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장산도 2박3일 조행기  

물색 좋은 곳 찾다가 눌러앉은 공수리수로의 대박    

유동철 남도붕어낚시회 회장·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근무

남도붕어낚시동호회는 붕어낚시를 즐기는 전라남도 낚시인들의 모임이다. 동호회 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직장인들의 소모임인 여명에 속해 있는 나는 1월부터 시조회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번 겨울은 삼한사온 없이 강추위가 계속돼서 주말에도 출조를 못하고 낚싯대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2월 중순이 넘어서자 해남 문내수로, 고천암호 연호수로에서 붕어가 비친다는 소식이 들려 시조회 장소로 점찍어 놓고 있었는데 회원 한 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성님! 작년 요맘때 장산도 수로에 가서 겁나게 잡아왔었는데 한 번 가볼라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 그곳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오음수로, 팽진수로, 도창수로 세 곳이었다. 장산도를 시조회 장소로 정하고 3월 1일 목포로 향했다.
  

 갈대 너머 소담스런 모습을 간직한 신안 장산도 공수리수로. 이곳에서 떼붕어를 만났다.

배 타고 떠나는 붕어낚시여행

3월 1일은 너무 화창했다. 목포항에 도착하니 바람 한 점 없고 항구도 한산했다. 배가 출항하려면 30분 정도 시간이 남아있기에 선착장 근처에서 어묵을 샀다. 선실에 들어서자 후배가 나에게 손짓을 했다. 
“성님! 바닥이 따땃하니 좋은디 두꺼비부터 한 마리 잡읍시다.”
“도착하믄 운전해야 쓴디 먼 놈의 술이여.”
“아따 성님! 섬이 쬐깐헌 디 먼 걱정이요? 간단하게 한 잔 합시다?”
“그려, 그런 재미에 가는 거 아니겄어?”
오랜만에 느껴보는 해방감. 어묵 국물에 한 잔 마시고 바닷바람을 쐬니 기분이 너무도 상쾌했다. 장산도가 초행인 나는 섬이 아주 먼 거리에 있는 줄 알았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줄 알았더니 가는 도중 올망졸망 작은 섬들이 많이 보였고 안좌도를 지나 1시간 30분 만에 장산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섬이 생각보다 커서 조금 놀랐다.
일단 낚시터를 소개한 회원이 알려준 주소를 따라 낚시터로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물색이 거울처럼 맑았다. 두 번째 장소도 세 번째 낚시터도 역시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허탈하다 못해 힘이 빠지는 상황.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으로 위성사진을 보면서 수로를 찾아서 돌아보기로 하고 한 곳을 정했다. 그곳은 공수리에 있는 수로인데 들판에 두 개의 수로가 있었다. 하나는 T자 형태이고 또 하나는 일자형. 우리는 이 수로를 공수리수로라고 부르기로 했다.
일단 두 곳에 나누어 앉아 낚시를 했다. 나는 일자형 수로로 갔는데 1시간가량 지나자 T자형 수로 팀에서 전화가 왔다. 준척급으로 벌써 두 마리가 올라왔다고 한다. 이동! 회원들이 낚은 붕어를 보니 너무 예쁘게 생겼다. T자형 수로를 시조회 장소로 정하고 고사 준비를 했다.

 탁한 물색을 찾다가 발견한 공수리수로. 금낭골지 동쪽에 있다.

시조회 고사상과 축문(좌)과 철수 전 단체촬영한 회원들. .

“어? 성님 찌가 동동 떠다니네?”

“올해도 어복 충만하게 해주시고 회원들 모두 무탈하게 해주시옵소서.”
용왕님께 정성스럽게 고사를 지내고 밥을 먹고 나니 오후 4시가 조금 넘었다. 모두 자리로 흩어져 포인트를 잡고 대편성을 하는데 수심은 1m 정도. 짧은 대에서 간혹 청태가 올라왔다. 이곳이 긴가민가해서 붕어를 낚은 후배한테 “동상? 자네 붕어 눈 달렸는가 보소. 청태가 끼어서 낚시 될란가 모르것네”하고 물었더니 “아따 성님! 눈 말똥말똥 뜨고 나를 쳐다 보고 있는디요”하고 답해 한바탕 웃었다.
오후 5시에 잠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군가 “어? 성님 찌가 동동 떠다니네”하고 말하기에 내 자리를 보니 정말 찌가 떠다니고 있었다. 뛰어가서 낚싯대를 세우니 힘이 장난이 아니다. 올려보니 8치 붕어. 우리는 모두 자리로 흩어져서 낚시를 시작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붕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찌를 끝까지 올리는 게 정말 환상적이었다.
6치, 7치, 8치, 9치, 그리고 월척까지… 다들 붕어를 낚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마디로 떼붕어 입질이다. 우리는 그렇게 해가 떨어질 때까지 정신없이 붕어를 낚았다. 그런데 케미를 꽂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입질이 뚝 끊겼다.
그런데 이상하게 한 곳에서는 밤 11시까지 계속 입질이 들어왔는데 맨바닥 지형이었다. 자정이 가까워오자 그마저도 입질이 끊져 우리는 다시 모여 술잔을 나누었는데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리기 시작한 비는 다음날 낮까지 이어졌다. 기온까지 떨어지니 낚이는 붕어 씨알이 잘아졌다. 그래도 간간이 붕어는 계속 올라왔는데 이렇게 다음날 오후까지 놀며 낚으며 2박3일을 보냈다.
철수 날 조과를 확인해보니 회원 4명 모두 50마리씩은 낚았다. 붕어들은 알을 품고 있었고 1~2주 안에 산란에 들어갈 것 같았다. 날씨만 좋았다면 조황은 더 대단했을 것이라고 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목포행 낚싯배에 올랐다. 처음 와본 장산도는 물색만 좋으면 어느 곳이든 붕어를 쏟아내는 곳이었다.  
▒취재협조 남도붕어낚시동호회 cafe.daum.net/uoopoo

                         공수리수로에서 낚은 월척 붕어를 들어 보이는 이재구 회원.
 

 2박3일간 장산도 공수리수로에서 거둔 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