들, 갈대가, 중앙부엔 마름이 무성하게 자라서 붕어의 성장 여건이 뛰어난 곳이다. 이곳의 붕어는 성장속도가 빠르고 대형으로 성장하여 월척이 흔히 낚이고 4짜 붕어도 종종 마릿수로 배출된다. 마름이 삭아 내리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낚시가 잘되는 동절기 명당인데, 특히 새우가 잘 먹혀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새우미끼 밤낚시가 잘되는 저수지다.
좌) 북쪽 상류 수초대에서 보트낚시로 올린 붕어들. 7~8치가 주종으로 간간이 9치가 섞였다.시조회를 마치고 대덕읍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팀비바 회원들이 대덕읍사무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절반으로 축소된 수초대, 붕어 밀집도 더 높아져
준설작업으로 연안 수초대가 절반 이상 파괴되었지만 그래도 남은 수초대를 중심으로 봄낚시 포인트가 전개된다. 포항지의 수초대는 두 군데다. 그중 대덕-관산 간 23번 큰 국도변의 수초대(북쪽)가 규모가 커서 1순위터로 꼽히고, 대덕-회진 간 작은 지방도변의 수초대(남서쪽)가 2순위터로 꼽힌다. 준설 전엔 회진 방면 지방도변의 수초대가 1순위터였으나 준설 때 이곳의 수초대가 많이 파괴되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갈대나 부들보다 공간이 성글고 수심이 약간 깊은 줄풀 지역을 노려야 월척 확률이 높다. 줄풀은 부들보다 밀생도가 낮아 대어들이 그 사이를 유영하기 적합하기 때문에 보기엔 듬성듬성해서 구미에 당기지 않지만 실제 조황은 앞선다. 낚시를 하기에도 줄풀대가 편하다. 다만 줄풀은 부들보다 연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긴 대를 사용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부들이나 갈대를 노릴 때도 밀생한 곳보다 듬성한 곳을 노려야 씨알이 굵고 마릿수도 좋다. 큰 붕어일수록 큰 방이 필요한 법. 비좁은 수초대엔 잔챙이 붕어가 깃들어 있을 확률이 높고 바닥이 지저분해 미끼가 함몰되기 쉬워 입질 빈도도 떨어진다.
한편 보트낚시는 수초대보다 저수지 중앙부에서 스윙낚시를 하는 게 월척 확률이 높다. 초봄에 포항지에서 낚인 35cm 이상의 대어는 대부분 1.5m 수심의 중앙부에서 나왔다. 그런데 <지도>에 표시한 바와 같이 1.7m 수심의 가장 깊은 곳보다 1.3~1.5m 수심층에서 잘 낚였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깊은 곳에 은신한 붕어들도 먹이활동을 할 때는 약간 더 얕은 바닥으로 오른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보트낚시에서도 마릿수 잔 손맛을 보려면 수초대를 끼고 하는 것이 나았다. 만약 포항지에서 보트낚시를 한다면 아침부터 오전 11시까지는 중앙부에서 스윙낚시를 하고, 오후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수초 속으로 들어가서 직공낚시를 하는 전략이 가장 좋다. 수초대에선 아침보다 오후 4시~해거름에 입질이 잦아서 오후낚시만 해도 충분히 마릿수를 채울 수 있다.
좌) 올봄에 결혼식을 올릴 예비부부 윤응섭(좌), 이현지씨가 붕어를 들고 다정하게 포즈를 잡았다. 우) 북쪽 상류 수초대를 노리는 보트낚시인들. 밀생한 부들보다 성근 줄풀 사이에서 굵은 씨알이 낚였다.
35cm가 넘는 붕어는 저수지 중앙 보트낚시에서 출현
지난 2월 25~26일 보트낚시동호회인 팀비바 회원들은 장흥 포항지에서 시조회를 열었다. 그런데 날씨로 인해 희비가 엇갈렸다. 시조회보다 하루 먼저 와서 낚시한 회원들은 36, 37cm 월척을 포함해 7~9치 붕어로 풍족한 손맛을 즐긴 반면, 정작 시조회 날엔 모두 빈작에 그쳤다.
이유는 바람이었다. 23일과 24일엔 따뜻한 남풍이 불어서 붕어들이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25일과 26일엔 찬 북서풍이 불어서 붕어들이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그나마 포항지의 수초대에 들어앉은 붕어 양이 워낙 많아서 수초대만 끼고 앉으면 6~8치급을 10마리 안팎으로 낚을 수 있었으나 맨바닥에서 낚이는 대형 월척들은 북서풍 앞에서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 후로도 포항지의 호황은 계속되고 있다. 중앙부의 보트 스윙낚시에선 평균 35cm 붕어들이 한 사람당 2~3마리씩 낚이고 있고 연안 수초대에선 여전히 마릿수 입질이 왕성하다고. 4월에 접어들면 밤낚시도 잘될 것으로 보이는데, 준설 후 바닥이 깔끔해져 밤낚시 여건은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좌) 포항지 북쪽 대덕-관산 간 국도변에 늘어선 낚시차량들. 우) 35cm 붕어를 낚아 시조회 1등을 차지한 팀비바 조정섭 회원. 순금 열쇠고리를 상품으로 받았다.
가는 길 장흥읍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용산~관산을 지나 9km 가면 수동지와 관흥지를 지나 포항지 북쪽 상류가 나온다. 서울에서 갈 때는 목포에서 삼호방조제를 건너 2번 국도로 강진까지 간 다음 23번 국도를 타고 회진으로 가다가 청자도요지에서 좌회전해 기잿재를 넘어 대덕읍으로 넘어가는 것이 빠르다.
포항지의 낚시불법(?) 해프닝
팀비바 회원들이 시조회를 치르기 전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선발대로 도착한 박현철씨 일행에게 포항지의 정치망 주인이라는 자와 대덕읍사무소 공무원이 나타나 “연안낚시는 가능하지만 보트낚시는 불법이라 할 수 없다. 당장 철수하라”고 한 것이다. 황당해진 박씨 일행은 읍사무소 공무원에게 따졌다.
“보트낚시가 불법이라니 무슨 소리냐? 전국을 다녔지만 들어본 바가 없다. 어느 법 조항에 저수지 보트낚시가 금지돼 있는지 우리도 궁금하니까 알려 달라.”
나중에 그 읍사무소 직원이 박현철씨에게 전화를 했는데 “내가 잘못 알았다. 아무 문제없으니 낚시하시라”고 사과했다고 한다. 아마 정치망 어부가 보트낚시인들이 자신의 그물에 든 고기를 훔쳐 갈까봐 읍사무소에 민원을 넣었고, 잘 모르는 공무원이 그에 동조해 외지 낚시인을 내쫓으려다 망신만 당한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한 저수지는 공유수면이다. 어부가 지자체(또는 농어촌공사)에 수면 사용료를 내고 그물어업허가권을 취득했다 해도 어업행위가 아닌 낚시를 금지할 권한은 없다. 간혹 정치망 어부들이 낚시인을 내쫓으려 든다면 단호히 대처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