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의 현장

욕지도 돌돔 대란

양판구미가 새로운 돌돔 소굴로 확인!

열흘간 낚인 6짜 열 마리가 넘을 것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올 여름 바다낚시 최대의 이변은 욕지도 돌돔사태다. 그동안 돌돔낚시터로 알려지지 않았던  욕지도에서 5짜 6짜급 초대형 돌돔이 연달아 낚이고 있다. 올해 갈도나 좌사리도, 안경섬의 돌돔 조황이 시들해서 풀 죽어 있던 부산경남의 돌돔낚시인들이 일제히 욕지도로 몰리고 있다.

▲ “돌돔낚시 입문 1년 만에 사고를 쳤습니다.” 창원꾼 이복수씨(닉네임 푸른물결·석조마니아 회원)가 작은 삼여에서 낚은 60.5cm 대형 돌돔을 자랑하고 있다.
 

▲ 욕지도 양판구미 마당바위 옆 무명 포인트에서 돌돔 떼를 만난 이택상씨(시마노 인스트럭터)가 5짜 돌돔의 입질을 받아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어느 정도는 예견된 사태였다. 갈도 좌사리도에서 작년 여름 돌돔이 쏟아졌고 더 내만의 두미도에서도 돌돔이 낚인 적 있는데 욕지도에 돌돔자원이 없겠는가. 포인트도 대강 예상되었다. 돌돔 포인트라면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곳에 형성되는 법. 그렇다면 총바위 아니면 양판구미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무도 욕지도 돌돔을 개척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검증된 포인트를 놔두고 생자리로 들어가는 모르모트 역할을 자원할 낚시인은 거의 없다. 일반 낚시객은 절대 못할 일이며, 꽝 칠 경우 비난을 감수해야 할 선장과 낚시점주도 못할 일이다.
그런데 고섬 섬낚시 구명회 사장이 그 일을 해냈다. 구명회 사장은 “7월 초순에 양판구미에서 참돔찌낚시를 하던 낚시인이 50cm짜리 돌돔을 한 마리 올렸다. 그래서 돌돔이 있는 줄 알았다. 7월 24일 진주에서 온 돌돔 전문가 이용수씨를 양판구미 물내려오는자리에 넣어보았다. 그랬더니 62cm 돌돔을 낚아왔다. 그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그게 도화선이 되었다. 그 다음날부터 돌돔꾼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포인트를 다른 배들에게 뺏길까봐 인터넷에 조황도 올리지 않았다. 그런데 나흘도 못가 소문이 쫙 퍼지고 말았다. 다행인 것은 돌돔이 낚이는 자리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판구미 전역에서 돌돔이 쏟아졌고, 8월 초에는 총바위에서도 돌돔이 확인되었다. 욕지도에 이렇게 돌돔이 많은 줄 몰랐다. 직접 본 나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 “얼마만큼 잡았을까?” 이복수씨가 꿰미를 들어 올리고 있다.

▲

▲ “어때요, 욕지 돌돔 씨알 좋지요. 하하하.” 이택상씨가 끝썰물에 낚아 올린 56cm 돌돔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 씨알이 5짜

 욕지도에서 토해내고 있는 돌돔 조황은 원도권에서도 보기 힘든 호황이어서 낚시계를 술렁이게 만들고 있다. 2년 전 남해안 전역에서 돌돔낚시가 풍년을 기록했던 이후 아직까지 별 다른 조황이 없는 가운데 나온 호황이어서 돌돔 낚시인들은 더욱 반기고 있다.
욕지도 돌돔 호황은 7월 23일부터 8월 초 현재까지 1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8월 3일부터 샛바람이 강해져서 출조를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욕지도에서 낚이고 있는 돌돔은 모두 중대형급으로 45cm가 제일 작은 씨알이며 4짜보다 5짜 돌돔이 훨씬 많이 낚였다. 구명회 사장이 10일 동안 직접 확인한 6짜 돌돔(표-6짜 돌돔 퍼레이드 참고)만 6마리다. “다른 배에서 낚았거나 보여주지 않고 철수한 것까지 합치면 대략 10마리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명회 사장은 “돌돔은 양판구미 초입, 갇힌여, 물내려오는 곳, 양판구미 1, 2, 3번, 기둥바위, 마당바위, 직벽자리, 공룡발톱, 작은삼여 등 전역에서 고르게 배출되고 있으며 그중 마당바위와 공룡발톱에서 제일 많은 돌돔이 배출되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하루에 최고 12마리까지 낚았다는 소문이 있다. 섬낚시 손님 중에서는 산청에서 온 낚시인이 마당바위에서 45~57cm로 6마리를 낚은 게 최고 기록이라고 했다.   

▲ 양판구미 일원에서 제일 많은 돌돔을 배출시킨 마당바위 포인트.
◀ 가시를 잘라낸 보라성게에 돌돔바늘을 꽂고 있다.

취재현장에서 6짜 포함 6마리 뽑아

나는 욕지도 돌돔 소식을 시마노 인스트럭터 이택상씨에게서 들었다. 전날 거문도에서 나와 헤어진 이택상씨는 7월 25일 “욕지도에서 돌돔이 터졌답니다. 씨알이 워낙 굵어 낚이면 모두 5짜 6짜랍니다. 내일 새벽 고성 섬낚시로 가는데 같이 갑시다”라고 했다. 국도 간여 취재를 마치고 바로 섬낚시로 달려갔다.
이택상씨는 이미 새벽 2시에 1항차로 욕지도로 들어간 상태였다. 나는 2항차로 11시에 출항하는 낚싯배를 탔다. 이택상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기가 꺼져 있다. 구명회 사장은 “이택상씨와 함께 내린 석조마니아 회원 이복수씨가 6짜 한 마리를 낚았다”고 말했다. 그 말에 갑자기 흥분되었다. 
이택상씨 일행이 있는 작은 삼여에 배를 댔다. 이택상씨와 이복수씨는 “조류가 가지 않아서 옮겨야겠다”며 배에 올랐다. 꿰미의 6짜 돌돔이 나를 놀라게 했다. 이복수씨는 “오전 들물에 낚았다. 성게를 한방에 깼다”고 말했다. 쿨러에는 이복수씨가 낚은 45cm짜리 한 마리가 더 들어있었다.
구명회 사장은 취재팀에게 생자리를 추천했다. “요즘 며칠 동안 채비만 터트리고 고기 얼굴을 못 본 자리가 있는데 한번 내려보라”고 말했다. 구 사장의 추천으로 내린 곳은 마당바위 옆 직벽 포인트였다. 오전에 손맛을 보지 못한 이택상씨가 이복수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팩을 박았다. 만조에서 썰물로 바뀌는 물돌이 시각.
나는 배를 타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공룡발톱의 두 포인트에서 4짜 돌돔 세 마리를 낚아놓은 것을 확인했으나 한사코 촬영을 거부해 찍지 못했다. 30분 후 돌아오니 어느새 이택상씨가 45, 48cm 두 마리를 낚아놓고 있는 게 아닌가! 초썰물 조류가 흐르자마자 연달아 입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 “욕지도 돌돔 씨알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복수씨(좌)와 이택상씨가 취재당일 마당바위 옆 무명 포인트에서 낚은 5짜, 6짜 돌돔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돌돔구이 드세요.” 이택상씨.

폭염은 오후가 되자 더 뜨거워졌다. 이택상씨는 얼음물을 얼굴과 어깨에 뿌려가며 잠시도 쉬지 않고 미끼를 갈아주는 열정을 보였다. 참돔과 감성돔 찌낚시를 주로 즐기던 그는 4년 전 추자도 모여에서 2박3일 동안 70마리의 돌돔을 낚은 후 돌돔낚시의 매력에 푹 빠져 살고 있다고 했다. “처음엔 돌돔낚시가 따분한 낚시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 입질이 없으면 부지런히 새로 던져야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이택상씨는 10분 동안 입질이 없으면 미끼를 거둬들여 성게의 상태를 확인했다. “두 번에 한 번꼴은 용치놀래기가 성게의 알만 쏙 빼먹거나 미끼가 해초나 홈에 파묻혀 돌돔이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0분 정도 입질이 없으면 다시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시간 후 그에게 또 입질이 왔다. 전형적인 삼단입질에 돌돔낚싯대가 고꾸라졌다. 이택상씨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고, 길지 않은 파이팅에 줄무늬가 선명한 5짜 돌돔이 수면에 솟구쳤다. 석조마니아 이복수씨가 뜰채에 담아 올리며 엄지를 들어 축하해주었다. 쿨러 뚜껑의 자 위에 올리니 52cm를 가리켰다. “갈수록 씨알이 굵어지니 철수하기 전에 6짜 한 마리 하시겠어요.” 이복수씨가 웃으며 말했다.
이복수씨는 이택상씨와 나란히 앉았는데도 입질이 없자 우측으로 자리를 옮겼다. 10분 후 또 이택상씨의 낚싯대가 고꾸라졌다. 이번에는 낚싯대 휨새가 훨씬 더 강했다. 파이팅 끝에 줄무늬가 사라진 수놈이 떠올랐다. 녀석의 엄청난 체고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와”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돌돔은 끝썰물이네요.” 이택상씨도 환호했다. 길이는 56cm였다. 엄청난 체고에 비해 길이는 짧았다. 취재팀은 총 6마리의 돌돔을 낚았다.
8월 7일 섬낚시 구명회 사장과 통화를 했다. “8월 3일부터 날씨가 나빠져 출조를 못하고 있다. 올해 처음 돌돔이 쏟아지다보니 아직까지 적정물때를 모르겠다. 들물과 썰물 관계없이 조류가 흐르면 돌돔이 무는 것 같다. 처음에는 원투낚시와 민장대낚시가 6:4 비율로 낚였는데 지금은 원투낚시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구명회 사장은 돌돔낚시인들의 예약이 물밀듯 들어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지면 출항은 계속될 것이며 여름이 가기 전까지 욕지도 돌돔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욕지도가 5짜, 6짜급 대형 돌돔을 언제까지 토해낼지 낚시인들 사이에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 출항문의 고성 섬낚시 055-673-1020,010-3593-5552

▲ 당일 낚은 돌돔으로 회를 썰고, 껍질(오른쪽)을 데쳐 만찬을 즐겼다.  

++++++++++++++++++++++++++++++++++++++++++++++++++++++++++++++++++++++++++++++++++++++++++++++++++++++++++++++++++

미스터리

양판구미 그동안 왜 돌돔이 안 낚였나?

욕지도 양판구미는 수심이 좋고 난바다 쪽에 면해 있어 항상 조류가 받히는 곳이어서 남해동부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돌돔 후보지였다. 그런데도 그동안 돌돔낚시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왜일까?
욕지도 일원을 자주 찾는 경상도 낚시인들은 릴대보다 민장대로 돌돔낚시를 즐긴다. 그래서 민장대로 공략하기 좋은 7~9m 수심의 갈도가 돌돔명소로 오래전부터 알려지게 되었다. 그에 욕지도 양판구미 일원은 수심이 너무 깊어 민장대낚시인들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평균 수심이 13~18m이며 공룡발톱 아래는 발밑이 30m까지 떨어지는 직벽이다.
고성 스피드피싱랜드 이종석 사장은 “양판구미는 오래전부터 참돔 찌낚시에 간혹 돌돔이 낚였다. 7년 전 여름에는 참돔 채비에 60.5cm 돌돔이 낚인 적도 있다. 그래서 간혹 민장대를 사용하는 돌돔낚시인들이 도전했지만 40~50cm급이 낱마리로 낚여 매력이 떨어졌다. 원투낚시인들이 일찍부터 도전했더라면 이미 돌돔명소로 알려졌을 곳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처럼 5짜 6짜급이 마릿수로 낚일 줄은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