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달산지 마름 삭은 자리로 대물 야습
I 정삼채 객원기자 I
▲"밤새 바람 떄문에 고생깨나 했습니다." 둘째 날 바람을 피해 달산지 왼쪽 중류에 앉았던 최재영(좌), 김영국씨가 조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김포에 거주하는 대물꾼 박효만씨가 “태안 달산지를 두 번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갈 때마다 4짜가 넘는 대형붕어를 걸었다가 놓쳤다”며 “달산지는 매년 이맘때 마름이 삭아 내리면서 대물을 노릴 수 있는 곳인데 11월 초순 첫 출조 때 사짜가 넘어 보이는 녀석을 걸었으나 뜰채를 펴 놓지 않아 손으로 잡아 올리려다 놓쳐 버렸고, 며칠 뒤 또 찾았으나 밤에 두 번이나 수초를 감아 대형 붕어를 놓쳤다”는 것이다. 박효만씨는 32cm 월척 한 마리와 아홉치 몇 마리를 낚아 돌아왔다며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고 조용히 들어가 보라고 했다.
11월 19일 금요일 오후 달산지로 출조를 나서는데 ‘조용히 들어가려’ 하지 않아도 이날따라 동행이 없어 혼자 출발했다. 박효만씨가 제보해준 좋은 4짜 찬스인데, 갑작스럽게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밤낚시를 하려니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지막으로 김영국씨에게 달산지 조황을 얘기하니 달려오겠단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긴급 SOS “두 차례나 놓친 4짜, 해결해주오”
달산지에 도착하니 두 사람이 상류 쪽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이어서 그분들 조황을 확인할 겨를도 없이 낚싯대부터 펴야 했다. 내가 앉은 곳은 제방 우측 무넘기 바로 옆. 이곳은 박효만씨가 일러준 곳으로 수심이 1m 정도에 마름이 적당히 녹아 있어 대물낚시를 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낚싯대를 다 펼 무렵 김영국씨가 도착했다. 김광묘씨도 함께 왔다. 김광묘씨는 내 자리가 좋아 보인다며 내 옆에 앉았고, 김영국씨는 수심이 비슷한 건너편(제방 좌측 최하류)으로 갔다. 낚싯대를 다 펴고 나니 어느 새 저녁 8시가 넘었고 서둘러 저녁을 지어먹었다.
9시가 넘어서자 기온은 뚝 떨어졌고, 금방 서리가 내려 낚싯대는 물론 텐트까지 허옇게 변해갔다.
▲우안 산 밑에서 본 달산지.
각자 자리로 돌아가 낚시를 시작하는데 30분이 지났을까? 내 우측의 김광묘씨가 먼저 입질을 받았다. 첨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월척이다”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과연 박효만씨가 멋진 곳을 가르쳐주었다. 기온이 이렇게 떨어졌는데도 곧바로 입질이 오니 말이다.
카메라를 들고 가보니 월척은 아니고 아홉치쯤 되어보였다.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내 자리로 돌아오자 나에게도 금방 입질이 왔다. 찌가 끔뻑하더니 살며시 들어가는 걸 챘다. 역시나 아홉치 붕어였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고 했겠다? 곧 우람한 월척이 나올 것 같아 졸린 눈을 비벼가며 밤을 꼬박 새웠으나 초저녁에 낚인 아홉치가 전부일 줄이야. 일행들은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며 오전까지 진득하게 기다려보기로 했다.
밤에 쓰던 새우를 떼어내고 옥수수로 바꿨다. 하지만 하필 농지작업을 하러 들어온 포클레인 때문에 결국 아침장도 망쳐버렸다. 아쉬움에 하루 더 낚시를 하기로 하고 주변 저수지 구경을 나섰다.
낚싯대 걷으라는 촌로와 말씨름
점심때쯤 달산지로 돌아온 나는 저수지를 한 바퀴 돌다 건너편 중상류쯤에서 더 좋아 보이는 포인트를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자리를 옮겼다. 마름이 적당하게 분포해 있고 부들까지 잘 발달해 있어 오늘 밤 이곳에서 꼭 사고를 칠 것만 같았다. 김영국씨도 좋아보였던지 내 옆으로 옮겨왔다.
무료한 낮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노인이 뛰어오더니 저수지를 관리하는 사람이라며 다짜고짜 낚싯대를 걷으라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만 조용히 낚시하고 가겠다며 사정을 해보았다.
“흥, 오는 낚시꾼마다 말들은 잘하지요. 나중에 와보면 죄다 쓰레기를 버리고 가요.”
계속 막무가내인지라 여기 있는 쓰레기를 모두 주워가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허락해주었다. 설상가상, 그날 밤 느닷없이 바람이 또 불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다른 곳에서 낚시를 하던 회원들이 바람 때문에 도저히 낚시를 못하겠으니 적당한 곳을 소개해달라기에 결국 바람이 덜한 달산지로 오라고 해 같이 낚시를 했다. 바람이 불고 어제보다 기온도 더 떨어져 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밤 10시쯤 내 옆에서 낚시하던 김영국씨가 월척급 붕어를 한 마리 낚아내자 일행들의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나중에 합류한 최재영씨도 김영국씨 옆에 앉아 여덟아홉치 붕어를 연달아 낚아냈으며 나도 비슷한 씨알을 세 마리 연속으로 낚아내며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기대하지 않았던 악조건의 밤낚시에서 열 마리 넘는 붕어를 낚아낼 수 있었다. 그저께는 바람 한 점 없는 상황에서도 꽝을 쳤는데… 역시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게 낚시란 걸 또 깨달았다.
아마도 수온이 많이 떨어졌을 것이란 생각으로 미끼를 새우에서 지렁이로 교체한 게 맞아 떨어진 것 같으며, 우리 맞은편에 앉았던 세 사람은 밤새 맞바람에 거의 낚시를 못했으나 우리 세 사람은 바람을 등지고 앉았던 게 다행이었다.
아침이 되자 밤새 불던 바람은 거짓말처럼 그쳤지만 잔 씨알의 붕어만 낚였다. 일찍 낚싯대를 접고 연안에 있던 쓰레기를 말끔하게 주운 뒤 어제 우리에게 와 호통을 쳤던 그분을 찾아갔다. “어르신 덕분에 잘 놀다 갑니다. 그리고 어제 약속한 대로 쓰레기는 모두 깨끗하게 치웠습니다”하고 말하자 노인은 환하게 웃으며 “다음에 올 때는 낚시하기 전에 꼭 우리 집에 들르게”하며 손까지 흔들며 우리를 배웅했다. 알고 보니 마음 착한 농부였던 것이다. 결국 일부 몰지각한 낚시인들이 이분들을 괴팍한 주민으로 만들었다 생각하니 씁쓸했다.
▲달산지 우안에서 윤호근씨가 아침에 붕어를 낚아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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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산지(인창지)
충남 태안군 남면 달산리에 위치한 2만7천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다. 평균수심은 1~1.5m로 여름에는 마름과 부들이 꽉 들어차 마름이 삭은 늦가을과 봄에 대물붕어가 잘 낚인다. 새우와 참붕어가 쓸 만큼 채집되어서 미끼 걱정도 없다.
2009년 봄까지 주민들이 쓰레기 문제로 낚시를 못하게 했던 곳으로 지금은 낚시를 허용하지만 간혹 낚시쓰레기나 담배꽁초가 버려진 모습이 보이면 주민들이 화를 내며 내쫓으려 들기도 한다고. 낚시가 다시 허용된 2009년 가을에 월척붕어가 많이 낚여 화제가 되었다.
가는 길 서산시내를 지나 태안읍을 우측에 두고 계속 직진, ‘안면·고남’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 안면도 방면으로 8km 정도 진행하면 남면이 나오고 600m 더 가다 좌측으로 보이는 달산로 진입 표시를 보고 좌회전, 축사를 끼고 들어가면 달산지 제방 우측에 도착한다. ▒ 취재협조 당진 서해안첫낚시 011-21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