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갯바위 현장
통영 부시리 최대 격전장
좌·사·리·도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부시리는 우리바다의 낚시 대상어종 중 최고의 파워를 자랑하는 물고기다. 가공할 스피드에 지칠 줄 모르는 지구력까지 갖추었다. 특히 암초 속으로 파고드는 습성을 지녀 목줄이 여에 쓸려 터질 위험이 높다. 그래서 갯바위에서 부시리를 무사히 낚아내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60cm 이하의 중소형 부시리라면 갯바위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벵에돔낚시용 장비와 채비로 50~60cm 부시리는 너끈히 요리할 수 있고 암초대가 그리 험하지 않은 포인트라면 70cm급도 낚을 수 있다. 물론 80cm가 넘는 부시리는 행운이 따르지 않는 한 갯바위에서 찌낚시 장비로 올리기는 힘들다고 보아야 한다.
▲ 한국프로낚시연맹 강원지부 문종선씨(렉슈마 필드스탭)가 발밑으로 파고드는 부시리를 제압하자 윤진욱씨가 뜰채로 마무리하고 있다.
갯바위에서 낚을 수 있는 최고의 파워어종
“갯바위에서 부시리를 낚는다고요?”
거제 홍도나 완도 여서도 선상낚시에 낚이는 미터급 부시리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통영 갯바위에선 갯바위 찌낚시로 부시리와 진한 파이팅을 즐기고 있다. 대표적인 낚시터가 좌사리도와 국도, 간여다.
현재 남해동부 좌사리도 일원에서 낚이는 부시리들은 40~60cm급으로 손맛을 즐기기에 딱 좋은 씨알이어서 낚시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현지 선장들은 씨알이 잘다는 뜻에서 ‘알부시리’라고 부른다. 다른 어종은 클수록 갯바위낚시인들이 좋아하지만 부시리만큼은 ‘미터급 사절’이다. 걸어봤자 줄이 터져 채비만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부시리라고 해도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50cm급 전후의 부시리라면 60cm급 참돔이나 70cm급 농어보다 저항하는 힘이 세기 때문에 열 번 걸면 반 이상이 터져나가는 실정이다.
▲ 취재일은 반유동 채비가 효과적이었다. ▲ 취재일 난타전이 펼쳐졌던 첫섬과 사이섬. 둘째 섬에서 촬영했다.
윤진욱 선장, “부시리가 여름철 효자상품”
남해동부의 부시리는 6월 중순부터 좌사리도에 붙기 시작한다. 그러나 선발대로 붙는 씨알들은 전부 미터급 전후여서 낚기 어렵다. 대부시리들은 한 달 정도 머물다 7월 중순에 빠지고 40~60cm급 부시리들이 떼로 붙기 시작한다. 이때부터가 부시리 찌낚시의 적기다. 그리고 10월 중순까지 낚시인들에게 멋진 손맛을 제공해준다.
통영 두모호 윤진욱 선장은 “육칠년 전 좌사리도에 부시리낚시가 처음 붐을 이룰 때 불경기 속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부시리 떼가 들어오면 갯바위에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의 낚싯대가 동시에 내리꽂히는 광경이 펼쳐졌거든요.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부시리를 걸었다가 대를 부러뜨린 사람도 부지기수여서 부시리 때문에 낚싯대도 많이 팔렸었죠”라고 말했다.
그럼 통영권 부시리가 좌사리도에서만 낚이는 걸까? 그건 아니다. 주변에 있는 국도, 갈도, 욕지도에도 부시리가 붙는다. 그러나 좌사리도만큼 부시리 포인트가 많지 않다. 좌사리도는 첫섬, 둘째섬, 셋째섬, 본섬, 등대섬으로 나눠져 있어 섬과 섬 사이에 부시리가 붙기 좋아하는 물골이 잘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통영권에선 “부시리를 낚으려면 좌사리도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부시리낚시의 피크시즌은 추석 전후다. 지금부터 가을로 갈수록 점점 마릿수가 많아지며 9월 한 달 동안 제일 좋은 시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씨알은 초반이나 후반기나 비슷하다.
▲ 선상찌낚시 조과. 좌측부터 윤지환 선장, 창원꾼 김영신, 통영꾼 조종보씨.
◀ 오늘 손맛 제대로 즐겼습니다.” 두모호 윤진욱 선장(좌)과 문종선씨.
본류에서 입질하는 8월부터가 피크시즌
좌사리도에 부시리가 막 붙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한 7월 25일 한국프로낚시연맹 강원지부 문종선씨(렉슈마, 토네이도, 다모찌 스탭)와 함께 통영을 찾았다. 삼덕항의 두모호 윤진욱 선장은 “초여름에는 조류 소통이 좋은 콧부리 부근에서 낚이기 시작하는데 주로 발밑에서 입질하기 때문에 줄이 터져 놓칠 위험이 크다. 그러나 8월에 들어서면 본류에서도 함께 낚이기 때문에 낚아낼 확률이 높아진다. 특히 본류로 빨려 들어가는 지류대에 밑밥을 집중적으로 투여하고 노리면 쉽게 입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팀은 두모호를 타지 않았다. 윤진욱 선장도 부시리낚시를 하고 싶다고 해서 낚싯배는 산양읍 연화리에 있는 진조호(선장 윤지환)를 이용했다. 여유 있게 낮 11시에 출항했다. 평일인데도 10여 명의 낚시인들이 승선했다. 윤지환 선장은 “대부분 부시리를 낚으러 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윤진욱 선장은 부시리낚시 애호가다. “내가 유일하게 즐기는 낚시가 부시리낚시다. 부시리는 닻을 내려놓고 선상에서도 낚을 수 있는데, 빡센 2호 대나 3호 대로 찌낚시 채비의 한계에 도전하는 부시리낚시는 온 몸으로 즐길 수 있는 다이내믹한 손맛이 최고다”라고 말했다.
부시리낚시 베테랑인 윤진욱 선장이 추천하는 부시리 채비는 다음과 같다. 2호 릴대에 원줄, 목줄 모두 5호를 매고, 참돔바늘 13호를 쓴다. 좌사리도 부시리는 대개 5m 이내에서 물기 때문에 반유동낚시보다는 대형 기울찌를 이용한 전유동낚시로 미끼를 천천히 내리는 방법이 제일 효과적이다.
부시리낚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사히 끌어내기’다. 부시리는 떼로 움직이기 때문에 포인트에만 내리면 입질 받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랜딩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인데, 부시리는 갯바위를 타고 돌며, 수중여를 향해 무섭게 파고드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암초에 목줄이 쓸려 터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다고 목줄을 너무 굵게 사용하면 거짓말같이 입질을 하지 않는다. 챔질을 한 뒤 강제집행은 필수. 더 이상 수중여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버티기 위해서는 고탄성의 낚싯대와 강한 릴을 사용해야 하는데, 낚시깨나 한다는 사람들도 대개 세 번 입질에 두 번은 터트린다. 50% 확률이면 승률이 아주 좋은 것이라고 윤 선장은 말했다.
▲ 갯바위에서 10회 넘게 입질을 받아 무사히 낚아낸 부시리는 모두 5마리.
열 번 입질 받아 다섯 마리 낚으면 성공
과연 그랬다. 좌사리도 둘째섬 북서쪽 콧부리에 내린 나와 문종선, 윤진욱씨는 신나게 걸고 신나게 터뜨렸다. 처음엔 한 시간 남짓 입질이 없어 의아했는데 선상찌낚시로 첫 부시리를 낚은 윤지환 선장이 “오늘은 뭔가 맞지 않는지 부시리가 바닥에서 무니까 반유동으로 바꿔 바닥을 노려보라”고 말했다. 즉시 1.5호 구멍찌를 사용한 반유동채비로 바꾸자마자 문종선씨가 10m 지점에서 첫 입질을 받았다. 그러나 “지이익~ 팅!”
“안되겠어요. 밑밥으로 먼 곳으로 유인해서 낚아야지, 발밑에서 입질을 받으니 당해낼 수가 없어요.”
두 번째로 윤진욱씨가 20m 전방에서 입질을 받았다. 역시 베테랑답게 수중여를 잘 피해 수면에 띄우는 데 성공. 문종선씨가 침착하게 뜰채로 떠냈다. 그 뒤에도 연이어 입질을 받았지만 높은 너울 때문에 뜰채를 대지 못해 우왕좌왕 하는 속에 바늘이 벗겨지고 목줄이 터지기를 반복하며 두 시간 동안 5마리의 부시리를 낚을 수 있었다.
같은 시각 배에서도 오후 내내 파이팅이 펼쳐졌다. 윤지환 선장은 “선상낚시가 갯바위낚시에 비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역시나 무사히 낚을 확률은 50%에 지나지 않아요.” 오후 5시 철수배에 오르니 뱃전에는 10여 마리의 부시리가 나뒹굴고 있었다. 갯바위에 내린 다른 낚시인들도 2~3마리의 부시리를 낚아 배에 올랐다. 문종선씨는 “갯바위 부시리낚시는 오늘 처음 도전해봤는데 참돔과는 다른 매력이 있네요. 올 여름에는 부시리 낚시에 푹 빠질 것 같아요”하고 말했다.
좌사리도 부시리낚시는 갈수록 조황이 점점 살아날 전망이다. 한번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은 꾼들이라면 올 여름 부시리낚시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통영 산양읍 각 포구에서 좌사리도까지는 40~50분 소요되며 뱃삯은 1인당 왕복 4만5천원선이다.
▒ 출조문의 통영 진조호 010-7663-2233, 두모호 017-585-7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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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Guide
좌사리도 부시리낚시 가이드
부시리는 물때 상관없이 밑밥만 계속 뿌려주면 하루 종일 낚인다. 썰물, 들물 가리지 않고 조류만 흘러주면 들어오기 때문에 물때보다 그날의 수온과 날씨가 조과를 보장해준다. 단 오후보다는 아침 두세 시간의 입질이 제일 왕성하다. 따라서 무더운 여름에는 새벽 2시에 출항하여 오전 9시경 철수하는 배를 타는 게 가장 좋다.
손님고기로 긴꼬리벵에돔과 참돔도 낚이는데, 야영낚시를 하면 세 가지 어종을 모두 낚을 수 있다. 긴꼬리벵에돔은 30~40cm가 주종으로 동트기 전까지 밤낚시에 잘 낚인다. 참돔은 동틀 무렵 30분 동안 벼락입질을 보여주고, 날이 밝은 뒤부터는 부시리가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한다.